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을 떠난 이래 강의실의 의자에 앉기보다는 주로 강단에 서서 살아왔기에 오블리제 클럽의
<행복한 인생> 수강생(?)으로 초청 받았을 때에는 조금 망설임이 왔다.
무슨 심리적 거부감이 아니라 습관이 된 생리적 “좌불안석”이 되지나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절의 대표 유머처럼 아내가 하자는 일을 비토 할 만큼 간 큰 남편이 될 수는 없어서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과연 국제화 시대의 선두 금융 기업으로 우뚝 선 조직의 기획력이 금방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균여명이 늘어나면서 생긴 여러 계층의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제 중에서도 미래 에셋이 꼭
담당해야할 분야와 국면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부분을 감당코자 기획한 프로그램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제목의 브로슈어 속에서
금 쪽같이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미래 에셋의 지역지점에서 금융상담 등으로 적지
않은 배려를 받고는 있었으나 이번에는 강의 장소부터 을지로 본점(센터 원) 35층의 전망
빼어 난 컨퍼런스 홀이라는 점도 기대를 더하게 하였다.
과정은 모두 6회에 걸쳐서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첫 주제는 이 풍진세상에서 개인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느냐의 방법론이었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행복의 힘”이라는 강의 내용이다. 그는 주요일간지에
한 페이지 전면 광고가 나오는 그릿(GRIT)의 저자이기도 하였다.
김 교수께서 제시한 “행복의 힘” 방식은 매우 구체적인 쌍방향 패턴이어서 우리는 추상적
개념만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짧은 시간 중에도 실천적 과정을 거쳐야했다. 예컨대 서로
안면이 없이 만난 우리 참여자들은 조를 짜서 상대에게 자기의 특별한 특성과 장점을 토로하고
상대로 부터도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식이었다.
끝내 우리 여덟 커플들은 무릎을 꿇고(혹은 맞대고)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진솔하고도 즐겁게
마음을 트고야말았다. 그 외에도 강의 내용 가운데 남녀의 타고난 특징도 재미있게 터득하고
부부 이해의 가교를 덤으로 얻게 되었다.
즉 여성은 한 가지 일에 종사하면서도 여러 가지 다른 일, 예컨대 요리를 하며 TV도 보고
잔소리까지 할 수 있으나 남성은 겨우 신문 한 장을 읽으면서도 아내의 잔심부름 하나 수행할
수 없다는 생물학적 지식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이윽고 한주간이 지나서 다시 목요일---. 두 번째 만남의 시간은 특별히 내 개인적 인연이
더불어서 대박 터진 날이 되고야말았다. 강의를 주신 분은 이화대학교에서 정년을 하신 이근후
정신과 명예 교수님으로, 딸자식의 대학 때 은사가 아니신가.
이분의 강의는 최근에 쓰신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데 노후의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하는가를 설파한 지혜의 서에 다름 아니었다.
강의는 크게 노령사회에서 고령자들의 자기 관리에 따른 행복 추구 방법과 자녀들과의 바른
소통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개인의 행복 추구 부분에서는 인간이 누구나 겪게 되는 노화 과정, 거기에서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 핸디캡들을 얼마나 성숙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한 노후 생활이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 봉사적으로 발전해 나아가야할 모멘텀에 대한 제안 등이 깊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강의 중 3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네팔 의료봉사 관련도 소개 되었는데, 그들의 높은 행복
지수도 현대화, 도시화와 더불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사실도 덧붙였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어떠해야겠는가를 깊이 반추해 보아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한편 부모 자식 간의 소통 관련 예화도 울림이 컸다. 이 교수께서는 맏아들이 청소년 시절,
부모의 기대나 예상과는 달리 자신을 “소년가장”으로 여겼더라는 충격적 사실도 소개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매스컴에서도 소개되었다시피 한 지붕 네 가족생활 형태로 세대 갈등도
해소하고 서로 도움이 된다는 자신의 집안 모델도 이야기하였다.
강의가 끝난 후, 나는 딸자식의 근황과 더불어 이 교수님이 나의 중등학교 선배가 되신다고도
알려드렸다. 이 교수께서는 딸의 이름을 듣고 잘 기억을 하고 계셨다. 딸은 의과대학 시절에
이 교수님을 따라서 네팔 의료 봉사 활동에도 참가하는 등, 사제의 정이 돈독하였다.
지금은 피츠버그 대학 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우리는 미래 에셋 본관 건물의 조망권을 살려서 멀리 북한산과 청와대를 배경으로 선후배
기념촬영도 하였다. 수려한 북한산은 늦가을 단풍철이 이미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깨끗하고 산뜻한 광휘를 잃지 않아서 노년으로 들어서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삶의 모습과
지혜와 정취를 일깨워주는 듯하였다.
