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양이(The Black Cat) 감상
A. 서술기법을 통한 주제 분석
서술기법으로 분석해 볼 때, "The Black Cat"은 "The Tell-Tale Heart"나
“Ligeia”처럼 믿을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가 등장한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교묘한 자기 방어의 논리를 꾸며댐으로써
오히려 화자가 점차 이상심리로 접어들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The Black Cat"의 화자도 서두에서 그러한 말을 한다.
이 작품은 결과를 알고 있는 내일 죽을 운명에 처한 화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다.
화자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화자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다고 되풀이해서 말하면서,
이야기를 설명할 때에도 끔찍한 이야기의 원인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인
“도착 심리", 즉 “비뚤어지려는 충동 (the spirit of perverseness)"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는 자기보다 좀더 차분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말할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causes and effects)"를 질서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도 말하여서 자기가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즉 화자 자신이 쉽게 흥분하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과, 화자가
하는 이야기는 "원인과 결과"가 없는 황당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눈물을 흘리며
고양이를 나무에 매달아 죽이면서 화자는 살해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놈이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았고 나에게 아무런 공격할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을 내가 느꼈고 내가 그놈을 죽이는 것이
죄를 짓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양이를 죽이는
(... because I knew that it had loved me, and because I felt
it had given me no reason of offence... because I knew that
in so doing I was committing sin...)" 이유로 삼는다.
그러면서 화자는 이것을 "도착 심리"(PERVERSENESS)라고
부연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하고 법은 지켜야 gks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죄를 짓고 싶고 법을 어기고 싶어지며
악을 위해 악을 저지르게 되는 강박관념과 내적 충동을 토로한다.
화자는 벽을 제외한 집의 모든 부분을 태워버린 화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 하지 못한다.
그래서 화자의 도덕적 무감각은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왜냐하면 "The Fall on the House of Usher"에서 저택이 무너지는
것과 Roderick Usher의 죽음이 연관성을 가지는 것처럼,
"The Black Cat"에서 화자의 집이 불타는 것은 곧 화자의 도덕의식의
붕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James Gargano도 ‘Perverseness'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화자의 의식 이면에는 방탕한 생활의 영향으로 점차 약해지는
화자의 도덕의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The Black Cat"은 ‘Perverseness'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악에 탐닉하는 화자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신의 행동에서 도덕적인 의미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 작품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처음부터 화재가 발생해서 집이 타는 부분까지이며
두 번째 부분은 Pluto를 닮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장면부터 끝까지
이다.
첫 부분에서는 화재에 관한 화자의 언급을 통해 화자의 도덕의식의
붕괴가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두 번째 부분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증오가 살인으로 까지 연결된다.
특히 처음 고양이의 화신이나 재생으로까지 볼 수 있는 두 번째
고양이는 그의 아내를 죽이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데 그는 아내의
살해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만큼 고양이의 문제에 천착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작품의 화자는 죽을 무렵까지 자기가 몰락한
운명의 근원이 도덕의식의 부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화자의 주장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모순이
드러나며 악을 저지르려는 어쩔 수 없는 인간본능에 의해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 그러한 악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화자는 정확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는 무절제와 알코올 중독의
자기탐닉에 빠져 있고 자기 파멸에 이르기까지 계속 환상에 빠져
행동한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무의식적인 이상심리와 새디즘에
사로잡힌 화자가 극도의 공포심에 굴복 하고 마는 패배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양이의 비명소리, 하얀 벽, 아내의 시체, 그 위에 놓인
빨간 입과 부릅뜬 외눈을 한 검은 고양이의 모습 등이 절묘한
효과를 자아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