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오카 돔과 타워 **
후쿠오카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 두장이 내 손에 들어온건
작년 어떤 송년회 모임에서였다.
그 모임에 속한 항공사 임원이 내놓은 경품에 내 행운권 번호가
뽑혀서 문자 그대로 행운을 움켜쥐었던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행운에는 흔히 근심도 따르듯이 행운의
비행기 표가 손에 들어온 다음부터 이런저런 심려가 머리 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우선 여행은 단체로 떠나는 것이 단순 비용 대비,
가장 경제적이지 않던가---.
더우기 후쿠오카라니, 무슨 연고도 없는 곳에 며칠간,
무슨 목적으로 여행을 해야하는가,
일본어도 알지 못하고 온천욕에도 별로 익숙지 못한 습관인데.
편의성으로 따져보아도 그룹 투어 가이드의 깃발 따르는
것 보다 여행에서 더 쉽고 편한 방식이 있으랴.
하긴 세계 일주를 편안하게 단체로 하고 온 관광객에게
신문사의 기자가 무얼 보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깃발만 보고 왔다던가---.
이때 사업을 하는 가까운 친구가 유혹하였다.
그 비행기 표를 넘기면 저녁을 크게 사겠다고.
몸과 마음이 휘청하는 순간에 아내가 제동을 걸었다.
행운권을 팔아넘기면 행운을 파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과용이 되더라도 코 앞에 닥아온 자기 생일을
후쿠오카에서 보내자는 제안이었다.
마침내 여행의 목적이 창출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아내는 내 마음이 흔들릴까봐서 그런지 내친 김에 직접
전화로 교환권 예약을 해놓았고 떠날 날짜 사흘전에는
내가 탑승권을 받으러 공항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맙소사.
예약된 좌석이 비즈니스가 아니고 이코노미 석이 아닌가.
지리한 책임 공방이 오고 갔고 항공사 쪽에서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예약 녹취록을 장치해 두고 있다면서
나를 앉혀놓고 지금 본사 녹취실로 확인을 하는 중이란다.
삼십분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항공사의 예쁜 여직원은
녹취 내용에도 비즈니스 클래스 언급은 없다고
본사에서 온 확인 결과라는 전화 내용을 내게 앵무새처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 아가씨는 조심스레 날짜를 변경하라고 권유
하였으나
생일을 변경할 재주가 있으면 모를까 말도 되지않으니
웨이팅 리스트에도 올리지 말라고 나는 무겁고 낮은 음성으로
예쁜 얼굴에 면박을 주고나서,
회사 임원에게 알리겠다는 엄포를 끝으로 던지고 나와버렸다.
다음 날 오전 중이던가, 항공사에서 다급하게 전화를 하였다.
자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임원 공갈이 통했나, 의자를 새로 더 넣었나.
어쨌든 나는 다시 후쿠오카 하이야트 리전시 호텔로 부랴부랴
연락을 해서 취소했던 예약을 되돌리고 스케줄을 다시 짰다.
스케줄을 다시 짰다니까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법석 통에
한번더 생각해보니 애초의 2박 3일이 너무 쓸데없는 낭비같아서
1박2일로 심플하게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새벽에 떠나서 다음날 밤중에 오는 간편 일정은 이렇게 탄생
하였다.
이 불경기 난국에 무슨 살 판이 났다고 공항은 골프 클럽을
신분의 과시처럼 둘러맨 사람들로 새벽부터 북적거렸으며
비즈니스 클래스도 만석이었으니
얼마전에 솥두껑 들고 데모하던 어떤 풍경이 공연히
눈에 어른거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