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친구를 떠나보내고---.

원평재 2008. 5. 30.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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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중학교 때의 동기이자 향우를 보내며 적은 조사입니다.

 

크게 벼슬한 사람도 아니고, 농부이기도 했던 그가 세상을 떠나자

경향 각지와 국내외로 애도의 물결이 쇄도하였습니다.

 

따뜻한 정으로, 매사에 조급하지 않고 여유있게 살다가 간 고운 마음씨의 족적이

그렇게 대단한 줄을 그가 떠난 후에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弔辭

 

친구여~~~.

 

자네가 새벽녁에  세상을 떠나던 날은 광풍이 몰아쳤고 어제는 또 폭우가

하루 종일 내리더니 오늘은 맑은 날로 바뀌어 작별을 위한 3일간의 의미를

하루 하루 하늘도 헤아려주신 것 같구나---.

 

학창의 인연으로 따지자면 반세기,

치열했던 사회생활의 후반에 우리가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말마다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하던 때의 추억을 되살려 보아도 20여년의 우정이

우리사이에 있었구나.

 

800여명 중고등학교 동기 중 최고의 미남으로 군림하면서 한 시대 전부를

동기들의 앞장에 서던 자네도 산을 오를 때는 앞서지 못하고 항상 뒤에서

여유를 부려왔는데,

이태 전 부터이던 가 산행도 앞장이고 산 꾼들의 모임인 뫼구 회의

회장직 까지 맡아서 건강 장수를 기약하더니.

벼란간 지금 다정한 동기들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표표히 몇 발자국

먼저 이 세상을 떠났구나, 이 친구야!

 

자네의 부음을 받고 도무지 믿지 못하며 경향각지에서 몰려든 친구들과

지인들의 면면들을 살펴보니 평소 표 나지 않게 주변을 아름답게 가꾼

자네의 그 깊은 마음, 넓은 정이 이아침에 더욱 돋보이는 구나 친구여!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자네는 항상 자신보다는 주변을 먼저 생각하고

학창의 동기들, 특별히 우리 중고등학교의 동기들을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던 것 같네.

 

가족 간에도 경상도 사나이라서 우리 동기들 모두와 비슷하게 곰살궂게

표시는 하지 않아도 항상 미소로서 부인을 배려하고 또 부인은 정성과

웃음으로 화답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며 아들 내외와도 형제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자네의 삶의 방식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 적도 있었다네, 친구여!

 

발병 이후에도 친구들의 문병을 극구 말리고 투병기간도 길지 않게

잡은 것이 자네의 그 고운 마음씨의 결과가 아닌가, 우리는 감히

추측해 보네, 친구여.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삶을 영위하다가 결국은

모두 저 세상 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게 마련이지만 자네같이

고결한 인품으로 친구들을 배려한 사람을 가까이 하였다는 것이 무한한

기쁨과 또한 슬픔으로 이 시간 가슴 가슴으로 넘쳐흐르고 있다네, 친구여!

 

아무래도 자네는 친구들을 위하여 저 세상에서 아름다운 등산로를 미리

개척해 놓고자 우리 보다 조금 먼저 이 세상을 하직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친구여~.

 

착하고 너그러운 부인과 또한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낸 자녀들을 조금

일찍 작별하고 자네가 떠날 때에는 그러한 동기애, 동지애가 필경

있었으리라는 허망한 생각도 해보는구려, 친구여!

 

임종의 시간부터 오늘 발인의 시간까지 끝없이 기도와 찬송을 해주신

교회의 여러분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여기 모인 모두의 온 마음으로

모아서 함께 드립니다.

 

고인은 유년시절부터 개신교 교회를 다니면서 육신이 다시 부활하고

영혼이 하나님 보좌 옆에서 영원히 함께한다는 신앙을 굳게 믿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구태여 구약 전도서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헛되고도 헛된 이승에서의

삶을 조금 먼저 접고 하늘나라로 떠나갔음에 조금 더 이 헛된 세상에

남아있는 우리들은 오히려 그분의 신앙 속에서 위안과 위로를 받습니다.

 

끝으로 이 시간 가장 큰 슬픔 속에 계시는 고인의 가족 여러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고인은 틀림없이 하늘나라, 하나님 보좌 앞으로 가셨습니다.

성품상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인은 본인과 가족

모두가 믿어마지않으시는 말씀 가운데에서 충만한 확신과 기쁨을

누리시다가 떠나셨습니다.

 

아름다운 일화로 가득한 생애를 여유만만하게 사시다가 떠난 고인의

존재를 우리 함께 상고하면서 지상에서의 남은 인연을 끊지 않고

지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또 고인과 합류할 것이며 그때 아름다웠던 지상에서의 인연을

이야기 하여야겠지요.

 

자, 이제 떠나는 친구여.

아쉬움 남기지 말고 영생의 하늘나라에서 그 미소 잊지 말고 편히 계시게~~~.

 

  

 

 

小弟가 지었고 민석이가 산에서 읽었다,

모두의 마음 둔필로 어찌 다 전하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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