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교통 사정이 예전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짧은 연휴라서 모두 몸단속을 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명절 문화도 많이 바뀐듯하다.
여러가지로 의식 변화를 겪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만 여기에서 섯불리 예단치는
않으련다.
귀성 전쟁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서울 도심에는 "인영(人影)이 불견(不見)"이었다.
도심에서의 명절 현상은 예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고향으로 가던 인파가 어디로 사라져버렸나---,
모처럼 그냥 집안에서 꼼짝않고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여간 도심의 거리는 한산하였다.
해외로 흩어진 형제와 자식들로 부터 안부 전화를 받고나서 카메라를 메고 나가보았다.
사람이 문득 그리웠다.
애용하는 산책길에는 아직 여름 햇살이 무성하다.
Indian Summer라고 하기에도 아직 멋적다.
갈데없는 여인네들이 개들을 끌고나왔다.
개가 아니라 애완견을~.
산책로 옆 공터의 늦게 핀 호박꽃은 무엇에 쓰랴~~~.
코발트 색갈의 하늘이 높으니 시절은 분명 천고마비의 계절인가 보다.
한가위 휴일이 분명하다.
거두어 접고 쌓아놓은 의자만 보이되, 거기 앉아 즐기던 인영(人影)은 도무지 불견(不見)이다.
지하철 강남역의 출입구 근방이 이러하다.
희귀하지만 도심에도 진정 추석 가을걷이는 있다.
철골 조형물이 한산한 도심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평상시라면 강남대로가 이럴 수가 없다---.
목없는 마네킹이 거리와 어울려 무슨 은유같기만 하다.
휴대폰 시대에 밀린 전화 부스가 이날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
택시 승강장 모습도 보는데로이다.
명절 휴일 이맘때 쯤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모르고 산다. 독방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 짐이랄 것도 없다.
관광객을 중심으로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든다, 도심에~.
중개인을 따라 집을 보러 다니는 여심인가?
교보 타워 앞의 노천 서적 노대도 지금은 연휴 중이다.
내려 흐르는 분수는 쉬지 않고 흐른다.
랜드마크로 곧잘 이용되는 "어번 하이브" 건물 앞도 한산하다.
도심에 뜨는 달은 왜소하다.
빗방울 조차 후두둑거리며 만월의 작은 모습에 변명꺼리를 제공해 주었다.
빗방울 핑계삼아 노대도 일찍 철수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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