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 피츠버그에서도 쇠락한 구도심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역사의 때깔을 즐기는 일이 꼭 정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현상을 왜곡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이런 역사적 배경을 만만치 않게
여기는 탐미주의자의 자세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런중에도 더욱 미학적 가치를 잔뜩 지닌 동네 사진을 올리게 되어서
내심으로는 기쁘기 한량이 없다.
다만 새마을 운동을 펼때 초가를 다 걷어내고 양철지붕으로 바꾸는 행정을
(자기는 노래기, 구더기 나오는 그 지붕아래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격렬히 비판한 문화인들 같은 자세로 이곳을 탐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을
덧붙여 둔다.
뿐만 아니라 이 연재의 끝 부분에서는 피츠버그의 화려한 도심과 문화구역을
또한 소개하여 올릴 것임을 약속한다.
무료로 이곳, 구도심의 풍경을 즐긴 사람의 양심어린 공양 제물(tribute) 로서~~~.
그건 그렇고 캔버스 위에 형형색색의 파스텔 화로 이곳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주 또한 없으니 백일몽에 다름아니다.
사진 속에 사람을 꼭 넣고 싶어하는 내 심정은 그렇지 못할 경우 사람사는 냄새라도
넣고 싶어한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풍경화를 포착하는 것이 그런 마음의 간접 표현이다.
전에 사진 작가인 석포, 조병준 외우는 사진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고 욕심 부리지는 말라고
하였다.
적절하게 버릴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렬한 내 마음은 굴뚝에 연기가 나는 장면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또 올린다.
여기 아래 위 두 사진의 장면은 좌우 어느쪽을 잘라야 좋을지 몰라서 함께 올린 것이다.
저 가운데가 함몰한 목조 건물이 정말 물건은 물건이고 작품은 작품인데---.
빈골목들도 버리지 못하고 올린다.
아니 많이 버렸다, 사실---.
빈 골목에 홀연 기이한 복장의 미남 사내가 나타났다.
인적 없는 거리를 안타까워하는 내 마음이 부른 빙의현상, 퍼제션(possession), 홀림현상은 아닌지.
깜짝놀라서 셔터부터 눌렀다.
Trooper 복장의 이 사내는 고개도 들지않고 급히 지나갔다.
정신이 들어서 뒷모습을 좇으니 아득한 형상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전철 시대가 이 곳에서 종언을 고하며 피츠버그 공업지대의 시대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녹색 산업 시대에 발을 맞춘다.
지하철의 형태로 궤도차는 달리고 있지만 강을 건너 신도심 쪽에서 얼마간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을
따름이다.
교외의 전원주택에 까지 멀리 기적이 들리는 날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다.
새벽잠이 없는 내게 먼 기적소리는 간단없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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