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새들의 논쟁사

원평재 2012. 12. 1. 06:47

 

 

 

 

(포토 포엠) 새들의 논쟁사

 

터엉 터엉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한달이면 두어번 들려오는 산탄 총소리

지금막

클레이가 올랐으리라

야외 사격장

 

느린 소리걸음 탓에

새떼들은 시차없이 풀쩍 하늘을 뒤덮으며

가슴 넓은 언덕을 넘는다

 

앞줄은 선형으로 몇 마리

이어 일련의 변형 도형

주로 평면

한번쯤은 입체로도 휘도는데

오늘 따라 그 까마득한 위로는 고공의 비행물체 두대

직각으로 교차하여

십자 대칭 비행운을 한치 오차없이 그려내는데

 

비뚤비뚤 비대칭 형체를 사린 새떼들은

세한도의 고목 몇가지에 진영들을 차리고

각자의 상대음감으로 논쟁을 튼다

 

2억4천만년 전 비룡시대 이래로

줄곧 형태소를 놓고 다투어 온 그들

 

목적론적 존재론

아니

비목적론적 존재론

적적 짹짹 

 

몇개의 도형으로 

여기까지 건너왔던가

그렸던가 그려졌던가

의미와

무의미

다시 그 언덕너머 평원으로 돌아갈 때에는

무슨 모양들이 생성되려나 

 

비목적적으로

아니

목적적으로

적적 짹짹

 

비행운은 초공간으로 흩어지고

새소리도 아공간으로 사라질 때쯤이면

적적히 남은 반향으로 되돌아오는

고요의 실 공간을 재어본다

의식 속 한 손뼘이나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