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사변일"이 속절없이 또 찾아왔다.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기에 이제 그 끔찍한 역사도 벌써 환갑,
진갑을 지나 고희의 세월을 헤아리게 되었다.
세계대전을 방불케하는 전쟁을 치른 나라에서 왜 아직 제대로 된 전쟁소설이 없느냐고,
왜 노벨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 없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아마도 남북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고 또 너무나
이데올로그에 매몰되어왔던 사회 분위기 탓인지도 모른댜.
전쟁문학을 블록버스터로 이해하려는 시각도 진정한 문학사를 쌓아올리기에는 걸림돌이 되리라.
이럴 때는 순정한 마음의 "휴머니스트 작가" 대망론이 나와야 할 계제가 아닌가 싶다.
최근 그러한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격전장인 우리나라와 자유 수호의 가디언을 자처한 미국,
두 나라에서 벌어진 휴먼 드라마를 평생을 통하여서 그려낸 작가와 그 작품들을 최근에야
접하게 되었다.
장단편과 수필 등으로, 또 한국 문인협회의 해외문학 발전 위원장이라는 실천적 행보로
6-25를 문학으로 형상화해 온 전경애 소설가를 며칠 전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 꼽는 <그레이트 러브>는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투,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삼고 있었고,
비슷한 줄기이나 또 다른 장편 The Dandelion Ranch는 영문으로된 장편 전쟁 소설이다.
마침 최근에 발간된 종합 월간지 <아시아 인>에서 취재한 자료가 있어서 아래에 옮겨본다.
전경애 작가는 내 중등학교 동기, 고 한준혁 학우의 처제가 되는 분으로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안문석 전 부총장의 부인이시고, 책을 낸 도서출판 "지성의 샘" 이현실 주간이 함께 자리를
하였다.
‘휴머니즘’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으로 세계평화에 기여
-3편의 작품-
<그레이트 러브>, <꽃 한 송이의 사랑>, <위대한 항해>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 발전위원장 전경애 작가
사실적이고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던 전경애 작가가 최근 한국전쟁을
재구성한 장편소설 <그레이트 러브>에 이어 수필집 <꽃 한 송이의 사랑>과 단편집<위대한 항해>
등을 출간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에서 펼쳐진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긴박하고 참혹했던 전투 속에서 위대한 사랑이야기를 담아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레이트 러브>에 이어 새롭게 출간되는 수필 <꽃 한 송이의 사랑>과 시공을 초월한 선구자들의
위대한 모험을 기록한 <위대한 항해>에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휴머니즘을 주제로 작품을 통해 화해와 용서 그리고 감동을 전하고 있는 전 작가를 만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재진 기자
전쟁속 카우보이와 시골처녀의 위대한 사랑 - <그레이트 러브>(The Great Love)
다년에 걸친 자신과의 싸움을 거쳐 재구성되고 탄생한 <그레이트 러브>(도서출판 지성의샘)는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다큐소설로써 그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전직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활동했던 전 작가는 이 소설의 자료를 1994년 미국여행 중 한 박물관에서 우연히 발견
하였다.
그 후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초신퓨’ 들로부터 전투 비사를 전해듣고 장편소설을 기획하였다고.
“초신퓨란 장진호 전투 생존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교수 등 미국에서
지도층 인사로 많이 활동하고 있는 참전군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장진호에서 실종된 카우보이 ‘쟈니’와 미국 몬태나주 목장의 시골처녀 ‘애니’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장진호에서 부터 흥남부두, 태평양 건너 미국 몬태나에 이르는 애절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다.
장소 위주의 시퀀스, 생생한 한국전 전개양상이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을 들게 하며 참전
군인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이 잘 나타나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 중 실종된 쟈니와 알콜릭이 된 애니, 한국계 고아 루이킹박사와 애니를 평생 짝사랑
하는 목장주 릭을 비롯해 등장인물 모두가 한국전쟁이라는 폭풍 속에서 나름대로 위대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한국계 고아청년 ’루이킹 박사’의 네레이션 형식으로 진행되며, 전작가는 이 소설에
나오는 ‘메레디스 빅토리호와 라루선장’의 이야기를 1999년 한국에 최초로 발굴, 소개한 것으로
이미 언론에 주목을 받은바 있다.
