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입니다.
얼마전 이런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한다~, 한다~" 하던 서촌(西村) 개발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그 직후 서촌을 다시한번 밟아보았는데 북촌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고
그 사이 다가구 주택 등으로 동네가 너무 파헤쳐졌구나 싶기도 하다.
하여간 설문 조사를 조금더 소개해본다.
"서촌" 간접 설명이 될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마을자산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특성에 적합한 거주 및 활동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문화예술인 분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취지>
경복궁 서측지역(서촌)은 조선시대로부터 송석원터 등 시서화문화의 중심이었던 지역으로 겸재정선,
김정희 등이 활동하였던 곳이었으며, 근대에 이르러 시인 이상, 윤동주, 노천명, 화가 구본웅, 이상범,
이중섭, 박노수 등의 문화예술인이 거주 또는 활동해왔던 지역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갤러리, 공연장 등
다수의 문화예술 시설이 입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 과업은 경복궁 서측지역(서촌)을 역사와 문화예술이 특화된 마을로 가꾸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서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예술가를 위한 거주 및 활동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예술인분들의 경복궁 서측지역(서촌)에 대한 지역이미지와 해당 지역에 예술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설문과 관련한 내 개인적 의견은 현재의 상태 유지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이 훼손된 이 마을이 북촌처럼 유지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서촌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경복궁 역에서 시작하여 인왕산 수송동 계곡까지가 그 반경에 들어오려나.
어찌되었거나 라임라이트를 다시 한 번 들으며 산책길에 나서본다.
라임라이트는 예전에 가로등을 불밝히던 백색광이다.
찰리 채플린이 영화를 촬영하던 무성 영화시대에는 라임라이트가 세트장도 불밝혔다.
그래서 찰리 채플린의 일대기를 엮은 헐리우드 영화의 타이틀도 <라임라이트>이다.
지금 세트장이나 스테이지를 밝히는 불빛은 <스폿라이트>라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플러드라이트 같은 말도 있지만, 하여간 스폿라이트는 "지금, 여기"이고
라임라이트는 흘러간 시간이자 아련한 시절이다.
* 찰리 채플린 각본,제작,감독,주연의 영화 <라임라이트>의 메인테마인 "테리의 테마"가 흘러 나옵니다.
이 주제가는 채플린이 직접 작곡했습니다.
클릭해 주세요~~~^^.
서촌 입구의 분위기는 옛 양반골하고는 좀 거리가 있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사람사는 냄새는 물씬 난다.
전에 한두번 다니며 익숙했던 표지들이 나타난다.
마음이 움직이고 시심이 동하는 표현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3대째 내려오던 "대오서점"
이제는 문을 닫고 카페로 전향하였다.
부디 오래 지속이 되었으면 싶다.
통인 약방도 팔을 걷어부쳤는가 싶다.
약을 문밖에서도 팔려고 나왔다. 갸륵할 손~~~.
재래시장에는 재래 부페 난장도 있다.
먹거리가 싸고 푸짐하다.
아직도 60년대 식인가~~~^^.
김승옥 선생을 한 번 모시고 와야겠다.
<서촌>에는 이렇게 역사적 인물들의 흔적과 유적이 많지만 지금 찾아내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미 치졸하게 개발이 되었기 때문인가 싶다.
통인 재래시작은 그나마 일찍부터 제대로 손을 본 것 같다.
이곳에서는 엽전을 5000원 정도 사서 플라스틱 쟁반을 받으면 그 엽전가게에 가입한 곳에서
적당한 양의 먹거리를 골라 담게 된다.
맨 나중에는 식사할 공간까지 제공이 되는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이웃 배화여대생들이 많이 이용하는가 싶다.
인왕산 등산객들도 심심치는 않을 것이다.
나같은 관광객들도 심상치는 않다.
시장통이 끝나는 곳에서 인왕산이 올려다 보인다.
성채 옆의 바위가 언제보아도 떨어질 것만 같다.
저 바위 쪽 안으로 삼신각 같은 것이 음각으로 들어앉혀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기억이다~~~.
세계 빅화점이라고 하지 않은 주인의 겸손?이 보인다^^.
이제 재래시장을 나와서 수성계곡으로 올라가는데 중간 중간 명소들이 이렇게 안내되어 있다.
하지만 제대로 찾을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다.
옥인동 박노수 가옥(미술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히잡을 쓴 중동의 유학생도 관람의 대열에 서있다.
집안 구석구석이 순례길 같기도 하다.
새를 얹어서 잘 그린 서양화가 생각이 납니다만, 화가의 이름이~~~.
지혜로운 사람들은 우선 뒷동산으로 올라간다.
규모는 달라도 플로리다의 헤밍웨이 집터같다는 생각에 잠깁니다.
나오는 길에도 다시한번 미술관을 눈여겨 본다.
그 바로 앞(옆)에 있는 어떤 화가의 작업실이 눈길을 끈다.
노랑 리본이 걸려있다.
티베트에도 해와 달의 설화가 있다.
다가구 주택들이 서촌 개발에 걸림돌이 아닐까~
겸재 정선의 "수성동(水聲洞) 계곡" 진경 산수화에 따라 이곳을 다시 구축하였다고 한다.
겸재의 수성동 계곡 그림
계곡 길이 심오하다. 위 그림과 아래 사진의 석판은 같은 것(8미터 가량)이라고한다.
전에 이촌동 중앙박물관에서 "겸재 전"이 열렸는데 시조 쓰는 정시식 문인이 우인들에게 한권씩
선물한 책이 이번에 요긴하다.
"사각정 정자"도 겸재의 그림과 같은 모양으로 재현한 것이다.
겸재의 집터에 천하의 화원 노옹이 와불처럼 거하시다.
동심들이야 무얼 알랴. 흔한 비닐 봉지가 바람에 나른다. 꿈을 좇는 동심이라고 해두자.
이 동네 아이들이야 이 시절 행운을 타고났다.
조상님들을 잘 타고 났다는 말도 맞다.
겸재의 수성동 계곡을 재현해 놓은 산길을 올라가다가 앵무새를 만났다.
우연한 조우는 즐거웠고 계곡을 겸재의 실경 산수화에다가 똑같이 맞추어 놓은 방식은
앵무새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경고 같아서 여러가지로 의미심장한 날이었다.
그럼 한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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