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여름과 겨울, 그리고 누드 시와 누드 첼리스트 (두번째)

원평재 2013. 1. 29. 22:41

 

 

 

 

 

 

푸른 스커트의 지퍼/ 오세영

 

농부는

대지의 성감대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안다.

욕망에 들뜬 열을 가누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기조차 힘든 어느 봄날,

농부는 과감하게 대지를 쓰러뜨리고

쟁기로

그녀의 푸른 스커트의 지퍼를 연다.

아, 눈부시게 드러나는

분홍빛 속살,

삽과 괭이의 그 음탕한 애무, 그리고

벌린 땅속으로 흘리는 멸 알의 씨앗.

대지는 잠시 전율한다.

맨몸으로 누워 있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땀을 닦는 농부의 그 황홀한 노동,

그는 이미

대지가 언제 출산의 기쁨을 갖을까를 안다.

그의 튼실한 남근이 또

언제 일어설지를 안다.

 

- 1965년 < 현대문학 > 등단

 

 

 

 

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1

난 개하고 살아, 오빠, 터럭 한 올 없는 개, 저 번들번들한 개 하고, 십 년

도 넘었어, 난 저 개가 신기해, 오빠, 지칠 줄 모르고 개가 되는 저 개가,

오빠, 지칠 줄 모르고 내가 되는 나도

 

 

 

2

기억나, 오빠? 술만 마시면 라이터 불로 내 거웃을 태워 먹었던 거? 정말

로 개새끼였어, 오빤, 그래도 우린 짬만 나면 엉기곤 했지, 줄 풀린 투견처

럼, 급소로 급소를 물고 늘어지곤 했었지,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라니, 뭐

니, 헛소리를 해대면서

 

 

 

3

꿈에, 오빠, 누가 머리 없는 아이를 안겨 주었어, 끊어질듯이 울어대는 아

이를, 머리도 없이 우는 아이를 내 품에, 오빠, 죽는 꿈 일까......우린 해

골이 될 틈도 없겠지, 오빠, 냄새를 풍겨댈 틈도, 썩어 볼 틈도 없겠지, 한

번은 웃어 보고 싶었는데, 이빨을 몽땅 드러낸 저 웃음 말야

 

 

 

4

여긴 조용해, 오빠, 찍 소리 없이 아침이 오고, 찍 소리 없이 저녁이 오고,

층층이 찍 소리 없이 섹스들을 해, 찍 소리도 없이 꿔야 할 꿈들을 꿔, 배

꼽 앞에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오빠, 우린 공손한 쥐새끼들이 됐나 봐,

껍질이 벗겨진 쥐새끼들, 허여멀건, 그래도

 

 

 

5

그래도, 오빠, 내 맘은, 내 마음은 아직 붉어, 변기를 두른 선홍색 시트처

럼, 그리고 오빠, 난 시인이 됐어, 혀 달린 비데랄까, 모두들 오줌을 싸게

만들어, 하느님도 오줌을 싸실 걸, 언제 한번 들러, 오빠, 공짜로 넣어줄게

 

 

 

 

시창작 연습 1/ 이성복

 

우리 집 방바닥은

너무 높거나 너무 낮다

너무 높을 때는 아내가 엄마 대신

나를 몹시 때릴 것 같고

너무 낮을 때는 봄 대신 가을이 쳐들어와

내 기쁨 패대기칠 것 같다

나는 우리 집 방바닥이 계단처럼

여러 칸이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계단에는 결혼하기 전

알던 여자를 눕히고

그 바로 위 계단에는 그녀가

낳아보지 못한 내 아이를 누이고 싶다

눕기 싫다고 아이가 앙탈하면

내가 대신 기저귀 차고 드러눕고 싶다

아니면, 피로에 지친 암개미처럼

나 혼자라도 알 까고 싶다

그리고 문득 눈 감으면

그 모든 계단들이 부챗살처럼 접혀

아무도 내 생각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 1977년 < 문학과지성 > 등단

 

 

 

 

 

 

 

 

맨홀 인류 / 김혜순

 

세상에 이렇게 징그러운 구멍이 있다니!

