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엠) 새들의 논쟁사
터엉 터엉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한달이면 두어번 들려오는 산탄 총소리
지금막
클레이가 올랐으리라
야외 사격장
느린 소리걸음 탓에
새떼들은 시차없이 풀쩍 하늘을 뒤덮으며
가슴 넓은 언덕을 넘는다
앞줄은 선형으로 몇 마리
이어 일련의 변형 도형
주로 평면
한번쯤은 입체로도 휘도는데
오늘 따라 그 까마득한 위로는 고공의 비행물체 두대
직각으로 교차하여
십자 대칭 비행운을 한치 오차없이 그려내는데
비뚤비뚤 비대칭 형체를 사린 새떼들은
세한도의 고목 몇가지에 진영들을 차리고
각자의 상대음감으로 논쟁을 튼다
2억4천만년 전 비룡시대 이래로
줄곧 형태소를 놓고 다투어 온 그들
목적론적 존재론
아니
비목적론적 존재론
적적 짹짹
몇개의 도형으로
여기까지 건너왔던가
그렸던가 그려졌던가
의미와
무의미
다시 그 언덕너머 평원으로 돌아갈 때에는
무슨 모양들이 생성되려나
비목적적으로
아니
목적적으로
적적 짹짹
비행운은 초공간으로 흩어지고
새소리도 아공간으로 사라질 때쯤이면
적적히 남은 반향으로 되돌아오는
고요의 실 공간을 재어본다
의식 속 한 손뼘이나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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