깊이 보고다닌 투어

맨해튼의 말복-더위 사냥 스케치

원평재 2007. 8. 13. 01:47

28593

 

말복 더위에 어우동 양산이 홀연 나타났다.

"타임 스퀘어"에서였다.

작은 소도구가 여름의 신, 아폴로에 대적이 되랴.

인간이 펼치는 애교어린 항변에 다름 아니다.

 

 

 

"나체 카우보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나이가 화답하듯이 나타났다.

브로드웨이와  5th Avenue가 마주하는 삼각지점이었다.

물론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말복 더위, 거리의 해프닝이자, 기업 PR행사였다. 

 

 

 

드라마는 이어졌다.

뉴욕 타임스 가까운 곳으로 무슨 데모대 같은 모습이 웅성거렸다,

알고보니 방송 출연을 하는 사람들이 미리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더위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날씨가 더우니 마네킹도 옷을 벗었다?

성인용품 가게 앞이었다.

사진을 막 찍고 돌아서려는데 젊은 동양 청년이 나와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태권도 기본 승마자세를 취하고 국적을 밝히니 젊은 녀석이 슬그머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조금 더 진출하여 매디슨 스퀘어 가든 쪽 책방, Borders로 갔다.

책을 사러간게 아니라, 더워서 땀을 식히러 들어섰다.

책방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집중하여 올릴 기회를 보기로 한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깊은 명상에 잠겨있다.

 

  

 

얼마 전에 들렀던 "반슨 노블(Barns & Noble)" 보다도 여름 독서 시즌의 기획

디스플레이가 돋보였다.

엘비스 프레슬리 사후 30 주기를 맞는 책들도 많이 나와있다.

역시 그는 제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향수, 듄느와 같은 제목의 책이 출입구 근처, 점두에 나와 있어서

강열하게 미혹되었다.

내용은 향수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래 언덕"이라는 본래의 뜻으로 쓰인듯

하였다.

 

매장을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러댄 내 행동이 연속되었다.

그제서야 계속 못마땅하게 보고있던 제복입은 경비가 "You can('t) do it."이라고

한다.

Can 과 can't의 발음 구별은 네이티브 스피커도 분위기와 감으로 한다고 했다.

나도 편리한 쪽으로 이해하여 알아듣고, 고맙다는 말을 던진 다음 밖으로 나왔다.

 

이미 넓은 서점 공간의 디스플레이는 다 찍은 후였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

날이 더우니 택시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거리에는 토플리스 청년이 활보하고 있었다.

 

 

 

 

펜 스테이션 광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회사에서 오픈 음악회를 열어서 점심 시간의

더위를 식혀주며 회사 PR을 하고 있었다.

 

 

 

말복 더위는 기승이지만 겨울 부츠 신발도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다.

맨해튼은 역시 개성의 동네이다.

오뉴월에 겨울 부츠라니---.

내가 셔터를 뒤에서 눌렀는데 갑자기 고릴라 같은 친구가 다짜고짜 시비였다.

"너 누굴 찍었니? 나를 찍었지?"

"웃기지 말아, 너같은 정상을 누가 찍어주나! 저기 the boots in summer를

찍었지!"

그래도 그 녀석은 못 믿겠다고 방금 찍은걸 보자고 한다.

보여줄 의무는 없지만 시비를 피하려고 바로 윗 장면을 구경시켰다.

한참 들여다 보더니 내 작별 인사에 대답도 없이 떠나갔다.

 

부츠 신은 사람은 아래에도 또 있다.

아마도 뉴요커는 아닌듯 싶다.

 

 

 

 

 

 오뉴월 도로상에서 무슨 공사가 한창이다. 더울 따름이다.

 

 

 

이 무슨 낯 뜨거운 행동인가, 땡볕에---.

 

 

 

 

자동차도 녹 다운 되어 수리공이 땀을 또 뻘뻘 흘리고 있다.

거리의 더위를 시시각각 스케치 해본다.

 

이 더위에 부인들의 복장이 과감하였으나 어느나라 풍습인지는 물을 겨를이

없었다. 하여간 복장 위반 수준이었다.

 

 

 현란한 원색의 옷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NYFD, 뉴욕 소방서는 "9-11 사태" 이후에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

거리의 소화전을 잠시 점검해 보는듯했다. 물이 쏟아지니 금방 잠궜다.

느낌이라도 시원하였다.

 

 동복과 하복이 공존하여 행진하였다.

 

  

  

 

  

 

  

  

 

 

 

 

  

더위도 잊을 겸, 오랜만에 MoMA 미술관 쪽으로 혼자 걷는 발걸음에 가속도를

넣어보았다.

 

 

 

모마 쪽 힐튼 호텔이 아주 크다. 

사실은 대각선의 "리만 브라더스"가 들어있는 큰 사무실 빌딩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경비가 나타나서 자기네 건물을 배경으로 찍지는 말라고 한다.