 

나의 털 난 구멍들!

위장엔 주름

콧구멍엔 섬모

작은창자엔 융모

사랑엔 음모

구멍 안으로 솟은 털들이 수초처럼 물결친다.

김이 피어오르는 배 속에 차곡차곡 겹쳐진 구멍들.

세상에서 제일 치명적인 축축한 독사들이 헐떡거린다.

채워다오! 우리에게 밖을 채워다오!

그 맛있는 밖을!

난민 구호 빵 트럭을 향해 뻗은 손가락들처럼 털들이 징징거릴 때

누군가 하늘을 향해 금관 악기를 들어 푸르름을 찬양하여 울부짖는다

세상의 구멍들이여, 뚜껑을 열고 짖어라!

 

 

 

 

김혜순 / 1979년 "문학과 지성" 등단

 

 

 

 

 

사랑 / 양철모

탱자나무에 앉아 짹짹거리는 참새 소리가 그, 가시내 목소리 같고
까치가 당숙모 몰래 쪼아 단물 터진 홍시가 그, 가시내 입술 같고
온 세상 까맣게 칠해 놓고 나만 봐라 두둥실 뜬 달이 그, 가시내 얼굴 같고
머리카락 쓸어 뒤로 넘기는 습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나, 미쳤는 갑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렇다 나, 죽는 건 아니겄재!
황톳길 따라 흔들리던 휘파람 종점은 언제나, 기름칠한 전봇대 뒤
발걸음 살금살금 숨기고, 숨기다 재수 없이 딱! 걸렸지
"니네 집 가자고 한 것은 내가 아니다!"
"내 마음 완전히 무시한 신발의 짓이다!"
"아무튼, 나는 너 한 개도 안 좋다."
파란 양철대문에 나도 한 개도 못 알아먹게 삽시간, 퍼놓은 말
용케도 알아먹고는 몽당연필도 없이, 나만 읽을 수 있게
답장으로 썼다 지운 그, 가시내 쩍~ 벌어진 미소
별안간, 넋이 빠져 줄행랑치다 벗겨진
그때 그, 신발 한쪽
잘 먹고 잘 살아도, 불쑥불쑥 시려오는
한쪽 발

 

 

 

 

 

 

 

애무의 저편/ 김선우

 

웃통 벗고 수박을 먹는데

발가락에 앉았다 젖무덤을 파고드는

파리 한마리

손사래도 귀찮아 노려보는데

 

흡, 부패의 증거인지도 몰라

 

눈치챈 걸까 이제 아무도 못 믿게 된 걸

구겨진 발톱, 숱하게 생발을 앓아온 희망에게

내밀 수 있는 건 소화제 몇알

비굴하지 않게 예스, 라고

말할 줄 알게 된 것도 다 들통난 걸까

 

질기고 안전한 아랫배 속에서

냄새를 피우는 영혼의 끌탕

(왜, 노출된 내장만이 추한 것일까)

 

섹스하고 싶어, 라는 말 대신

미치도록 사랑해 너얼,

 

그의 내부도 부패중인 걸까

어지러워, 나의 절정에

왕성하게 생식하는 저 황홀한 잡균들!

