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갤러리에서 길을 잃고

원평재 2014. 4. 15. 08:20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이라면 1층이 그 전부 아니던가---?

가까운 친구의 제안으로 "소나무 사진전"을 찾았다.

소나무 작가와 친하다는 내 친구 따라  몇 차례 J 일보 갤러리 등으로 관람을 갔으나

나와 작가 간에는 왠일인지 거리감을 느끼던 처지라서

크게 내키지 않은 발걸음이긴 하였다.

 

과연, 이런 날 예감따라 1층의 전람회장은 굳게 문이 닫혀있는게 아닌가.

초청장 날짜를 잘못 보았나,

친구가 아주 미안해 하여서 만류 겸  2층을 기웃거려보았다.

 

 

 

예술의 전당 입구에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이야기가 공연 광고를 크게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대응이라도 하는듯,

2층 넓은 공간에 예사롭지 않은 서예전이 길잃은 양떼를 맞이하듯 크게 팔을 벌린다.

아하, 2층에도 이렇게 넓은 갤러리가 있구나!!

 

 

묵필로 쓴 "알파와 오메가"

메피스토를 향한 퇴마록인듯 의미심장한 서예였다~~~.

 

 

나중에는 보통의 붓이 아닌, "갈붓"(왼쪽 아래 걸린 붓)도 만져보고 작품도

감상하였다.

 

갈붓?

(전시회 소개 아래쪽에 간단하게 설명을 곁들입니다).

 

 

 

 

정작 소나무 사진은 3층에서 찾았다.

한가람 미술관이 3층까지 뻗어난 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그런데 대형 소나무 작품이 프레임도 없이 3층의 옹색한 공간에서 전시되고보니

미안하지만 초라한 모양새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그래도 갤러리에서 일찍 자리를 뜨지 못한건 그 옆 IBK 연주홀에서 저녁 공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갖고 온 전시장과 공연장 초청 티킷을 버릴 수는 없었다.

이럭저럭 방황하다보니 그런 맛도 감칠만 하였다.

 

 

 

 

구약 시편 전문을 이렇게 올리는데 글자 수만 8만자라고 한다.

 

도록을 증정 받아서 역작의 일부를 다시 올립니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소양(소원) 이은순 전" 포스터

 

 

 

갈붓이란?

 

옛 선비들은 나무 밑둥을 깎아 시를 쓰기 위한 시판(詩板)을 만드는 데 쓸 낫이 필요했다.

이를 풍류낫 혹은 시도(詩刀)라 한다.

 지묵(紙墨)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불을 피워 숯먹을 만들고, 갈대나 수수를 잘라 즉석

갈붓(蘆筆)을 만들어서 하얀 암벽이나 계곡의 널펀한 수석에다 시를 남겼다.

 

이 시대의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 들은 노트북이 시판과 갈붓이라고나 할까.

 

 

 

소나무 사진전을 찾아서 묻고 물어 올라온 3층은 말하자면 "아파트 형 갤러리"!

 

1층이나 2층과 똑 같은 면적을 여러개로 칸을 나누고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차 있었다.

옹색하다기 보다는 한 자리에서 여러 화풍을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이 있었다.

여기 이동엽 화백은 특이한 물감으로 새로운 세계를 진지하게 개척해 나아가고 있어서

공연히 숙연해졌다.

 

 

 

작가의 변:

작품에서 인체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세분화하며 접근해 보고, 좀 더 유기체적 이미지로

표현하여 인체의 세포, 혈관, 기관, 골격 등이 서로 어울리거나 변형하여 또 다른 유기체를

구성하는 과정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돌연변이거나 변종, 상식적으로 존재 불가능하고 그 기능을 상실한 유기체의 모습으로

변화시킨 것은 내 의식의 흐름이다.

 

 

 

 

다시 소나무 사진 작품 이야기~.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저 장대한 소나무 작품들을 조선 갤러리 등에서 여러차례 접하였던바,

이날 아파트 형 갤러리에서 본 작품들은 아쉽게도 위축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긴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예전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친근하게 노송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체 유심조!

 

 

 

하긴 한자리에서 여러 작가들의 작품과 화풍을 즐기는 맛이 더할나위 없던 것은 

내 안목이 아파트 체질로 바뀌어버린 탓은 아닌지---.

 

 

 

 

 

 

물론 전시된 작품들은 아파트 체질이 아니고 광대무변한 세계를 유영하였다~~~.

 

 

 

 

 

 

 

 

 

 

아파트 생활로 일상이 위축되면서 문패도 사라졌다~~~.

 

누드 크로키 연작~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 반주까지 곁들여서 포커스를 조금 흐리게 합니다.

 

아래 쪽에는 최근에 나온 격월간 문예지(3-4월호)에 발표한 졸시 두편을 붙여 놓습니다.

 

 

(시) 렌즈 속 새벽 체험

 

김 유 조

 

해 뜨기 전

다시 찾은 허드슨 강변

창녕 우포늪 그려보며

끈적한 안개 속 맨해튼 붙잡는다.

 

일순

물 때 새

가슴에 품고

아웃 포커싱!

 

철새가 텃새 된 사연

끼룩끼룩 강변에 어지럽다.

 

 

(시) 우주일(雨酒日)

 

스무살 즈음 비오는 날

다섯이 손가락 걸었지

이런날 저녁이면 술을 마시자고

 

우주일이 선포되고

우주회가 반포 되었지

기개는 번개되어

마음을 녹였고

장마철이면 죽어나겠네

재담은 천둥 속에 묻히고

 

 

세상 속 

날이 갈수록

술 마실 일이 어찌 비오는 날 만이랴

 

꽃이 피는날 지는날

바람이 부는날 자는 날

단풍이 물 드는 날 

그 물 빠지는 날

눈이 오다  오다 오갈 데 없이 쌓이고 쌓이는날

 

그러다 마침내 술을 경계하는 날들이 오면

더욱

우주일이고 싶지

 

그때 우주를 향하여 항진한 우주회

우주일의 적자들

비오는 날이면 하나씩 보이지 않게 갈무리 되어

구름 위에서 별이 된다.

  

 

fan Tutte, KV588 - Act 1

모차르트 /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중

 

Wolfgang Amadeus Mozart , 1756-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