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샘밭
생때같은 젊은이 열명이 스러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泉田里)라니
바로 “샘밭”이로다
삼팔선 북쪽에 있다가
수복지구가 되어서 그랬던 가
거의 반세기 전 군인으로 갔을 때
유난히 한글 지명 돋보이더니
행정구역 상으로는 천전리로구나
"샘밭로"는 이즈음 새로 붙인 이름인가
군복 청년들에겐
2-3년 만에 스쳐지나가던 곳
그때는 멀고도 멀었던 땅 춘천
춘천역에 닿아도 군단사령부 있는
샘밭 가기는 속수무책, 끝없이 멀었지
군용 추럭은 먼지일구며 무시로 달려도
사령부 옆에는 KMAG
KMAG 옆에는
GI 들락거리던 집성촌(集性村)
과거는
빗물 따라
눈발 속에
풍편으로 흩어졌다
지금은 향어, 장어 양식장에
맛집 가든 풍성하고
전원주택, 펜션들이
마적산 허리 바싹 들이밀어 상처 낸 곳에
비좁게 앉은 마을
아픈 곳 씻으려 그랬나
파낸 자국으로 물벼락 몰아치고
(104년만이라고 외치지나 말자)
대학의 과학 동아리
열 그루 젊은 소나무들을
토사로 밀어서 생으로 묻어버렸구나
어린이들에게 과학 체험 교실을 연지 딱 하루만에---
뜻이 아름다웠으니
선했던 눈동자 생각만해도 눈에 밟힌다
그날 밤은 반짝이던 별빛도
눈을 뜨지 못하였으니
하늘 향하던 눈빛
아래로 내려와
소양강 조약돌에라도
그대들 눈동자 그 정기 스며들었으리라
기석 괴석 미석 수석 모으는 사람들의
열망과 또 욕망의 시선을
용케 피해온 선한 조약돌 속으로
스르르 스며든 그 정기들은
소양강물 속에서 아름답게 자맥질 하다가
오래지않아
어느 맑은 밤
자기 성좌에서 찾아 온 별빛과 교신하여
하늘로 올랐으리
남은 사람들
부끄러운 사람들
두고간 조약돌 모아
마적산과 소양강 사이
돌탑이나마 올려본다
* 졸시를 만지작 거리는 사이, 서초 문협 임방춘 문우의
아드님이 폭우로 집앞에서 타계하였다는 슬픈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합니다.
멀리서 어떻게 위로의 말씀이나마 전할지---.
서울시내 재앙의 현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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