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드문 이방의 주일
예배를 마친 몇 가정이 순대국밥집을 찾아나섰다.
지난 셀 모임 때의 정보와 제안에 즐거운 순응으로,
유아세례를 치룬 젊은 내외는 방긋 웃는 아기를 안고.
찾기 어려우리라던 우려가 의미있는 기우임을 확인하며
미터기도 설치되지 않은 허름한 뒷골목에 차들이 서고보니
순대국밥 집은 어디나 비슷한 현주소인가
출발전 여러대의 차창으로 부터
"이번 행차에는 소설이세요? 수필이세요?"
농담만이 아닌 기대와 채근이 어줍잖은 산문가의 등에 쌀가마처럼
얹혔는데
잔바람이 향방없이 불어도
짧은 골목의 낡은 옥호는 덜렁이는데
흰머리카락 곱게 쓸어넘긴 주방의 할머니가
영락없이 설화 한자락은 내비치지만
"20년 전만해도 이곳은 화려했지요"
이제 이 도시의 증인이 된 중견 교수의 술회에
물레에서 자아지려던 설익은 이야기는
문명의 흥망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자리를 비켜주고
이어 역사서로서의 구약성서를 음미케 하는데
아가야, 유아세례 받은 아가야
유구한 세대의 은혜와 축복에 고리가 된 아가야
봄빛 흔드는 차가운 잔바람 속에 모인 어른들이
너로 인하여 신생과 부활의 은혜를 상고하는구나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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