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사계

(포토 포엠) 오솔길의 쇠 더미

원평재 2010. 6. 12. 11:08

게으른 독서의 틈틈이 숲속 오솔길을 몇군데 찾아내어서 무시로 산책길에 오른다.

가장 아끼는 길목의 후미진 곳에서 어느날 무너져내린 집터와 헛간을 발견하였다.   

평온하던 오솔길에 순간 모연같은 긴장이 서렸다.

 

이 빽빽한 나무들의 숲 속으로 저 불타고 부서진 시설물과 차량들은 어떻게

들어왔을까

오래 전에 사라진 인간의 체온이 이렇게 서늘한 분위기와 깊은 상념의 현장을

꾸며낼 줄은 몰랐다. 

 

덕분에 시 한수를 건졌다.

졸문의 가독성 여부는 읽어주는 사람들의 몫이다. 

 

 

  

 

 

 

 

 

  

  

 

  

 

  

 

  

 

 

 

  

  

 

 

 

 

 

  

   

 

 

 

<시>

 

 오솔길의 쇠 더미

 

높아야할 수치는 낮고

낮아야할 데는 높은

난해의 신진대사 좌표 위에

눈치스러운 은빛 나이를 올려놓고

남은 고집으로 산책길에 나선다.

 

오솔길

전원 숲속, 피츠버그

상념의 순서도 주소지처럼 여기서는 역순인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여러 해

그리고 귀향,

무명의 시간 속에 이력서 두 줄 남기기가

이렇게 단순하고도 고된 여정임을

오솔길 숲속에서 만난 곤혹의 쇠 더미에서 문득 알아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숲속에서

반쯤 무너져 내린 헛간

그 앞에 널 부러진 농기계와 포드 차의 잔해

 

검붉은 피부 속으로

까맣게 태운 마음과 한을 먹음은 사연,

이제는 감출 길도 없이 다 드러내 보이겠다고

등어리 하늘로 하여 습지에 코 박은 쇠 더미들

 

형성과 해체의 두 줄 이력 사이가 이토록 멀고 힘들어서

덜그럭 삐거덕 기계음을 녹과 부스럼으로 치환하였는데,

 

가리라

오리라

물색없이 오고간 내 시어의 흔한 결구들이

마침내 부끄러이 숨죽인 지금 여기에서야

미동도 않겠다던 쇠붙이 더미가 내 발목 근처에서 숲 이슬이 되어

바지가랑이를 적셔준다.

 

 

 

Cello Sonata No.3 in A major, Op.69

베토벤 / 첼로소나타 3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이 작품의 첫 악장을 들어보면 한 고독한 산보자가 인생과 예술에 대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사색에 잠겨 천천히 들판을 거닐고 있는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풍성한 자연은 그에게 넓고도 너그러운 품을 제공한다. 베토벤이 아직 청각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 그는 숲과 언덕등 자연의 품에 대한 찬미의 말을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신비, 그것에 대한 느낌을 이상화한 것이 교향곡 6번 「전원」이라면 이 첼로소나타 3번은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할수있다.


1악장 (Allegro ma non tanto)
Jacqueline DuPre, Cello

이 작품이 「전원」에 바로 뒤이어 나온 작품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는 이 시기에 가장 행복했고 삶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첫악장 서주는 무척 명상적이며 자연을 관조하는 듯한 여유를 지닌다.


2악장 (Scherzo. Allegro molto)
Jacqueline DuPre, Cello

2악장 스케르초에서는 피아노와 첼로의 대화가 숨가쁘게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무한히 뻗어가는 생명의 힘이 느껴진다. 베토벤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이 작품 역시 높은 기품과 타는듯한 정열로 가득하다. 낭만주의가 문을 열던 초기에 태어난 이 작품은 단단한 짜임새와 베토벤의 개성이 잘 나타난 점으로 첼로음악의 고전임이 분명하다.


3악장 (Adagio cantabile - Allegro vivace)
Jacqueline DuPre, Cello

Op.69의 제 3번 첼로 소나타는 교향곡 <운명>(op.67), <전원>(op.68)등이 작곡되었을 무렵 그가 갖가지 고통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예술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던 중기에 쓰여진 곡이다. 격정과 깊은 명상이 얽혀 솟아오르는가 하면 어느새 명상속으로 침잠하는 절묘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가 황홀하게 손을 내밀면 첼로가 가만히 그 손을 잡듯이 대위법적 처리로 서정성이 넘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 서주를 가진 3악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고금의 첼로 소나타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곡은 교향곡 제5번등이 작곡된 거의 동시기에 완성되었다. 중간 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한 3악장 구성이어서 느린 악장이 빠져 있으나, 제3악장의 서주인 아다지오 칸타빌레가 그 기능을 충분히 대항하고 있다. 원숙기의 작품인 만큼 첼로가 고유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피아노와 대등한 입장에서 내용있는 2중주를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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