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삼강으로 돌아왔다.
삼강 합수 지점에 피츠버그 파이렛츠의 PNC 구장과 피츠버그 스틸러즈의 하인즈 경기장이
거의 붙어있다.
마침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어서 잠깐 세우고 스틸러즈의 쿼터백 하인즈 선수를 아느냐고
자랑스레 물어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사람은 전혀 모른다는 대답이 나왔다.
피츠버거들은 파이렛츠에 대해서는 맨날 꼴찌만 한다고 외면하여도 스틸러즈에 대한 애착은
이곳을 떠나 다른 주로 이사를 가도 그대로라고 하는데 이 사람이 이럴 수가---.
혀를 찰까 하는 참에 이 사람은 웃으면서 "쿼터백 하인즈는 몰라도 캐처 하인즈는 안다"고
하였다.
나도 말꼬리를 잡았다.
"캐처라니?"
"아, 리시버"
"와일드 리시버!"
그제야 들은 풍월이 떠올라서 그렇게 대꾸하며 나도 체면을 좀 살렸다.
"저기 Heinz Field의 Heinz와 Hines Ward의 Hines는 발음이 똑같이 "하이즈"라고 한다면서,
"하인즈 워드가 어머니인 김영희 씨에 대한 효성이 대단하다"라고 그는 깊은 이해를 자랑
하였다.
김영희라는 이름까지 또렷이 말하여서 공연히 감동을 자아내었다.
"이 강이 미시시피 강으로 가는줄 알고 있다"라고 내가 화제를 좀 돌렸다.
그는 조금 미간을 찡그리며 지적인 표정을 짓더니,
"렉싱턴 근처에서 합수한다"라고 말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휭하니 달려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렉싱턴이 아니고 오하이오의 "카이로"에서 미시시피 강으로
합수하였다.
이곳에 있으니까 파이레츠의 박찬호 선수도 자주 보고
하인즈 워드도 자주 만나겠다는 친구들의 연락도 있으나 사정은 그렇지도 못하다.
사실 파이레츠는 순위가 맨 아래라서 사람들이 2만명 정도 밖에 모이지 않는데,
박찬호 투수는 6-7회 계투 선수라서 매 경기마다 나오니까 스타디엄에 한번
나가 앉으면 반드시 보게는 되어있다.
또 하인즈 선수는 이 도시의 영웅으로 관람객이 5만명이 넘는다.
다만 어느 경우에라도 파킹이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멀리 갖다 놓고 걸어간다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이 모든 게으른 핑계는 기력이 딸리고 흥미가 사라지는 징조인가 싶다.
어쨌든 여기를 떠나서 뉴저지로 가기전에 한번 그라운드의 함성을 듣긴 해야겠다.
강변에 공복(公僕, 주로 경찰관)의 희생을 기리는 조형물이 건립되어 이채로웠다.
공복의 상징으로 정장한 경찰관 입상과 편의복장의 공무원 좌상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모습이 친구이자 전직 대사인 임대용 동기를 닮았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의 기념비도 최근에 세워져있었다.
삼강 주막처럼 먹고 마실 데가 있었다.
촬스 강변처럼 오리 모양 관광선도 여러 척 떠 돌았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다시 삼강 카지노까지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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