잘되었다 싶어서 건물 앞 청동상을 넣고 내 사진을 하나 찍어달라고 했다.

이 친구가 웃으면서 셔터를 눌러준다.

배경이 힐튼 쪽이면 괜찮다는 것이다.

 

모마는 항상 그렇거니와 이 오뉴월 더위에도 인산인해였다.

몇 번 관람을 한 본관 전시장 앞에는 줄을 설 엄두도 못내고 건너편 기념 가게로

갔다.

기념품은 물론(?) 사지않고 더위만 식혔다.

 

 

   

  

 

기념품 가게에서 무심코 벽시계를 보고 있는데 십대 여학생이 시계의 판이

이상하다고 지적하였다.

과연, 아라비아 숫자가 역순으로 배열되었는가 하면 숫자가 뒤죽박죽이기도

하였고 하나만 나온 것도 있었다.

고정관념을 깨라는 아이디어 같았다. 

 

 미술관 앞에 어울리게 난전이 몇군데 있었는데, 공예 목방 같은 이곳이 인상적

이었다.

뱅글뱅글 돌게 만든 장식물이 어릴때 생각을 묻어나게 했다.

낙동강변 깡촌의 더위 속에서 그런 소품을 5일 장날 난전에서 보고 있노라면

더위 생각도 잊었고, "아이스께끼~"하는 유혹의 소리도 귓전으로 흘려들을 수

있었다.

고단하던 시절의 추억이 맴돌았다. 

 

 

 

 

 

모마 건너편 CBS 쪽에서 직원인듯한 부인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제 발길을 돌려서 "브라이언트 파크" 쪽으로 더위 사냥을 나갔다.

이날은 FM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협찬사도 여럿이 달려서 비즈니스에 여념이 없었다.

  

 

 

공연에는 초연하고, 오로지 금강산도 식후경인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은 이 곳이 점심 식사 장소로도 그만이다.

 

 

쇠공 굴리기로 더위를 잊는 노인들도 있었다.

 

 

야외 공연장에 모인 청중들은 노래 가락에 넋을 잃고 모두 더위 사냥에 여념이

없다.

  

 

 서양의 용은 악마적이고 동양의 용은 긍정적 주술에 가깝다.

 

  

  

 모두 손톱만큼 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걸 또 손톱만큼 높게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또 서로 더위를 잊었다.

 

 

지금 무대에 올라간 사람들은 유명한 뮤지컬의 출연진들이라고 소개 되었다.

그들에 대한 관중들의 반응도 치열하였다.

옆에 물어보니 "Spring Awakening"이라는 작품의 출연진으로 지금도 공연이

성황이라고 한다.

 

 

 

 

  

 

 나도 부채를 하나 얻어서 더위를 사냥하였다.

협찬사인 Bank of America 외에도 토요타 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였다.

 

 

헤밍웨이의 초기 후견자였던, 거투루드 스타인 여사의 동상도 공원의 한켠에서

관람을 즐기고 있었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또 독서 광장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이 코너의 이름은 Reading Room이다. 

 

 

 

화장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있으랴. 

오래 전부터 이곳 화장실은 깨끗하고 요긴하기로 유명하였다.

다만 "9-11" 이후로는 위치상 민감한 공공의 건물이어서 들어가서 촬영은 하지

않았다.

문득 어느 길거리에서 받았던 "깨끗한 화장실" 설비에 관한 팜플렛 생각이 나서

여기에 덧붙인다.

 

 

 

  

 

브라이언트 파크의 화장실 까지 잘 활용하고 더위 사냥 스케치를 계속하였다.

더위 사냥이 별것이 아니다. 

아폴로 태양신 아래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작은 몸짓일 뿐이다.

 

 

 

  

  

 

 

  

 

  

 이 난전의 주인은 방글라데시 출신이었다. 사진을 찍자니까 몸을 피하고 손수레만

찍으라고 한다.

 

   

  

 

브랜드 홍보를 위하여 우리 기업이 이런데 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

한발 늦어서 공짜 아이스께끼는 이미 동이 나버렸다.

  

 

  

 바이오닉 우먼이 곧 상영된다는 광고가 뒤에 보였다.

 

 

 

   

 

 

 

  

 

 

  

 

 

 

  

  

  

  

 

 

 

  

허드슨 강 위에 광고 비행기가 떴다.

가이코(Geico)라는 자동차 보험 회사의 피알이었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멀리 조지 워싱턴 브리지가 석양에 보인다.

 

                          도시에 일몰이 오고 말복 더위도 한물이 간다.

 

(말복 이야기 끝)

'깊이 보고다닌 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모키 마운튼을 헤메며---  (0) 2007.08.27
루비 폭포와 록 시티  (0) 2007.08.24
강변과 도심 스케치  (0) 2007.08.10
테네시 멤피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0) 2007.08.08
프렌치 쿼터  (0) 200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