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로부터 두번째 그림에서 촛불 여덟개를 밝혀보세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일 년을 마감하는 달, 속절없이 12월 달력을 편다.
영어로는 디셈버(December), 프랑스어로는 데상브르(Decembre), 어원을 따져보면 모두
10이라는 숫자와의 관련이 보인다. 아주 예전에 “데카 비타민”이라는 건강약제 광고가 요란
했었다. 열 가지 비타민이 들어있다는 약 광고였다.
잘 알다시피 현대문명은 십진법의 패러다임으로 형성되어있다.
물론 컴퓨터시대의 도래와 함께 2진법(+-)의 문명도 내재하게 되었지만 테크놀로지로만
작용할 뿐, 현상계는 10진법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일 년은 열두 달인가.
피치 못할 자연의 법칙이 작용하였다. 천체관측 기술이 아직 미숙하던 시대에는 가장 확실하게
모양을 바꾸어주는 “달(moon)”이 날짜 계산의 기초로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달은 일 년에 대략 열두 번의 위상 변화 주기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기에 앞서, 이집트인들은 춘분에서 시작한 태양의 뜨고 지는 날짜가 365일에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대 동방의 제국들은 동지에서 출발한 태양의 운행과 달의 차고 기우는 주기를
섞어서 태음태양력을 만들고 일 년을 열두 달로 쪼개어 셈하게도 되었다.
한편 로마제국의 초기에는 일 년의 구성도 십진법에 따라서 열 달로 나누어 썼으나 그 결과
천체운행의 주기성이 흐트러지고 절기와도 혼란이 생겨서 “일 년 열두 달” 체제로 바꾸었는데
사실상 그 셈법은 엉성하였다.
이를 획기적으로 정비한 사람이 율리우스 시저(Julius Caesar)였다. 그는 춘분이 든 달을 1월로
하던 체제도 바꾸어 3월로하고 그 앞에 두 개의 달을 넣었다.
암살로 인한 비극적 사후, 로마인들은 그를 추모하여 탄생일이 든 7월을 July로 하였고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자신의 전승일과 생일이 든 8월을 August로 하였으며 날짜도
2월에서 하나 빼와서 31일로 맞추었다. 시저의 달인 7월과 숫자를 겨룬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으로 10의 뜻이 있는 “디셈버”는 12월로 밀렸달 까, 일 년의 마지막 달이 되어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영웅호걸의 이름이 난무하는 곳은 전장뿐만 아니라 일 년 열두 달도
무풍지대는 아닌 모양이지만 오늘 우리에게 상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올해도 한 달 만 겨우
남았다는 안타까운 팩트 뿐이다.
이제 곧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헤밍웨이의 장편 제목 덕분으로 이 구절은 책의 내용보다 더 우리에게 친숙하다.
속 깊은 영화의 영상이 아쉽게 사라지며 벨이 울리고 불이 들어올 때, 지루한 수업이 마침내
끝나고 종소리 형의 차임벨이 울려 퍼질 때 우리는 곧잘 이 말을 입에 담았다.
그런데 이 문구의 진짜 뜻은 그런 게 아니다.
영어로 “종이 울리다”라는 표현으로는 크게 ring과 toll이 있다. 앞의 ring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일체의 종소리를 뜻하고 뒤의 toll은 조종弔鐘이 울린다는 뜻이다.
헤밍웨이가 쓴 작품 제목은 For Whom the Bell Tolls? 이고 “누구를 위하여 조종은 우는가?”
라는 표현이 가장 알맞은 번역이 되리라.
이 말은 원래 “존 단”이라는 영국의 시인이 쓴 “기도”라는 제목의 시에서 나왔다.
“문득 조종이 울리더라도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가를 묻지 말라. 그 소리는 죽은 자를 위해서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에 함께 울려 퍼지는 것이다”라는 이 구절은
사해동포주의, 휴머니즘, 진정한 인간애로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종소리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하루의 끝에 만종이 울린다는 표현도 “The Evening bell tolls"라고 하여서 toll이라는 표현을
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처음이 있듯이 끝이 있다“라는 평범하지만 깊은 뜻을 만종과 제야의
종소리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만종과 달리 제야의 종소리는 ring을 쓰는 경우도 많다.
잘 알려진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In Memoriam(추도 시-사우가)"을 소개해본다.
그는 젊은 날, 죽마고우이자 누이의 약혼자이고 모든 방면에 천재성이 번득이는 친구의 요절을
겪는다. 급작스러운 그 비극은 너무나 억울하고 슬퍼서 그는 하늘에다 대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마침내 지나가고 떠나가는 모든 것들을 통회하여 버리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기도의
심정으로 받아드린다. 17년에 걸쳐서 구상하고 음미하여 마침내 현상을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사우가의 첫머리는 제야의 날에 힘찬 목소리로 해마다 음유가 된다.
고즈넉하게 조종으로 울기 보다는 역동적인 종소리로 새해의 새 가치를 찾겠다는 울림이
힘차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날아가는 구름, 얼어붙은 빛에
이 해는 오늘밤 사라져 간다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 이 해를 가도록 하라
울려 보내라 낡은 것을, 울려 맞아라 새로운 것을
울려라 흰 눈 너머로, 기쁜 종이여
이 해는 가나니 가도록 두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맞아라
Ring out, wild bells, to the wild sky,
The flying cloud, the frosty light;
The year is dying in the night;
Ring out, wild bells, and let him die.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Ring, happy bells, across the snow:
The year is going, let him go;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th
- 알프레드 로드 테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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