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중림동 약현 성당 인근

원평재 2009. 3. 20. 22:14

서대문구 중림동의 약현 성당은 오래된 성당이자 서울 역 옆에 우뚝 자리하고 있어서

예전부터 먼발치에서 내내 보아온 곳이었지만 정작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서 깊으면서, 또한 아름다운 가톨릭 교회의 모습에 도심의 번잡을 잊고 모처럼 편한 마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며칠전 지인의 따님 결혼식이 그곳에 있어서 좋은 방문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만, 약현 성당 안쪽은 그렇게 편한 마음을 안겨주는 곳이었으나 그 주변은 아직도 초라한 옛모습

그대로였다.

흔한 말로 재개발의 흉내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는듯 싶었다.

제발 내가 과문한 탓이었으면 좋겠다.

오래 전, 서대문 신촌 쪽에 살았을 때 시내를 나오며 바라본 그 중림동의 친근한 모습이

반갑기는 하였으나 참혹한 느낌은 떼어낼 도리가 없었다.

 

 

 

 

 이 아주머니는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시장통에 배달하는 모양이었다.

음식 위에 신문지를 한장 터억 덮어서 들고가는 모습이

예전 방식 그대로여서 반가우면서도 콧날이 시큰했다.

 

 

 

 

 

 주변으로는 고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여서 이 골목길의 풍정은 더욱 참담하게 느껴졌다.

 

 

 

 

아,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님이 대문 밖까지 나오셔서 사람들을 맞이해 주고 계셨다.

 

 

 

개나리가 움을 트고 있었다. 꽃이 터지면 더욱 아름다운 곳이 되리라.

 

 

 

 

  묵상의 길이 고즈넉히 오르막길 왼손편으로 나 있었다.

교인들이 조용히 묵상하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좁은 어깨가  건너편 도심의 대형 빌딩과 대조를 이루었다.

각 처소마다 예수님의 최후의 모습이 심령을 흔들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다 올리지는 않고 아래에는 김기창 화백의 그림을 올려서

부족한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해본다.

 


김기창 화백님께서 그리신 예수님의 일생 입니다.

♤ 수 태 ♤

♤ 예수의 탄생 ♤

♤ 요한에게 세례를 받음 ♤

♤ 제자들을 만남 ♤

♤ 오천명을 먹임 ♤

♤ 물 위를 걷다 ♤

♤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

♤ 예수의 발을 씻음 ♤

♤ 최후의 만찬 ♤

♤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 ♤

♤ 재판을 받다 ♤

♤ 십자가를 지시고 ♤

♤ 십자가에 못 박히심 ♤

♤ 시체를 옮기는 제자들 ♤

♤ 부 활 ♤

♤ 승 천 ♤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흰 머리칼의 혼주가 하객을 맞고 있었다.

 

   

 

 

 1891년에 착공하여 이듬해에 준공 되었다니까 백년도 훨씬 더 된 집이었다.

 

   

 

 이층에는 성가대가 서는 곳이라고 한다.

오래된 작은 계단이 너무나 예쁘고 앙징스러워서 올라가 볼까도 싶었는데

교인들이 썩 내켜하지 않는 모습이어서 그냥 나왔다.

생각해보니 번사를 도모하지 않은게 잘한 일 같았다.

작년이던가 밤중에 방화범이 들어와서 피해를 입혔다는 신문기사도 생각이 났다.

 

 

 막상 혼례 미사는 보지도 않고 모처럼 만난 지인들과 피로연장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나누고 얼른 자리를 떴다.

토요 길일이라서 이날도 혼례대란이었다.

오후 프로그램에 맞추느라 급히 지하철 역으로 향하였다.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면서 바쁜 중에도 골목길에 눈을 주었더니

거미줄 같은 미로들이 병풍같은 대형 빌딩을 배경으로 삼아서

초라한 아이덴티티를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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