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문예 진흥 기금에서도 지원금이 나오고 몇몇 문화 단체에서도 보조금이
나오지요. 서울 시에서도 나오구요.
그런 돈들이 전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였는데 요즈음은 고루 조금씩 나누어 주는
정책으로 바뀌었는데 잘된 것 같아요.
보통 연극 한편 올리는데 이천 오백만원 쯤 드는데 지원금이 천만원만 나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 낼 수가 있거든요---."
"에게, 고작---."
또 윤 사장 사모님이었다.
"연극 한번 가보셨나요?"
남지희였다.
"그게 모두 강북에 있어서---, 차 놓을 데도 마땅치 않고---."
사모님이 어물거렸다.
"요즈음은 청담동에도 몇군데 생기고 대학로 연극계의 남진 정책이 시작된지도
벌써 여러해 되었는데요."
여배우의 말에 이번에는 윤사장 사모님이 바둑으로 치면 장고에 들어간듯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 그녀가 회심의 포석인양 말문을 열면서 판세를 뒤집으려
하였다.
"연극 배우들---, 가정이 복잡하잖아요? 가정이 중요한데."
"글쎄요, 가난하다는 점 빼고는 다들 건전해요. 요즈음 돈 조금 있다는 졸부들의
생활 보다는 모두 퍼펙트한 생활일걸요.
성실한 삶들이 존경스러워요.
아 물론 모두들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삶이지요. 돈 버는 일에는 다들 모자라요.
그러니 돈이 되지 않는 연극 같은 일에나 매달리고 빈털털이가 되는 투자를
하겠지요.
제 큰 아이가 카이스트에 다니는데 엄마는 나사가 좀 빠져서 존경스럽고
사랑스럽다는데요---, 호호호."
대마는 불상전(大馬 不相戰)이라고 했던가, 너무 큰 대항마를 만나서 사모님이
고전을 하게 되었다.
"남지희 씨라면 나도 무슨 문예지에서 읽었는데 부군이 외국계 투자 은행의 한국
지점 CEO이시던데---. 그 분이 맞지요?"
"부끄러워요. 좋은 점만 맨날 소개 되고 그래요. 지난번 아우어 타운을 연기하면서
생각이 많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마을은 그렇게 탄생, 성장, 갈등, 화해,
그리고 pass away가 모두 적절히 안배되어있는 일종의 유기체 같은게 아닌가,
그곳에서 나는 무엇이 되어서, 아니 무엇이 되려고 살아가나---.
아우어 타운 속에서 우리 개인적 가정의 의미는 또 무엇인가,
그런 명상을 하게 되더라구요."
"아, 중요한 말씀입니다.
나도 인생 전부를 현대 상사에서 보내고 전무까지 하다가 나왔는데도 며칠 전에
여기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에 들렀을 때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물론 대부분이 여기 미국인들이거나 교포 출신이라는 탓도 있겠지만---.
진작부터 그런 세태를 알고 있어서 나는 인생의 성취를 사람간의 관계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내 개인적 만족 속에서 달성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요즈음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못하고 지내온 음악, 특히 재즈 음악에 심취
하고 있답니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하필이면 가볍고 쾌락적인 재즈인가요?"
윤사장 사모님이었다.
"재즈의 근원을 아시면 그런 말씀은 못하지요.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재즈는
흔히 생각하듯이 그렇게 표피적이고 불온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재즈가 블루스에서 나왔다면 놀라실겁니다.
재즈에는 흑인들의 애환이 모두 녹아들어있습니다. 이때 느끼는 슬픔과 한의
측면은 흑인들의 운명에서 녹아나온 페이소스에 기반을 두었고, 또 한쪽 편
즐거움의 측면이라면 아마도 이승에서는 결코 얻거나 맛볼 수 없는 환상 속의
환희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재즈의 본질에 대한 교과서 적인 설명을 지금 여기에서
기억으로만 하기는 불가능하고 또 이 윙윙거리는 자동차 안에서 이야기를 길게
나누기도 뭣합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재즈 카페로 시간이 되실때 한번 들어오셔서 이론과 실제를
모두 맛 보시면 재즈의 본질도 터득하고 앞으로 재즈를 더욱 깊이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부 문화도 맛보시고---.
제 카페 주소는 www.onjazz.co.kr 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의 카페 주소를 받아 적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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