 

 

 

- 1996년 < 창작과 비평 > 등단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1969년 < 월간문학 > 등단

 

 

 

 

 

가을 오기 사흘 전쯤/ 안도현

 

가을 오기 사흘 전쯤

바람이 어제의 바람이 아니어서

 

우우우우우우우

먼산의 붉은 잇몸이 보일 듯도 하다

 

누가 나를 좀 범해줬으면

 

우우우우우우우

내 몸은 미쳐버리기 직전이다

 

 

 

- 1981년 < 매일신문 > 등단

 

 

 

 

 

 

다방에 관한 보고서/ 유홍준

 

 

우리나라 다방은 18,536개이다 우리나라 다방 종업원은 29,459명이다 오후 3시 38

분 현재, 커피를 주문하는 인간은 5,047명이고 배달 가는 오토바이와 티코는 935대

이다 지금 3급 카쎈터 더러운 쏘파에서 배달 나온 다방 레지의 젖을 만지는 놈은

2,034명 팁을 받으려고 치마를 걷어올린 년은 576명이다 시간당 3만원 티켓을 흥정

하는 자가 483명 여관까지 가는 2차를 행차중인 자가 885명이다 여관비+티켓비=?

돈 계산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하는 아빠가 222명 좀 돌려봐 이년아

엉덩이 끌어당기는 여보가 333명 이 새끼 이거 순 변태 아냐! 개의 뺨을 올려붙이며

욕지거리를 퍼붓는 이브가 73명이다 나들이 열 번으로 금목걸이를 해 건 공주가

4,747명 엄마 별일 없죠? 네에 저도 직장 잘 다니고 있어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타락

천사가 1,906명 오늘 보건소 가야 하는 백설공주가 5,401명이다 지금 공주의 썩은 가

랑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보건의는 152명 오늘 은퇴하는 왕비가 84명 새로 입궐한 궁

녀가 157명이다 정말로 굉장한, 이 나라의 행사다

 

 

 

- 1998 < 시와반시 > 등단

 

 

 

 

비밀에 대하여/ 임영석


네 애인의 첫사랑 같은 거 너무 캐묻지 마라

꽃들이 제 향기의 무덤을 생각하고 피는 것은 아니다

 

누구 좋으라고 피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어쩌다 술 취해 하룻밤 잤다고 애인이라면

장미 여관에서 서너 명씩 손님을 받는 그 여자

하룻밤 남자들 줄 세우면 숲을 이루고 남을 것이다

 

엉덩이가 좀 처져 있으면 어떠냐

쌍꺼풀 수술로 눈이 짝짝이면 어떠냐

오늘도 키스 방 알바를 하며 혀를 내주던 여자도

제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키스를 할 줄 모르는 여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돌을 감싸고 자라는 남구가 돌의 나무가 아니듯

물속에 뿌리내려 자라는 나무가 물의 나무가 아니듯

먹구름 속에 감추어진 빗방울처럼

비밀은 항상 네 몸 밖에 있다 물고기가

물 밖에서 살지 못하는 것처럼

네 애인의 비밀을 아는 순간 너의 애인이 아니다

 

물 밖의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네 애인을 물 밖으로 꺼내지 마라

비밀이란 물 밖에 나와 썩어 가는 물고기들의

살 냄새에 불과하다

 

 

 

- 1985년 < 현대시조 >, 1989년 < 시조문학 > 등단


 

 

 

 

당신의 코러스 / 김이듬

 

 

 

당신의 노래가 나를 흔드네 나를 흔들어 심지어 지금에 와서도

나를 내려다보며 내게 미소 지으며 나를 위해 노래한다 노래하네 하얀 레이스 강보에 싸여

나는 베리 굿 맨 스윙스윙 흔들거리네

당신의 노래는 커리 소시지 반쯤 탄 빵

나는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따라 수면에서 수면으로 이동하는 물고기

당신의 노래는 머리맡에 죽은 새

내가 깰까 봐 얹어놓은 검은 코러스

나는 방해하지 않네 더 이상 소란 피우지 않아 당신의 노래는 내 머리맡에 죽은 쥐

죽은 쥐의 배 속에 까마득히 아름다운 거

당신은 내 매트리스 위로 기어올라와 물에 젖은 체리 케이크 같은 얼굴로

몸을 굽히고 노를 저어

난 수면에 빠져 숨을 쉴 수 없는데

좋아?

만져볼래?

