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김선주 평론 심사평

원평재 2011. 2. 18. 04:22

 

“시간과 존재 그리고 생명의 어머니(류준식의 시 세계, 제 6시집 『나목』을 중심으로”

 

잘 알려진 바대로 지난 세기의 후반부를 문학 세계에서는 비평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구조주의 문학의 틀을 깨뜨리고 등장한 해체의 주장들은 비평만개의 새 지평을 열었고

가히 백화제방의 시대가 전개되었다.

문학 텍스트보다 비평 이론서가 더 많다는 아우성이 단순 과장법이 아닌 듯이 느껴지는

현상이 실재하게 되었다.

정전이 주변부로 몰리면서 타자로서의 여성성에 대한 반성은 그간의 남성성 위주에

대한 전투적인, 그리하여 가혹한 공격이 박수를 받는 시대정신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예컨대 가족을 다룬 문학주제에서도 가정이라는 구조가 남과 여의 결합이라는 기본

명제는 무시되고 오로지 자아와 타자의 대립이항 집산지로 폄하하는 것이 진정한 작품

분석이라는 평가도 횡행하였다.

가부장적 전통 의식의 해체를 위한 필요악적 방식이라는 암묵적 이해와 용인이

통용되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결국 “수술은 성공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죽었다”라고 하는 결과가 속출되기도 하였다. 국소적인 분해와 수술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은 환자(작품)의 전체적인 상태 점검과 건강의 회복이 획책되어야하지

않았겠는가.

 

김선주가 바라보는 비평의 안목은 이런 거시적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미시적 분석이란

반드시 거시적인 평가로 작품을 아우르는 수단이어야만 한다는 인식의 자세이다.

류준식의 시세계를 분석하면서 김선주는 시의 존재 의미(raison d'etre)를 이렇게 말한다.

“시인의 눈에 비친 세계란 정직과 존경 그리고 사랑을 담고 있어야 한다.

시는 삶의 안팎을 이야기하며 시적 대상의 후경에 대한 자연의 법칙을 발견해야

한다.

시란 시인의 감성과 정서를 통해서 기억속의 소중한 보물찾기를 즐겨하는 예술이다.

시집 <나목>은 시인의 눈에 담긴 세상의 풍경과 시인 자신의 대지인 어머니를

노래함에 있다."

바로 그 모성성에 대한 궁극적인 회귀를 도모하느냐의 여부를 시의 진정한 의미성

여부로 재단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시의 진정한 생명 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눈금을 분명히 하고서 김선주는 시집 <나목>의 의미를 파헤친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가 사랑으로 교호함은 “사모곡” 연작에서 충분히 발현되었다고

보면서 그러나 그 관계는 이별이라는 과정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음을 통찰하고

공감한다.

“황혼의 들녘”이라는 소제목에서 논하고 있는 내용이 그러하다.

하지만 사람은 그런 소멸과 허무의 세계에만 머물 수는 없다.

이윽고 인간은 그런 이별이라는 만고의 섭리 속에서도 다시 어머니의 정으로

회귀하는 법을 “하늘의 별을 헤며” 터득해내는 시인의 예지를 김선주는 분석하고

음미해준다.

말하자면 김선주의 평론은 분석이 분해에 그치지 않고 재음미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건강한 결속 과정으로 마무리가 된다.

 

김선주는 이미 시인으로 등단을 한 작가이다.

등단 작가의 프리미엄으로 이제껏 비평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였으나 이번에

정식으로 평론 장르에 도전을 하고 통과의례를 치르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믿음직하고 바람직한 자세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번에 제출한 평론은 도합 네 작품이다.

“장편 소설, 목신의 피아노 분석”, “황혼에 스며드는 그리움”, “박얼서의 시세계”

등이 그것이다.

모두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문학 텍스트를 분석하고 있어서 때가 되면 소개하고

싶은 평론들이다.

축하와 함께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