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올드 타운을 벗어나서 다리를 건너면 화려한 "문화 구역(Culture District)"이라는 데에를 이르른다.
그런데 그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앤디 워홀 뮤지엄이 있으니 온고이지신의 명당에 자리를 잡은 셈이구나 싶다.
앤디 워홀 뮤지엄에 쉽게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로드 사인은 있으나 좀 애매하였다.
그래서 백인보다 흑인 한 사람을 붙들고 뮤지엄을 물어보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흑인 특유의 사투리도 쓰지않으면서 아주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주었다.
"슈어투깃잇(Sure to git it)"이 아니라 "You can't miss it"으로 우리는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다만 갈길 바쁜 나그네 신세라서 나는 이날 앤디 워홀을 만나러 뮤지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뿐만아니라 앤디 워홀은 우리의 수도 서울의 <시립 미술관>으로 나들이를 갔기 때문이었다^^.
다리를 건너지는 않았으나 강변이라 그런가 벌써 올드타운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부티가 난다.
앤디 워홀 뮤지엄 옆의 다리는 이제 앤디 워홀 브리지라고 개명을 하고 그의 사진도 난간에 여럿 걸려있다.
미국에서 다리가 가장 많이 걸린 도시로 이름난 피츠버그,
그런데 다리 색갈이 모두 노란색이라는 데에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지나가는 청년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인근에 있는 <포인트 파크 대학>에 다닌다는 이 청년은 자기도 자신은 없으나 이곳 야구팀,
<피츠버그 파이래츠>의 상징 색갈인 '골든 칼라'와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옐로우'가 아니라 '골든'이라는 표현을 썼다.
골드 미스 쯤 되어보이는 이 아가씨에게 우리가 건너는 강이 '앨리게니 강'이 틀림없느냐고 확인해 보았다.
그렇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강은 '앨리게니'이고 또 하나의 강이 저 아래에 있는데 두 강이 합수하여
오하이오 쪽으로 흘러가는데 그 강 이름은 '오하이오 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또하나의 강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복잡하고 긴 강의 이름을 대면서 '아메리칸 네이티브스'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하였다.
'인디언'이라는 표현 대신에 '아메리칸 네이티브스'라고 이 시대의 지적 요청에 충실하였다.
그녀는 아래에 보이는 도로 표지판에 대한 설명도 해주었다.
한때 이곳이 영국과 프랑스의 각축장이었는데,
영국의 피트 사령관이 프랑스의 듀케인을 무찌른 역사가 저 이름판에 나타나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였더니 여행객이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조금더 지체하면 함께 여행을 하자는 제안이라도 나올 것 같은 추운 날씨라서
착각을 아쉬워하며 급히 헤어졌다.
엊그제는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앤디 워홀을 만나러 갔다.
LA에 살며 내가 방문할 때마다 과분한 대접을 하는 바로 그 친구가 사업차
서울에 온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열심히 그를 안내하고자 이곳 저곳을 다녔다.
사흘간 어디를 다녀야 했을까요---?
마침 천경자 화백의 전람회도 함께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초로의 노신사는 덕수궁 돌담길도 마다않고 걸었다.
강남의 이름난 토속집에서도 저녁을 먹고
떠나는 날은 호텔 스시바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다시 나와서 빈대떡과 소주로
낮술도 오랜만에 해보았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그는 40년 이상을 성공적으로 살아온 고향 LA의
가족들에게로 돌아가지만
무언가 착잡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고 하였다.
"불안 같은거 아닐까?"
내가 경험담을 말하였다.
"그래, 불안 그 말이 맞아. 이 나이에---, 아니 이 나이라서---."
물론 이때의 불안감은 건강이니 뭐 그런 뜻에서가 아니라
모두가 있는 곳에서 혼자 떠난다는 그런 상실감 같은 것이라고
우리는 동감하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혼자라는 것이 빼어난다라는 뜻으로도 자위하고
그 괴리감을 즐기기도 하고
신바람도 났는데 말이야"
누구의 말이랄 것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작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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