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리야, 옛땅! 연변과 만주 벌판

신인상 수상 소감 (연길에서 올립니다)

원평재 2005. 3. 7. 15:00

연변에서 느리게 나가는 인터넷으로, 서울을 떠나기

직전에 써두었던 수상의 글옮깁니다.

 

젊은 시절에는 글을 매체로 하여 광활한 상상력의 세계를
유영하고 싶은 꿈에 젖어있었다.
살다가 보니 내가 그런 거창한 일을 하기에는 너무 왜소하다고
느껴져서 거장들이 이룩한 텍스트를 젊은이들에게 소개하고 분석
혹은 분식(粉飾)하는 거간꾼으로 평생을 지내게 되었다.

창조 욕구에 몸을 다시 떨게 된 것은 단순히 나이 먹어감에 따른
초조감에서 나온 심사가 결코 아니었다고 크게 외친다.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특히 공유하는 정보의 양과 전달 미디어의 혁신에 따른 변경의
확장에 나도 내 영지를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농사군 같은 욕망이
부르르 제 모습을 떨친 모양이다.

흔히 이 시대의 글밭 사정은 현실계의 상황이 픽션보다 더 극적이고
인터넷 혁명 등,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미디어의 생생한
현장성 때문에 문학의 불모성, 특히 소설 장르의 종언이라는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인류사 미증유의 변경에 이제나마 밭 한 뙤기 가꾸고자
작정한 이 무능한 농사군은 사실(fact)+허구(fiction)의 경계가
모호한 바로 그 부분에서 "팩션(Faction)"이라는 시대적 증언으로
씨뿌리기를 하여 냉담해진 사람들의 시선을 돌이키는 작업을
해볼까 기약을 한다.

늦은 마당에 쟁기를 챙기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존경해 오던
분들께서 이끌어 주시니 항상 행운이 내 곁에 있다는 소박한
믿음과 자신감이 다시 확신으로 와 닿는다.

글밭의 농사군 직업이야 “전직 아무개”가 아닌 영원한 현직
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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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을 2005년 3월호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