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앉아서 보는 남자, 서서 보는 여자

원평재 2008. 3. 20. 20:22

 화장실 혁명을 표방하며 "세계 화장실 협회(The World Toilet Association; WTA)"가

결성된지도 4개월이 지났다.

60여개국이 참여한 WTA는 본부와 부설 연구소를 한국에 둔 국제기구로 자리를 잡았고

차기 행사 주최국은 중국으로 총회에서 결정되었다.

최근 기관지 Toilet World가 창간되었는데 필자도 졸문을 기고하였다.

세계대회 당시 16만 조회수로 히트(?)를 쳤던 여성 소변기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회 참관기를 작성하였다.

* 우리말은 사진 아래에 있습니다.

 

 

 

 

앉아서 보는 남자, 서서 보는 여자(WTA 창립총회 참관기)

 

보건, 위생, 공학, 문화, 심지어 Gender 문제에 이르기 까지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2007년 11월 21일, 성대하게 막을 올린 WTA 창립총회는

5일간의 역동적인 행사 끝에 “서울 선언문”을 채택하면서 뜻 깊게 폐막

하였다.

 

“아름다운 화장실운동 심포지엄”이 1998년, 당시 심재덕 수원 시장의 주도로

 개최되면서 “공공 화장실”에 대한 범국가적 관심이 일어나는 최초의 계기가

되었는데, 2002년 월드 컵 경기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 운동은 크게 실제적

기여를 하게 된다.

이어서 이 운동은 국회로 진출한 심재덕 의원의 예지와 추진력으로 2006년에는

“세계 화장실 협회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세계화를 위한 국가적 아젠다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사실 우리나라는 OECD 기구의 일원이 되면서,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했으나 국제적 리더로서의 구체적 위상 정립 방안에는 목말라한 것도

현실이었는데,

심 의원이 제창한 이 운동은 국가 발전사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시의적절한

방법론의 하나로 대두하게 되었다.

 

이 운동은 사실 제창되자마자 누구나 “아! 바로 이것이다”라고 탁견을 놀라워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실천적 단계로 들어가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나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수 없는 특별한 일이기도 하였다.

비유하자면 “컬럼버스의 계란”처럼 참신하면서도 실제적 추진력, 조직력,

예지 등은 아무나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역사적 쾌거와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세계 화장실 총회 조직 위원회”가 구성 되면서 인류사 초유의 이

과제는 한걸음 한걸음 착실하게 진행되어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창립총회라는 이벤트로 결실을 이루었는데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모인

대표들은 “친환경 학술 워크샵”과 “국제 화장실-욕실 엑스포”를 국제회의로

진행하여서 세계적 미디어의 관심을 모으며 전 세계로 타전되어 나아갔다.

 

“세계 화장실 총회”라고 하면 혹시 공학 기술적 접근만이 위주가 되는

운동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인문, 사회, 문화적

측면에도 깊은 고려가 있었던 것은 필자처럼 대학의 인문학자가 “자문 위원”

으로 참여된 사실에서도 반증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 정신은 이번 학술 세미나의 프로시딩에도 정리되어

있거니와 그러한 내용의 집대성이 “서울 선언”으로 선포된 친환경 생명주의

정신이 아닌가 한다.

 

창립총회를 전후하여 필자에게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탄생한다.

아침부터 늦게 까지 행사에 참석하고 귀가를 한 둘째 날 저녁에 필자는 내 개인

블로그(blog.daum.net/mokwon100)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날, 하루의 조회 수가 무려 “12만”이 아닌가. “1200”이어도 놀랍고

“일만 이천”만 되어도 사건일 수 있는데, 120,000이라니!

필자는 그동안에도 블로그에 이 운동을 틈나는 대로 올렸고

“세계 화장실 대회”가 열리기 전후에는 이 세계적 행사와 화장실 문화운동에

대한 내용을 몇 차례 연속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날은 특별히 “국제 화장실-욕실 엑스포”를 화보와 함께 집중 조명한 것이

대박(?)을 터뜨린 모양이었다.

 

이날 블로그 기사는 “여성 소변기의 등장(세계 화장실 협회 총회)”라는 제목을

달고 나갔는데 마침 “엑스포”에 출품된 다양한 제품 중, 여성이 서서 간편하게

소변을 볼 수 있는 기구랄까, 설비가 있어서 사진과 함께 해설을 곁들인

것이었다.

필자는 이 “서서 보는 여성 소변기”가 “페미니즘”의 한 표현이자 시대정신의

반영이 아닌가 하는 소감을 달았는데 네티즌들은 벌떼처럼 하루 만에 여기에

10만 명 이상이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페미니즘 사상이라면, 서구에서는 이미 산업화가 시작되던 19세기 말부터

문학과 철학 등의 분야에서 지적, 사상적 논쟁으로 불이 붙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전투적 여성주의”라는 이름으로 그때까지 남성이 우위를 점유하던

모든 사회적 위치를 여성이 원시 모계사회 때처럼 되찾아 오자는 주장까지

나왔을까---.

오늘 날에는 “성의 차이”라는 것이 생물학적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다름 아니라며 “양성 화합적” 관념이 사상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남녀 간의 성별 차이를 표시할 때에도 sex라는 표현 대신에

gender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은 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성적 사상의 흐름과는 별도로, 필자의 기사를 본 블로거들은

아직도 자신이 속한 성의 관점에서 여성 소변기에 관하여 서로 공방전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남존여비 사상”까지는 몰라도 남녀가 유별하다는 고정관념을

고수하는 남성들의 고집과 이를 혁파하려는 여성 측의 극심한 저항정신

같은 것이 상존하여 갈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지금 여기에서 이 논쟁에 불씨를 되살리거나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자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이 주제는 감성적으로는 또 하나의 “영원한 논쟁”에 다름 아닐 것이다.

“양성 화합”이라는 이성적 결론과는 별도로---.

 

아무튼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재미있고도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제 21세기에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남자는 앉아서 보고 여성은 서서 보는”

쪽으로 관습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왜 남자는 앉아서 보아야 하는가?

남자가 서서 소변을 보면 수많은 기포가 튀어나와서 화장실의 벽과 바닥에

묻어 있다가 어린이나 병약한 사람이 사용할 때에는 수인성 전염병 같은 것을

촉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변에 함유된 영양소에는 공기 중의 병원균이 들어가서 서식하며

기회를 노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남성은 앉아서 소변을 볼 일이다.

 

한편 여성은 “서서 보는 여성 소변기”의 개발과 함께 일상에서의 높아만 가는

그녀들의 목소리만큼이나 점점 더 편리한 높이를 확보하리라는 전망이다.

 

아무튼 필자의 블로그는 그 다음 날에도 계속 하루 1만 명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화장실 협회 창립총회 관련의 종합조회 수를 대략 “15만 번”

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에피소드와는 별도로 이제 “세계 화장실 협회”는 세계적인 기구로 그

위상을 굳혔고 2년 후에는 이웃 중국의 강력한 희망에 따라서 북경에서 대회를

이어받을 것이다.

 

“화장실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라는 창립총회의 슬로건은 더욱

그 빛을 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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