세 번째 목요일이 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담할
일이 있어서 좀 일찍 센터원으로 나갔더니 담당 과장께서 날씨에 따른 출석 걱정을 한다.
이날은 번개 모임으로 디너까지 있지 않던가~.
날씨 걱정은 기우였다. 참가자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모두 모였다.
“가끔은 제 정신”의 저자, 허태경 고려대학교 교수의 강연은 파워포인트로 준비된 자료가
풍성하였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생음으로 열강이 진행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논리적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가.
그 착각의 현장으로 교수께서는 우리 모두를 이끌고 나간다. 처음 거부반응을 보였던 우리는
마침내 현장의 처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인정하고야 만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착각하지 않는 집단은 우울증 환자 집단 밖에 없으니까. 꿈을 가진 사람들은 착각도 하게 된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일부러라도 마음의 위안을 위하여 쓰디쓴 인고를 불러내어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그런 착각에서는 이제 벗어나자. 그렇게 허 교수는 우리의 손에 해방공간의 비밀
열쇠를 쥐어준다.
미래 에셋 건물 지하 2층의 식당 “고상”에서 코스로 맞본 사찰 음식은 비슷한 종류의 다른 데
보다 더욱 정갈하고 다양하였으며 서빙하는 분들의 설명도 전문가답다. 힐링이 거저 된 듯
마음이 놓인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12월 중순의 목요일에는 또 다른 디너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반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갈수록 깊은 재미와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인문적 정서에서 정신적 풍요를 꾀하였다면 다음부터는 건강과 장수 비결에 관한 강의도
기대가 크며 음악에 관한 과목도 눈길을 끈다. 금융재산에 관한 전문적 강의가 이목을 집중
시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리라 생각이 되며 은퇴 자산관리의 ABC도 깊이 경청해야할 영양가
높은 주제일 것이다.
행복한 인생 설계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심히 어려운
과제만도 아니라는 느낌이 샘솟는다.
금년의 끝을 알리는 12월, 매듭달의 달력을 곧 열게 되겠지만 단순히 세월의 흐름을 탄식하는
연말이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음미하고 반추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정월을 뜻 깊게 맞이하는
데에 이번 프로그램이 크게 기여했음을 새삼 감사코자한다.
슈베르트 / 연가곡 '겨울 여행' 중' No.6 "홍수"
Song Cycle Winterreise 중 No.6 "Wasserflut"
Franz Peter Schubert(1797-1828)
Martti Talvela, Bass
Ralf Gothoni, Piano
Manche Trän' aus meinen Augen 억수 같은 눈물이
Ist gefallen in den Schnee; 눈위로 떨어졌네;
Seine kalten Flocken saugen얼음은 목마른 듯 삼키네.
Durstig ein das heiße Weh. 내 불타는 슬픔의 눈물을.
Wenn die Gräser sprossen wollen 초목이 파릇 돋아날 때,
Weht daher ein lauer Wind,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리,
Und das Eis zerspringt in Schollen 얼음이 깨지고
Und der weiche Schnee zerrinnt. 눈도 녹으리.
Schnee, du weißt von meinem Sehnen,눈아, 넌 내 그리움을 알고 있니,
Sag', wohin doch geht dein Lauf? 말해보렴, 넌 어디로 흘러가니?
Folge nach nur meinen Tränen, 내 눈물을 따라가면
Nimmt dich bald das Bächlein auf. 멀지 않아 개울이 나타날거야.
Wirst mit ihm die Stadt durchziehen,눈물이 도시로 흘러 들어간다면,
Munt're Straßen ein und aus; 활기찬 거리를 가로질러.
Fühlst du meine Tränen glühen, 내 눈물이 반짝인다고 느낄 때면,
Da ist meiner Liebsten Haus. 그곳이 내 연인의 집임을 알아다오.
전곡듣기
2악장 Die Wetterfahne 풍신기(깃발)
3악장 Gefrorene Tränen 얼어붙은 눈물
4악장 Erstarrung 동결(얼어붙은 가슴)
5악장 Der Lindenbaum 보리수
6악장 Wasserflut 홍수(넘쳐 흐르는 눈물)
7악장 Auf dem Flusse 냇물 위에서
8악장 Rückblick 회고
9악장 Irrlicht 도깨비 불
10악장 Rast 휴식
12악장 Einsamkeit 고독
13악장 Die Post 우편마차
14악장 Der greise Kopf 백발(흰머리)
15악장 Die Krähe 까마귀
16악장 Letzte Hoffnung 최후의 희망
17악장 Im Dorfe 동네에서
18악장 Der stürmische Morgen 폭풍우의 아침
19악장 Täuschung 환상
20악장 .Der Wegweiser 도표(이정표)
21악장 Das Wirtshaus 여인숙
22악장 Mut 용기
23악장 Die Nebensonnen 환각(그림)의 태양
24악장 Der Leiermann 길가의 악사(늙은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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