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가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일이 있어서 입학식장에는 가보지 못하였으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가 의미심장
하였다.
이야기에 따르면, 영어 유치원을 보낼 때는 우리나라 신생아의 남녀 성비 그대로
당연히 남자 아이가 많았는데
이번에 공립 초등학교를 보냈더니 놀랍게도 여학생이 더 많더란다.
이 이상한 현상에 해석은 여러갈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영어 유치원에서는 학급 당 학생 수도 최대 열명 이내였는데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한 반이 34명이고 남아 15명, 여아 19명으로 단연코
여학생 강세더라는 것이다.
유치원 졸업식 사진
학부형의 입장에서 놀란 마음을 추스려 현상을 분석 해보니
극성 부모들이 특별히 남자 아이 위주로 조기 유학을 보냈고
국내에 있는 외국인 초등학교에도 역시 남아 중심으로 넣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립 초등학교로도 남아를 많이 보냈을 것이란다.
남녀 성비가 현실과 달리 이렇게 비틀려 있는 문제 말고도 학급 학생 수가
외국인 학교나 사립학교에 비하여 너무 많다는 것,
소위 콩나물 시루 교실이라는 것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보니 조기 유학이나 불법 외국인 학교 취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기 유학이 이제는 뭐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한다.
태평양을 건널 필요도 없이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너 칭타오나 연태만 가도
국제학교가 많아서 미국으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싼값에 한-중-영어로 수업을
하는 기숙학교를 골라서 보낼 수 있는 모양이다.
아직도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서 남아만 주로 조기 유학을 보냈을까
내가 지레짐작을 했더니,
그런 이유 보다는 여아는 아무래도 부모의 품에서 내 보내기가 힘들지
않았겠느냐고---.
내 생각이 고루하고 짧았던 모양이다.
딸네가 모두 부부 의사에다가 사위는 의과대 교수인 탓에 항상 바쁘게
살다보니 정작 자식 교육에는 등한히 했다고 탄식이 크다.
내년에는 연구년을 신청하여서 아이들을 다 끌고 나갔다가 들어올
모양이다.
그런 계획이 미리 있어서 이렇게 등한히 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식들의 계획에 우리는 초연한 눈길을 보낸다.
자식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게 지혜롭다는 것은 이제 글로벌한 진리가 되었다^^.
또하나 놀라운 일은 아까 그 34명의 학생들 중에서 보호자와 학생의 성씨가
다른 경우가 8명이나 된다고 한다.
미혼모, 이혼 세태의 반영인 모양이다.
신체 발육도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1학년 학생들의 키가 담임 선생님을 육박하는 경우도 많고
6학년의 경우, 선생님의 키가 학생들에게 파묻혀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입학식이 끝나서 나오다 보니 학원차가 학교 주위에 미어터지고,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 수영 등등의 선전 문구도 놀랍더라고 한다.
하긴 어느날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는데, 선생님 모양의 어른이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걸 본 적이 있다.
구령이 엄청나게 컸는데 우리 정서가 아니었다.
"고고고, 무브 무브 무브" 이러는 것이 아닌가.
박찬호 선수 같은 사람이 잠시 귀국하여 무슨 이벤트를 하는가 무심코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이제 운동장 사정도 국제화가 된 모양이다.
그렇다고 국수주의를 부르짖으며, "우리끼리 행복해요" 이럴 수 만도 없지 않겠는가.
엊그제 어떤 TV에서 보니 국내에 40개 가량의 초-중등 외국인 학교가 있는데
남미의 에콰도르인가 하는데에 가서 닷새면 영주권을 따고와서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넣을 수 있다니, 놀랍다.
셈을 내는게 아니라 불법이 문제이다.
전부터 3000만원 전후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돌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초등학교에 붙은 현수막, "입학을 축하합니다".
같은 신입생 이야기이지만 화제를 좀 바꾸어 본다.
지금은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의 입학 사정이 끝난 시점이기도 하다.
수많은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들이 미국의 대학원에서 올 입학 통지서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요즈음이다.
보통 4월 초까지 가는 합격 통지가 금년에는 엊그제 부터 메일과 전화로
일찍 통보되고 있다한다.
늦은 통보로 지원자의 애를 태우던 하바드, 프린스턴 같은 데에서도
금년에는 지금 연락들이 온다고 한다.
하바드와 같이 최고 일류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자랑스런 청년들은
자신은 물론, 가문의 영광에도 기여를 한 셈이고,
더 많은 젊은이들은 좌절 속에 다음을 기약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 새 봄과 함께 희망의 신학기가 또 시작 되었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금강이 보이는 GP에 서다. (0) | 2008.05.26 |
---|---|
앉아서 보는 남자, 서서 보는 여자 (0) | 2008.03.20 |
동곡의 글과 만난 사람들 (0) | 2008.03.13 |
스칸디나비안 클럽의 옆 (0) | 2008.03.10 |
장강의 앞 물결을 뒤 물결이 밀며 (0) | 2008.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