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후쿠오카의 "후유노 소나타(겨울 연가" (4-2)

원평재 2005. 2. 4. 09:38


후쿠오카 공항에서 중심지인 하카다 역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이 모두 두 정거장이어서 우리는 다가온 버스에
얼른 올랐다.


후쿠오카는 처음이었으나 전에 단체로 일본 일주도 한 바가 있어서
태연을 가장하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버스 기사가 우리 쪽을 보고
무어라 친절하게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막연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앉아있는데 마침 옆에
앉아있던 40대의 신사가 친절하게도 우리말로 승강구에 있는
박스에서 출발지를 알리는 티켓을 먼저 뽑으라고 한다.
"저도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서너차례 여길 들렀지요.
그래서 이 동네 시스템을 좀 알고 있답니다---.
여기는 거리 병산제라서 출발지가 중요하지요"


아이구, 운이 좋구나!

"여기 무어가 좋아서 자주 오시나요? 여행에 참고가 될까해서
물어봅니다만---."
내가 조심스레 그의 여행에 참견하였다.

"이쪽에 한 반도와 연결된 유적지들이 좀 많구요---,
그리고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에 요금도 싸고---, 그래서
최근에 자주 오게되었지요."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후쿠오카 관광 자료들을 꺼내서
우리 부부에게 주었다.


이 곳 공향에서 얻은 자료는 모두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그는 서울에서 나온 우리말 안내
자료를 잔뜩 갖고 있었다.

 

"후쿠오카에는 시티 투어 버스가 있어서 세군데로 관광 버스
라인이 있으니 한번 이용해 보십시오.
하긴 그런 것 보다는 후쿠오카 타워와 야구장인 후쿠오카
돔을 택하여서 천천히 직접 밟아 보시고 바닷가도 거닐어
보시지요."
중년 신사가 압축해 주는 안내 말이 고립무원의 무모한
여행객에게 천군만마의 도움이 되었다.

 

두 정거장은 잠깐이어서 우리는 하카다 역에서 함께 내렸다.
그는 시티 투어 버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곳을 가리키며
지금이 아침 열시이니까 어쩌면 오전 투어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다시 한번 친절을 베풀고 나서
우리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자기 갈길을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 모습이 쓸쓸한 보헤미안 같아서 지향없는 우리의 발길에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시내 버스가 많이 다니긴 했으나
관광 버스는 그림자도 없어서 우리는 우선 숙소인 하이야트
리전시 호텔부터 찾기로 했다.
그 보헤미안 신사에 따르면 하이야트 호텔도 그 시티 투어 버스
방향에 있을듯 하다고 했으나 호텔은 그림자도 없었고,
마침내 엉터리 일본어로 주위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
호텔의 위치는 정반대임을 알게 되었다.


 

하카다 역은 남북으로 중앙이 툭 터진 거대 건물이어서
우리는 그 통로를 통하여 반대편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때 마침 보헤미안도 우리가 있는 쪽으로 계면적게 웃으며
걸어왔다.
그도 나름데로 목적하던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잘못 갔던
모양이었다.

 

10분 가량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으나 열두시 체크인 시간은
아직 멀어서 우선 짐을 맡기고 나와서
저 유명한 "후쿠오카 라멘" 집을 찾아나섰다.
큰 건물의 지하 2층에 있는 "일향(一香)이라는 라면집은 역시
일본 식의 표상 같았다.


 

우선 식단(메뉴)표가 입구에 자동 판매기에 붙어 있어서 주식단인
라멘과 기타 양념자료를 추가하여 클릭하면 총액이 나오고
거기에 맞추어 지폐를 넣으면 쿠폰이 나오는 식이었다.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한사람씩 줄을 서서 이 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럿이 온 경우는 거의 없고 모두 각각 자신의 점심을 외롭게
해결하고자 굳게 입을 닫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울고싶도록 슬퍼보였다.

 

자동 판매기로부터 쿠폰을 받아서 들어간 곳은 더 가관이었다.
마치 독방 감옥에서 배식을 기다리는듯, 일열로 된 좁은 칸막이
식탁에 옆으로 나란히 앉으면 앞에는 구멍이 빠끔히 뚫려 있고
헝겁으로된 차양이 있는데 그리로 표를 넣으면 라면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종업원의 손만 보이고 말도 소용이 없어서 익히는 정도나
양념의 다과는 모두 미리받은 종이에 체크를 해서 주문 쿠폰과 함께
디밀게 되어있었다.
말이 필요없었다기 보다 말이 개입할 공간이 없었다.

 

 

 

 

음식은 요란한 관광 안내 책자 속의 소개가 무색하게 느끼하고
무미한, 한마디로 형편없었다.
이건 일본 음식에 익숙지 않은 것과도 달랐다.
돼지 고기 뼈를 세번에 걸쳐서 삶은 다음 면발을 넣었다니까
느끼한 그 맛이 정직한 자기 냄새일 수 밖에---.
값도 기본이 650엔이니까 6500원 이상,
5000원짜리 서울 뒷골목의 설농탕이 천상의 음식으로
반나절 만에 이미 그리웠고,
이 곳은 밥먹는게 무슨 형벌을 치루는듯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