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딕시랜드의 그녀 (7)

원평재 2007. 9. 15. 22:14

29893

 

"저기 오른쪽 울긋 불긋한 일대가 프렌치 쿼터입니다. 우리 말에  홍등가라는

표현도 있지만 그런건 결코 아니지요.

하여간 환락가라는 데가 어디나 느낌이 좀 요상하지요.

하여간 여기가  재즈의 고향입니다."

가이드가 안내의 말씀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인터넷 재즈 카페를 운영하는 현대 그룹 출신, 정 사장이 얼른 말을

가로챘다.

 

 

"가이드 선생! 재즈는 그냥 환락의 음악이 아니라고 내가 초장에 이미 여러분께

설명 드렸지요.

그러니까 우리 가이드는 우선 재즈를 가장 클래식하게 연주하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 해야하고 그 다음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재즈를 연주하는 곳으로 또 우리를

안내해야 할 것이오."

그는 재즈의 발상지이자 본 고장이고 어떻게 보면 그에게는 성지와 같은 이

엄청난 곳에서의 예상 가능한 수 많은 기회를 편향된 시각으로 서뿔리 놓쳐서는

결코 되지 않겠다는 우려에 가득한 식으로 가이드에게 주의를 주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정식 연주장과 길거리 연주패들을 다 보여드릴께요."

"길거리 연주패라는 식의 표현으로 매도할 일이 아니라니깐. 사실은 그들이 더

위대한 연주자들일 수도 있어요.

재즈 뿐만 아니라 사실 일류 팝송 연주자들 중에도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니까요.

그리고 그게 뭐 큰일날 일도 아니고---.

콩나물 대가리를 몰라도 이들은 분위기만 통해도 금방 손발과 호흡을 맞추어

척척 연주를 해내는 거짓말 같은 불가사의가 여기 존재한다니까---.

내가 다 교과서적으로 읽은 이야기들이지요.

'위대한 악보는 없어도 위대한 연주는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지요."

 

"네, 실내의 공식적인 연주 보다 저기 앤드루 잭슨 공원 가에서 연주하는 패들이

악기도 훨씬 더 많던데요---."

가이드가 지식이 짧아서 죄송하다는 듯이 쩔쩔맸다.

"아, 그 유래는 이래요. 원래 프랑스 사람들이 이곳을 미 합중국의 건국 초기에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게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되었을 때 프랑스 군대는 해산을 하게

되었고 군악대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어요.

그걸 정말 거리의 악사들이 줏어다가 재즈 밴드를 구성하였다 이런 말씀이지요.

그 이후 남북전쟁 때에는 남군이 패해서 또 군악대가 풍비박산하자, 길거리

악사들이 그걸 모두 수거해서 재즈 음악을 연주했다, 이런 말씀이지오.

그래서 재즈 음악의 구성에 브라스 밴드가 다 들어가 있지요."

재즈 카페 주인장의 설명이 격정을 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여기 프렌치 쿼터 말고 프렌치 마켓이 따로 있소?"

배 교수가 격정적 분위기 속에서 겨우 모기만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였다.

"아, 그럼요. 프렌치 쿼터의 한 쪽에 벼룩시장 규모 보다는 훨씬 크게 프렌치

마켓이있지요. 그 곳의 역사는 한 이백년 된답니다."

"거기서 좀 머물러야 될텐데---."

"왜요, 당신도 무슨 명품 사실 일 있어요?"

배 교수 부부의 대화가 오고갔다.

 

 

 

"내가 왠 명품이야. 관광 안내에 보니까 거길 꼭 보고 오라고해서---."

배 교수가 어물어물했다.

"아, 네 그곳은 명품과는 거리가 먼 마켓이지만요, 꼭 보셔야합니다.

거길 빼면 안되지요.

다만 사모님들은 그 윗쪽 길로 가셔서 정품 명품을 보시고 사장님들은 벼룩 시장

구경을 하시는게 좋겠네요. 전부 다 함께 보시기에는 시간이 빡빡하거든요. 

그러니까 자유시간으로 생각하시고 돌아다니십시오. 시간은 한시간 반가량

충분히 드릴께요."

"두 시간은 줘야지."

배교수였다.

"네, 그러지요." 가이드였다.

 

그들은 미시시피 강변을 잠시 함께 산책하고 남자 셋은 곧장 '프렌치 마켓' 쪽으로

내려갔다.

부인들 네사람은 정말 벼룩 시장같이 길고도 좁은 프렌치 마켓을 버리고 곧장 큰

가게가 늘어서 있는 다른 곳으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서 몰려갔다.

 

 

 

두시간의 자유시간이 이제 그들 앞에 놓이게 되었다. 

다시 모이는 장소는 이 도시에 뉴올리언즈라는 이름을 선사한 오르레앙의 처녀,

잔 다르크가 황금빛 갑옷과 투구를 쓰고서 마상에 높이 앉아 있는 인근 작은

공원의 기마상 앞이었다.

배 교수가 가이드에게 미리 귀띔을 해놓아서 성사가 된 시나리오이긴 해도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벼룩 시장이라는 표현을 받는다면 단연코 억울한 규모의 큰 '프렌치 마켓' 중간

쯤에서 성정애는 난전을 하면서 마치 그렇게 약속이 다 되어있다는 듯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남자 두사람은 취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모두 흩어진 후였다.

 

(계속)

  

 

 

 

   

  

  

'팩션 FA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딕시랜드의 그녀 (9-끝)  (0) 2007.09.19
딕시랜드의 그녀 (8)  (0) 2007.09.17
딕시랜드의 그녀 (4)  (0) 2007.09.09
딕시랜드의 그녀 (3)  (0) 2007.09.07
딕시랜드의 그녀 (2)  (0)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