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문화의 파편들

구월에 반추하는 여름

원평재 2007. 9. 1. 05:09

구월이 왔다.

아직도 잔서(殘暑)니 노염(老炎)이니 하는 구월 땡볕이 남아있고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는 시월의 무더운 날도 예감되지만

하여간 구월이 왔다.

아침 저녁의 냉기를 느끼며 여름을 반추해본다.

 

아직 여름이 남아 있어서 강북 도심으로 진출하였다.

뜨겁게 쏟아지는 열기를 "백열(White Heat)아~, 놀자!"라고 성가시게 좇아가니

여름은 할 수 없다는 듯,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유명한 장터 국밥 집에서 한 그릇을 말아달라고 하여 혼자 먹는데 낯 모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려와서 찬 막걸리를 반주 삼아 먹고 마신다.

낯 술의 유혹을 기력 탓으로 방패삼으니 뜨거운 햇살이 그제서야 "용용 죽겠지---",하고

약을 올린다.

 

 어느새 청춘이 골목길에 틈입하여 더위와 대적해 준다. "풍덩!" 물소리라도 들리는듯 하다.

 

 

 

 "정갱이"인지 "삼마"인지 "꽁치"인지, 고갈비(고등어 갈비)인지 골목에서 구워주는건 폭염이나

엄동설한이나 가리지 않고 다 맛이 있었지---.

 

 

 

 

 

 

 

 

 마릴린 먼로도 이 더위에 골목 속에서 졸고 있다.

 

 

 부채를 고르는 마음들---, 더위와의 전쟁이 아니라 공존이다.

 

 

 

 

 

 늦은 점심을 아줌마가 머리에 이고 배달에 나섰다.

  

  

 윤동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곧 만주 벌판, 용정으로 연길로 몰려갈 것이다.

그곳에서 별을 헤는 행사가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그림자도 생겨나기 힘든 시각에는 사진발도 먹히지 않는다.

수녀님도 머리 위에 햇볕 가리개 모자를 쓰셨다.

 

 

 

 이웃 조계사 쪽에서 흘러나왔는가, 불동(佛童)들이 도심의 이 곳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한낮의 숙제는 "소설"이었다.

소설이 무엇이냐, 아니 무얼하는 곳이냐---.

술집도 밥집도 아닌듯한 이 공간은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그냥 골목 공간에 덩그렇게 메달려서 진정한 공간을 흉내내고 있는건지---,

 

   

 

 소설이란 무엇인가---.

진정 존재하는 공간이란 말인가---.

저기 보이는 문고리는 결코 딸 수 없었다.

내부는 어떤 우주 속의 매질(媒質)과 같은 것으로 가득찬듯 하였다.

 

 저기 보이는 아해들도 사뭇 소설의 존재가 궁금한듯, 무얼 적으며 돌아다녔다.

 

 어느 틈에 소설, 아니 "소설 공간"은 실제적 존재 공간으로 다가왔다.

 빗겨들어간 햇살을 받아서 그림자도 이쪽으로 선명하게 드리웠지 않은가.

유령이 아니라는 정황 증거이다.

하지만 지금 사진으로 판독컨데 이 글자 실루엣도 만들어 놓은 장치같기만 하다.

이날 더위를 먹은 것 같다.

 

  

 내 친구가 하는 큰 회사가 겸손하게 조금 얼굴을 내밀었다.

신선같은 노옹(老翁)이 더위를 아우른다.

 

 

 이 모녀는 일본 사람들이었다.

 

 

 

 

  

 

  

  

 

  흰 옷 입은 배달 겨레는 누구일까?

들어보니 이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였다.

 

  돌실나이는 무엇일까?

 

아이스 콘의 행방---.

 

 

 

 

 

  

 

 

  

 

 

 

 

  

  

  사진 작가가 위에서 작품을 찍고 있다.

 

나중에 살펴보니 사실은 종로구청 사람이 공무 수행중이었다.

 

 

 

 

 인도가 최고야~~~. 인도인들의 잡담을 귓전으로 들었다.

더위 속의 무슨 현현(現顯-에피퍼니) 같았다.

 

 

 

  

 

  

 

 

 

 

 

 

 

 

  

  

 이런 장면은 없었으면 했는데, 끝내 보고야 말았다.

 

 

 중국 관광객들 옆에서 라면 봉지를 꺼낸 사람의 거취가 애매모호했다.

 

 

 

  

  

 

 

 

 종로에서 살수차가 더위를 식히고 있었으나 연인들의 모습은 더위를 초월하였다.

어쨌든 물을 뿌리는 차를 보고나서, 나도 더위와의 숨바꼭질을 마쳤다.

 

이제 구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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