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에 사는 친구가 읽으라고 부쳐준 책들을 도루 보내기 위해서 우체국을 찾았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딸의 승용차에 편승, 다운타운의 우체국에 9시 15분 전 쯤 도착하여
따뜻한 대기실에서 몸을 녹이며 기다리다가 9시 정각에 일착으로 소포를 붙이고
이제 하루 종일 걷는 대장정에 올랐다.
그동안 피트네스 센터에서 워킹도 하고 운동을 좀 했지만 몸이 찌뿌듯하여서 이럴 때의
처방이 강행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날이 좀 추워서 다소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단독 강행군을 하기로 작정하고
주위에는 도서관에서 지내겠다고 안심을 시켰다.
안심 전략이란 우선 강행군에 대한 염려를 차단한다는 뜻도 있었고,
사실은 이제 뒷골목 순례로 하루 종일을 보낼 작정인데 공연한 걱정을 주변에
야기할 필요는 없겠다는 배려 때문이었다.
우체국 마당에는 미국 우정국 차들이 차산차해로 많았는데 여기 위의 사진에서는
잘 나오지 않고 겨우 두대만 보인다.
이날도 날씨는 차가웠고 예보상으로는 freezing mist에 severe weather였다.
안개도 얼어붙는 악천후라는 말이겠다.
앞에보이는 구조물은 PNC Park, 그러니까 피츠버그 파이어레츠의 본거지 구장이다.
오늘 긴 산책의 출발지점은 어린이 박물관과 중고등학교가 밀집한 중심 공원으로 부터인데
딸이 근무하는 Allegheny General Hospital의 연구소에서도 과히 멀지 않은 곳이다.
산책 총시간은 대략 7시간으로 작정했는데 중간에 점심시간을 한시간 가량 넣었다.
따뜻한 식당에서 몸을 녹일 작정이었다.
사실 뒷골목 탐색 계획도 만용이나 무리는 아니었다.
이곳의 분위기는 흑인 게토가 따로 아주 강고한 존재로 있다기 보다는
대략 가난한 백인들과 섞여 살고있고 또 인근에는 괜찮은 백인 주거지가 혼재되어 있어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던 디트로이트나 필라델피아, 재개발 전의 맨해튼 할렘하고는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파악해 두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어느듯 10시가 되었다.
앨리게니 고등학교 학생들이 정문 말고 뒷문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세상 모양이 다 재미있게 비슷하다.
이 추운 겨울날 반 소매도 있다.
그 나이의 반골 성향이 아닌가 싶다.
사진을 찍고있는데 "카메라 맨"이냐고 기이한 복색의 소녀가 당돌하게 물었다.
photo-writer 라고 하였더니 한 장 찍어 달라고 한다.
얼굴에 보이는 저 장난스러운 표정에 서린 사연이다.
사진만 찍고 얼른 자리를 떠났다.
지역 방송에 보니 여학생에게 추근거리는 어른들이 있어서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고 아무튼 별로 탐탁지 않은 장면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복잡하게 생각케하는 세상이 험하다.
올드 타운으로 접어들었다.
대규모 재개발은 아니고 소규모로, 혹은 개별적으로 새로운 주택들이
들어서는 모습이다.
워낙 도시계획이 처음부터 잘 되어있어서 도로를 새로내지 않아도 좋으니
강제철거 같은 것이 필요없고 개별로 신축해도 문제가 없을듯 하다.
포토 라이터의 미적 산책이 바야흐로 가능해지는 순간이기도하다.
크레이지 모카 체인도 보인다.
도로변인 이곳은 이미 개발이 되어서 병원 건물과 차고도 최신식으로 들어섰고
피자집과 프라이드 치킨 집 등도 문을 열었다.
병원 건너편에 카네기 재단에서 몇달 전에 도서관을 열었다.
이제 올드 타운과 뉴 타운으로 깊숙히 들어가서 미학적인 탐색을 계속합니다.
점점 더 좋은 그림들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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