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무거워도 봄날은 갑니다.
가까운 숲으로 들어갑니다.
연두의 계절이 급히 지나갑니다.
국난 이전의 사진입니다.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을 보며 문득 마네(Manet)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생각합니다.
낙선 전시회와 인상파라는 이름으로 그 특징이 대표되는 그의 전복적 발상은 미술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요.
그래서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등장하여 우리의 시야를 단숨에 넓혀주었던가 합니다.
마침 숲 속에서 시드루의 옷으로 CF를 찍는 일행을 만나게 됩니다.
에드와르 마네의 미학에 대한 상념이 더욱 깊어집니다.
1863년 풀밭위의 점심 에두와르 마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는 이에 대척되는 그림들이 따릅니다
아래 그림은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인데 1863년 당시 프랑스 살롱전에
마네와 같이 작품을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몸매 좋은 젊은 여인이 완전히 발가벗고 누워있는데 야하지않고 기품이 있다고 합니다.
마네의 작품은 물론? 낙선하여 낙선 작품전에 걸리게 되지요.
마네 그림은 더럽다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당시에는 현실계의 인물이나 사물이 그림의 대상이 아니고 그림의 세계는 일상에서 신화 속으로
승격이 되어 묘사 됩니다.
이런 가운데 뛰어든 마네의 그림 세계는 낙선만으로도 부족하여 만인의 지탄을 받았던 것입니다.
대상을 받은 작품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글쎄, 정념을 불러일으키거나 마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건강 산책에 나선 21세기 초, 이 땅의 여인들입니다.
포레(숲)이라고 프랑스 식으로 이름 붙여진 초고가의 아파트가 솦 속에 있습니다.
아래와 위의 사진과 그림이 인상적으로 포개어집니다.
위의 흐린 사진은 아래 그림에 대하여 일종의 데자뷔(기시감)으로 닥아옵니다.
재미삼아 한번 대조해 보았습니다.
1863년 살롱전에 낙선한 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한 "낙선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당시 프랑스사회를 충격과 분노로 얼룩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신화속의 인물이 아닌 현실속의 인간을 그린 누드와 관객을 빤히 쳐다보는 발가벗은 여자의
시선은 그때까지 어느 그림에서도 보지 못했던 방식의 그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네의 전복적인 이 그림도 전통 속에 그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일종의 패러디라고 보아야겠지요.
judgement of Paris 1515 Marcantonio Raimondi
위 그림은 16세기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의 동판화인 파리스의 심판
이 작품은 또 라파엘로의 작품을 그대로 표절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작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 쪽 아래 부분에 마네의 그림에 나오는 저 유명한 여성의 포즈가 보입니다.
3명의 남녀는 바다의 신들이라고 합니다. 맨 왼쪽의 바다의 신이 비스듬히 기대누워 있고
손의 처리 역시 마네의 것과 똑 같습니다.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장면이나 내가 찍은 저 위의 흐린 사진(평상 위의 여인들이라고나 할까)의
모습이 유사하지 않습니까?
서양미술사를 크게 보면 선사시대 - 고대문화 - 그리스로마시대 - 중세고딕시대 - 르네상스
시대로 분류가 됩니다
그런데 중세 고딕 시대까지는 그림이 의사 전달이나 주술적 종교적 가르침등의 목적에
헌신하였다고 볼수있습니다
다만 그리스 로마시대만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목적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의 재현이었습니다
그 정신을 추구하고 따르고자한 것이 르네상스 시대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시대와 르네상스 시대를 재현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의 재현이라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것을 그대로 그리는것이
아니라 더욱 아름답게 변형하여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그 절정을 이루던시대가 당시 아카데미 미술이었고 살롱미술이었습니다.
라파엘로 - 푸생 - 다비드 - 앵그르 - 부그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고 마네와
동시대적으로는 부그로의 시대였습니다
이런 미학의 세계에 갇혀있던 화가들이 탈출구를 모색하던차,
가장 전복적이고 혁신적이며 용맹무쌍한 사람이 마네였고 그것의 형상화가 바로
이 그림이었답니다.
이 그림은 점차 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까지도 바꾸게 되었습니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신화로 포장되지 않은 최초의 일상 야외 누드 작품입니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근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지요.
훗날의 수많은 예술가들은 그의 작품을 재해석함으로서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합니다.
Dejeuner sur l'Herbe 1961 Picasso
피카소는 말년에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를 재해석한 150개의 드로잉과 27개의 회화작품을
남겼다고 합니다.
Dejeuner sur l'Herbe 1982 John Deandrea
극사실주의 조각가인 존 드안드레아 가 '부르조와 계급'을 대상으로 했던 마네의 그림을
'노동자 계급'으로 바꿔 표현한 조각이라고 합니다.
THE NEW LUNCHEON on THE GRASS, 1994, RON ENGLISH
론 잉글리쉬 는 명화를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위의 작품에서는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군요.
풀밭위의 점심식사 최욱경
추상적 표현주의 작가인 최욱경의 작품입니다. 추상화로 재해석했군요.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풀밭 위의 점심식사
문득 서재에 꽂혀있던 지난해 문예지 한권에 제 단편이 들어있는 것을 늦게 발견하고
나중의 기록을 위하여 표제 부분만 여기 사족으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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