사정해도 돼?

아가리를 벌린 진열대 생선처럼 난 눈이 안 떠지네 내 심장과 배를 훑고 귀를 기울이다

냄새를 맡아 내가 잠든 척하면 당신은 떠나겠지 아예 잠들면 당신은 떠나겠지

또다시 당신의 노래는 나를 흔드네 날 흔들어 심지어 지금에 와서도 절고 축축한 매트리스에 무릎 꿇고

내 이마를 쓰다듬지 당신의 노래는 머리맡에 죽은 쥐 그 배 속에 우글거리는 슈거볼같은 거 귓속으로 밀려와

내 심장과 배를 훑고 허리를 잡고 뇌로 올라와 오 나의 사랑 이제 그만 쉬어라 난 온종일 가물가물 수면에서 수면으로

흘러가는 매트리스 당신의 코러스가 내게 귀를 기울이지 당신들의 노래 모두 한 입술로 다시 해봐 잘될 거야

토닥토닥 내 발아래에서 머리 끝으로 애무하듯 끌어올리는 이 지퍼 당신의 코러스

 

 

2001년 계간 < 포에지 > 등단

 

 

 

 

알몸의 시간/ 문정희

 

옷 한 벌 사려고 상가를 돌았다

내게 맞는 옷은 좀체 없었다

조금 크거나 작거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들었다

세상의 옷들은 공주나 말라깽이

배우들을 위한 것뿐이었다

옷들은 대뜸 뚱뚱한 내 몸매부터 비웃었다

슬며시 부아가 나서

한번 입어나 보려고 다리를 넣었다가

으드득! 소리를 내는 바람에

마치 성추행을 하려다 들킨 것처럼

얼른 밀쳐버렸다

 

상가를 빠져나오며

모처럼 하늘에 감사했다

군살은 완충 스펀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신의 배려

모든 옷이 몸에 맞는다면 그건 재앙이다

 

과일 가게에서 붉고 둥근 얼굴로 서성대다가

그만 야채로 분류된 토마토처럼

총총히 마굴 같은 상가를 무사히 빠져났다

 

생애게 한번쯤 꿈꾸는 사랑처럼

눈부신 옷을 꼭 한 벌쯤 입고 싶었지만

어쩌면 알몸의 시간이

먼저 올 것 같은 예감에

발걸음이 조금 떨렸다

 

 

- 1969년 < 월간문학 > 등단

 

 

 

 

 

 

 

말할 수 없는 애인 /

 

김이듬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일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 2001년 계간 < 포에지 > 등단

 

 

 

산등성이 / 고영민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大小事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나가는 칠흑의 어둠 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서겠노라 큰소리다. 나는 싸늘히 등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가 열일곱에 시집와서 팔십 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치고는 저기 저 등성이를 넘는 것을 못봤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 잰걸음을 따라 나도 가만히 걷는다. 기세가 천 리를 갈 듯 하다. 드디어 산등성, 고요하게 잠든 숲의 정적과 뒤척이는 새들의 혼곤한 잠속, 순간 아버지가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집 쪽을 향해 소리를 치신다. 에이, 이 못된 할망구야, 서방이 나간다면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 못된 할망구야, 평생을 뜯어먹어도 시원찮을 이 할망구, 뒤돌아 식식거리며 아버지 집으로 천릿길을 내닫는다. 지그시 웃음을 물고 나는 아버지를 몰고 온다. 어머니가 켜놓은 대문 앞 전등불이 환하다. 아버지는 왜, 팔십 평생 저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채 넘지 못할까.

