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사계

모라비아 거리 (Pitts 산책 5)

원평재 2010. 2. 5. 12:00

오늘도 피츠버그의 올드 타운을 헤메이는 족적입니다.

이 거리는 독일 등, 중부 유럽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던 곳이라서

옛 마을들이 아직도 놀라운 심미적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합니다.

함께 슬슬 탐방을 계속하실까요.

 

이 곳을 헤메인 날도 맵고 추운 날이었는데 우리 입춘 추위도 견뎌낸 마음이면

즐거운 산책이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위에 보이듯이 <모라비아>라는 거리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모라비아'라면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과 함께하는 중부 유럽의 광활한 땅이 아닙니까.

아무래도 이곳에 일찌기 정착하여 모라비아 교회를 설립한 중부 유럽,

독일과 체코 지방에서 온 개신교 교파 사람들의 흔적이 아닌가 합니다.

종교 개혁의 열풍이 유럽 대륙을 휩쓸때 독일과 모라비아 지방에서는 후스라고 하는

개혁가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하였지요.

세계사에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문득 젊은날 권태와 우울 속에서 읽었던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권태'라는 소설도 생각이 났지만 이곳의 지명과는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젊은 날의 권태는 사치이고 오만이었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 곳간에 그득할 때 입맛이 없다고 푸념하는 그런 자세였던가  합니다.

 

 

 뉴욕에서 이곳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를 오갈때 차창 밖으로 본 지명들에

'나사렛'이니 '베들레헴'이니 하는 성경적 지명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그런 지명과

여기 이 거리 이름, 모라비아가 모두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이번 산책의 결과였습니다.

중부 유럽 '모라비아' 지방의 개신교 지도자들은 고향 땅에서의 종교 혁신이 핍박 상태로 빠져들자 

신대륙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처음 그들은 서인도 제도의 흑인 노예들을 선교의 대상으로도 삼았으나 다시 북미 대륙으로 목표를

바꿉니다.

 

하지만 조지아 주 등지에서도 선교에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많은 소수 종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펜실베니아 지방으로 1740년경에 들어와서 나사렛과 베들레헴 마을을 세우고 모라비아 교회도

세울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여러 소수 종파, 루터파, 기타 독일을 배경으로한 개혁 기독교 종파들과 연합 혹은 별도로

모라비아 공동체와 교회를 성공적으로 수립합니다.

여기 모라비아 거리도 그때의 역사적 배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내 가슴에 더욱 와닿은 것은 신세계에서 거대 종교 집단으로 발전하기 보다는 소수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디아스포라적인 전망을 갖고 교회 활동을 해나갔다는 것입니다.

 

많은 한인 교회들이 복음 전파와 함께 한인 디아스포라의 사역을 맡아하는 그 목표와 목적이 내 가슴에

와닿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예컨데 어느날 알지도 못하는 동부 산간지방을 헤메일 때,

해는 져서 어두운데 길은 잘못든 것이 확실하고 함께 탄 가족들은 사정도 모른채

핸들을 잡은 가장을 구세주처럼 믿고 있을 때에 문득 나타난 길가의 작은 십자가,

거기 쓰여진 "동부 제일 한인교회"라는 간판! (아, 제일이 아니면 어떤가요!)

 

때로 "한인 만민 교회", "신대륙 초대 교회", "미주 연합 교회", (물론 모두 한글!)

이런 감동도 이제는 효자 보다 낫다는 "네비게이션"의 출현으로 많이 퇴화되었지만

지리적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심리적 디아스포라를 겪고 있는 한인 만민들에게

한인 교회의 사역은 끝없이 절절해지고 있지 않은가.

여기 WASP에 속하지 못했던 중부 유럽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골목길 표지에서

심리적 다이에스포라의 일원을 자처한 내 마음의 행로가 심란하였습니다. 

 

 

 

  

 

  

 

이런 구조는 초기 유럽인들이 살았던 집의 특징인가 합니다.

맨해튼에서 차이나 타운을 형성한 중국 사람들은 이런 집 구조를 이용하여

내다 팔 물건들의 창고로 쓰면서 도르레를 이용하여 상품들을 퍼나르는 특이한

삶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지금도.

 

 

 

산책길에 점심을 먹으러 싸구려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 두분이 식당을 꾸려가고 있었는데 매우 친절했습니다.

느닷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바람에 표정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전체적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하릴없이 커피 리필을 받는 노인들이나 아래에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나 추운 겨울날

싸고 맛있게 점심을 먹으며 몸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식당 이름은 빅토리였습니다.

빅토리, 브이알시티오알와이!!!

 

 

  

   

  

  

 

 

 

 

   

 

  

 

 

  

 

   

  

문득 앤디 워홀 뮤지엄 간판이 보입니다.

다운타운으로 들어갈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음 편을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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