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오후,
대학로에서 두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전하지 않으면 사건이랄 수도 없는 사건이 "두 건"이나 벌어졌다.
특히 첫번째 목격한 사건은 우리의 의식 수준이 이만큼은 되었구나,
그 함의含意가 가슴 떨리는 수준이었다.
목격 순서대로 사건을 재현, 전개해 본다.
이 더위에 젊은 샌드위치 맨이 광고판 속에 샌드위치가 되어서 뜻없는 시선을 길거리에 던지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학로의 시공時空은 아무 의미도 던져지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의미가 생성되는듯 싶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 뚜렷이 행인들 간에 교감되지 않은 상태로
주변인들은 무언가를 직감하며 본능적 표정과 제스처에 사로잡힌다.
검은 옷의 청년이 112를 부르는 것도 같다.
가방을 든 여성 하나가 몸을 낮추었다.
비극적 사건에 과감히 대면하는 대단히 용감한 모습이었다.
이제 비극적 현장이 그 형체를 들어내었다.
저 핏자국이라니---.
이제야 일이 벌어진듯, 국면이 전개된다.
아이의 시선을 막고싶어하는 모정까지 눈에 들어온다.
청소 미화원들이 더위 속에 어슬렁 닥아온다.
아무 일도 아닌듯이 그들은 청소 처리를 하려고 든다.
하지만 그들을 젊은이들이 제지하는 모습이다.
현장 보존이 우선이라는 흐름같다.
비록 동물이 죽었다해도 예사롭게 치울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묻어난다.
"이거 직무유기 같지만---."
미화원들은 조금 낭패한 표정으로 그냥 지나가버릴 수 밖에 없다.
유기된 담배 꽁초는 치워져야할 대상이다.
일단 용감하고도 정감에 가득한 젊은 그들이 현장을 수습한다.
네명중 세명이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놀랍다.
가방을 내팽개치고 참여하는 모습은 더욱 놀랍다.
경찰 순찰차가 현장에 나타났다.
길건너 방관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목격자들의 말을 꼼꼼히 적고있다.
치어리더처럼 신나게 마케팅을 하던 언니도 심각해졌다.
여름날 오후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경찰이 신문 가판대, 아니 무가지 뉴스 스탠드로 험한 현장을 일단 가린다.
그리고---
일단 도로 경계석에서 불쌍한 고양이의 주검은 미제未濟 거치의 형식을 띈다.
주검이 들어있는 가비지 백을 인식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거리는 일상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무심할 수 있어서 안도한다.
경찰이 아마도 목격자로 부터 정황을 청취받는 모양같다.
얼마전만 하여도 길거리에 나자빠진 "길고양이"의 죽음과 주검에 이렇게 관심이 쏠린적이 없었다.
이런 관심이 혹시 애완견이라면 "개값"이 달라져서라고나 하겠지만,
그까짓 도둑 고양이~!
아 그렇다.
이제는 아무도 도둑 고양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가여운 "길 고양이"의 세끼 먹거리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항쟁 시대에 길거리에서 쓰러진 청년들의 죽음과 주검,
그 피드백 효과는 때로 생각지도 않은 곳에까지 실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살림이 나아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들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갑자기 도로 쪽에서 아주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강제로 끌려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길고양이의 죽음을 조상弔喪하려는 소리란 말인가---?
알고보니 참 기이한 사건, 아니 사고도 다 있다.
영업용 택시가 혼자 달리다가 그 순간, 앞 범퍼가 혼자서 떨어져나간 다음
앞바퀴에 끼어서 끽끽거리며 끌려 달린거다.
세상에!
"세상에!"라는 말을 이럴때 안쓰면 언제 쓰랴!
샘터, 파랑새 극장 앞에서였다.
연극보다 더한 일이 일어났다.
"난감"이란 이럴때 쓰는 표현인가---.
고가 차도가 철거되어 시원한 혜화 로타리에 서본다.
북악이 수려하다.
여름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포스타
(줄거리)
태희와 혜주, 지영, 화교계 샴쌍둥이인 비류와 온조는 단짝 여고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나간 다섯 친구들이다.
하릴없이 집안일을 돕는 태희와 서울 증권회사에서 성공을 꿈꾸는 야심찬 혜주,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만
가난 때문에 좌절하고 마는 지영, 액세서리 노점을 하는 쌍둥이 자매는 모두 스무 살이라는 인생의 과도기를 통과한다.
혜주의 생일날, 지영은 길거리를 헤매는 새끼 고양이 '티티'를 선물하지만 고양이를 맡아 키울 처지가 아닌 혜주는 다시
지영에게 티티를 넘긴다.
천장이 주저않는 지영의 집이 붕괴하면서 고양이는 태희에게 다시 쌍둥이 자매를 전전하게 된다.
착하지만 엉뚱한 태희(배두나), 예쁜 깍쟁이 혜주(이요원),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옥지영), 명랑한 쌍둥이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는 단짝친구들. 늘 함께였던 그들이지만 스무 살이 되면서 길이 달라진다.
증권회사에 입사한 혜주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야심을 키우고 미술에 재능이 있는 지영은 유학을 꿈꾼다.
한편 태희는 봉사 활동에서 알게 된 뇌성마비 시인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 지영이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티티를 만나면서
스무 살 그녀들의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끼어들게 된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신비로운 동물 고양이.
고양이를 닮은 스무 살 그녀들.
고양이 티티와 함께 한 시간동안 삶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마침내 그녀들만의 해결책을 찾게 되는데...
사랑스런 몽상가 태희, 아름다운 야심가 혜주, 신비로운 아웃사이더 지영.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부탁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길고양이는 부서진 자연의 파편 같다"
자동차 밑, 오토바이 바퀴 뒤, 길모퉁이 옆처럼 조금이라도 외진 곳이면 그곳에 길고양이가 있다.
길고양이의 눈높이로 보는 도시 풍경은 매정하고 살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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