- 시집「 악어 」2005년 실천문학사

 

 

 

 

비엔날레/ 유홍준

 

우리는 삶은 피를 먹었다 식용 비

닐 속에 담긴 핏덩어리를 먹으며

우리는 여자를 욕망했다 그 어떤

댓가를 지불해서라도 성기가 거대

해지기를, 우리는 굴뚝처럼 갈구

했다 공장처럼 팽창해지기를 원

했다 주머니 속에 잭나이프를 넣

고 다녔다 어둠을 북북 갈랐다 여

자들의 흰 허벅지가 드러날 때마

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광주

비엔날레에서 보았던 토끼의 순대

다발처럼 긴 성기! 식용 비닐 속에

담긴 검붉은 핏덩어리를 우리는

길거리에 서서 먹었다 세 명이 한

여자오 세 번씩 성교를 했다 미쳤

다 그 여자 아침에 피를 끓인 국밥

을 얻어먹었다

 

 

 

- 1998년 < 시와반시 > 등단

 

 

 

 

 

 

 

여름 어느날, 용혜원 시인과 함께

 

 

 


 

하이든 / 첼로 협주곡 제1번 C 장조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No.1 In C major Hob.VIIb:1

 

하이든 [Franz Joseph Haydn,1732∼1809]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은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로라우(Rohrau)에서 궁정의 수레바퀴 제조자인 아버지의 12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는 삼촌에게서 잠시 음악을 배웠고, 1740년부터 10년 동안 
빈에 있는 성 슈테판(St. Stephan) 성당의 소년 성가대원으로 있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악기를 배우기는 했으나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며
 변성이 되어 더 이상 성가대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되자 1749년 성가대를 나왔다. 
1750년부터 10년 동안은 교회의 관현악단에서 연주를 하였고 건반악기 레슨도 하였다.
 이 때에 메타스타지오의 소개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성악 선생이었던 
포르포라(Nicola Porpora)를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잠시 작곡이론을 배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이든은 푹스(J. J. Fux)으 l[Gradus ad parnassum]으로 대위법을 익히는 등 
주로 독학으로 공부하였으며 1758년에는 포르포라으 추천으로 
모르친(Karl Morzin) 백작의 궁정 음악감독이 되었고, 이곳에서 목관악기를 위한 
<디베르티멘토>와 첫 교향곡 D장조를 작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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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 1번 C장조는 200년 가까이
 귀족의 문고나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작품으로, 
1961년에 음악 학자인 폴케르트가 프라하 국립 박물관에서
 하이든 시대의 필사 파트 악보를 발견하고, 
쾰른의 하이든 연구소 학술 주임 페더에 의하여 사료적 측면에서
 하이든의 작품으로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정됨으로써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의 첫 머리 주제를 하이든 자신이 '초안 작품 목록'에 기재한 데서, 하이든이 직접 작곡한 첼로 협주곡이라는 것이 실증되었다. 또한 '초안 작품 목록'의 성립 상황과 더불어 양식 연구를 통하여 하이든의 창작 시절의 초기에 해당되는 1761년 대의 작품이라고 추정되었다.
작곡의 동기에 대해서는 에스테르하지 공작가의 오케스트라에서 1761년부터 69년간에 걸쳐서 활약한 첼로 주자 요제프 바이글을 위해 작곡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962년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미로슈 사드로의 첼로, 찰스 마케라스의 지휘에 의해 체코슬로바키아 방송 교향악단에서 부활의 무대에 올려진 이후, 많은 각광을 받게 된 제 1번 첼로 협주곡은 하이든의 원숙기에 씌어진 제 2번과는 달리 바로크의 흔적을 남긴 하이든의 초기의 협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두 곡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에 얽힌 이야기들은 좀 기묘하다. 한 곡은 1963년에서야 발견되었고 다른 한 곡은 오랫동안 다른 이의 곡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두 곡은 모두 하이든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첼로 협주곡 1번은 1756년에, 협주곡 2번은 1783년에 작곡된 곡으로 추정된다.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No.1 In C major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1번 1악장 장한나


J.Haydn - Cello Concerto No.1 C Major, 1 movement / MINT Orchestra


스위스 출신의 누드 첼리스트 나탈리 망세(Nathalie Man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