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반세기 이상 지켜온 진아춘, 중국집이 최근 그 근처에서 옮겨 앉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친구와 함께 찾아나선 길이 미아를 찾는듯 그리 간단치는 않았으나
으례 또 그렇듯 길 건너 멀지 않은 곳에서 덜컥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냥 짜장면을 먹어야 제격인데 좀 뭣하여서 그 앞에 "삼선"을 붙여서 시켰다.
덜컥 찾은 감탄사가 문을 밀며 들어서면서도 연발 되었더니 중국풍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었으나 특별히 더 한 대접은 없었다.
맛은 여전하여 잘 먹고 나오며 계산을 하려는데
그제야 사진 한장을 같이 찍었으면 하였다.
작년이던가,
이사하기 전의 가게에서 내가 사진을 찍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 눈치였다.
잊지않고 있다는 마음이 맛좋은 후식이 되어 즐거웠다.
또한 그제서야 근방의 사진을 몇장 더 찍고 싶은 의욕도 생겼고
나중에는 졸작 포토 포엠도 하나 건졌다.
외양을 꾸미는 데에 신식이 스며들어서 오랜 정취에는 약간의 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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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옮기기 전의 모습.
옛 장소에서의 사진을 크게 뽑아서 홀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
추억을 반영하는 거울같았다.
(포토 포엠)
다시 찾은 진아춘
문리대를 나오지 않았어도
우리의 청춘시절은 마로니에 그늘에 머물었노라고
낡은 기억은 강변한다.
우리가 설혹 그때에
허름한 중국집에서 동정을 떼지 않았어도
빛바랜 기억이 빚어내는 총각 시절의 변경에는
항상 양파 냄새가 배회하고야 만다.
기억의 소실점에 허름하게 서있는 진아춘, 중국집
쪽마루 삐걱이며 덧대진 그 베니아판 공간 골방에서
"반일, 반독재 운동"의 60년대식 생리는
정조대 차고 그냥 수절한 모양인줄 알았더니
그 사이
최루탄 맞으며
"민주항쟁"과의 열애도 불태우고
벌거벗은 예술과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염문들도
맵고 짜게 나누었구나
그래 나이가 얼마인가
우리 모두
한 세상 달려왔는걸
두번이나 자리 옮긴 이 중국집도
주인장이 조카딸 쪽으로 세대교체하였다지
자리 옮긴 기사 읽고 다시 찾은 진아춘
중국풍 얼굴을 머금은 안주인의 얼굴과
신식으로 꾸민 내부 장식을 내 카메라 모니터에 담아보니
문득 추억의 잔상이
고장처럼 겹쳐 끼어든다.
진아춘이 원래 있던 자리.
뜯어놓고 보니 참 작고 허망하다.
작년에 올렸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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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펼쳐보는 파노라마는 짜장면 한그릇을 하고 난 후에 주변을 스케치해 본 장면들.
초여름 저녁이 걷기에 참 좋았습니다.
소문이 줄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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