특히 6.25 전쟁 날짜와 일치하는 미국 몬태나주 로데오대회의 흥청스러움과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쟈니를 그리는 여주인공 ‘애니’의 슬픈 최후가 대조적으로 맞물려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을 미국 쪽에서 바라본 점이 이채롭고 한국인이 최초로 그 내용을 썼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저는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위대한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은 위대하니까요. 하루하루 되풀이 되는 우리의 삶 자체도 결국은
그레이트 러브를 꿈꾸고 실현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전작가는 미국에서 가져온 자료를 바탕으로 이미 장편소설 <몬타나 625>와 <장진호 1,2권>을
집필한바 있으며 한국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영문판 민들레 목장 <The Dandelion Ranch>을
미국에서 출판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8편의 단편소설의 완성판 - 단편소설집<위대한 항해>
한편 오는 6월에 출고를 앞두고 있는 전작가의 단편소설집 <위대한 항해>(월간문학 출판부)
에는 ‘흥남의 마지막 배’, ‘전단지의 귀향’, ‘나그네길’, ‘마지막 방문자’, ‘장미와 철모’, ‘꽃피는
봄날’, ‘네잎클로버’, ‘민들레 꽃반지’ 등 8편의 단편과 3편의 영문단편 ‘The Last Ship Out
of Hung-Nam Harbor’, ‘The Dandelion Ring’, ‘Return of A Leaflet’이 수록되어 있다.
“뒤늦게나마 이 3권의 책을 출판한 이유는 우리의 아픔이 담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용서와 화해의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또 외국의 한국전 참전군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소설가의 영원한 주제는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부분 참전 군인들은 연로하여
돌아가시거나 고령이 되셨습니다.
그들에게 이제 미움도 사랑도 없고, 평화를 위한 소망만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꽃 한 송이의 사랑에서 찾은 희망의 메시지 - 수필집<꽃 한 송이의 사랑>
참전 군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 <꽃 한 송이의 사랑>(도서출판 지성의
샘)을 발표하며 작가전경애는 그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전군인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세계평화에의 염원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은 수필을 넘어
역사적으로도 그 가치가 큰 책이다.
5부로 나눠져 있는 <꽃 한 송이의 사랑>은 제1부에서는 미국의 한 참전 군인이 가족들과 함께
마흔한 번째 한국을 방문, 격전지를 돌며 평화의 기도를 하는 이야기와 미국참전군인들이 한국
전쟁 당시 미함정에 실려 있던 종을 옮겨와 치며 애타게 실종자 이름을 부르는 행사, 흥남철수
당시 한 척의 배로 만 사천 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메레디스 빅토리호와 한국전쟁 후 가톨릭
신부가 된 라루선장 이야기, 현봉학과 흥남철수 등이 그려져 있으며 제2부에서는 미국
콜로라주의 한 작은 지방 박물관에서 한국전 참전군인의 손을 통해 60년 만에 독립기념관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영전단 이야기, 세계평화를 위한 관광정책 등이, 제3부에서는
장진호 전투 참전군인들의 춥고 쓰라렸던 회고담과 한국전쟁 중 유엔군의 흥남철수작전의 주역
현봉학과 알몬드 장군, 포니 대령 이야기가 나온다.
또 임준희 곡 전경애 시 가곡 ‘한강’을 비롯 병상에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는 꽃 한 송이 등 생명의
소중함과 고귀함에 대한 글귀가 돋보인다.
4부, 5부에서는 한국을 짝사랑하는 외국참전군인들, 미국 콜로라도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 환영전단 반환식 기조연설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현실 주간과 전경애 작가
휴머니즘의 교훈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 ‘오페라’를 통한 세계평화 기여
“휴머니즘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집필해온 전 작가는 향후 이 작품이 영화화되어 세계인들에게
휴머니즘이 전달되기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음악에 접목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국 가곡을 통한 오페라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가슴 아픈 교훈을 토대로 세계 평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여고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을 수료한 전경애
작가는 한국전쟁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와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
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한국전쟁을 다룬 <몬타나625>, <장진호1, 2>, <흥남의 마지막 배>,
<전단지의 귀향>, 영문판 <The Dandelion Ranch>, 창작집 <장미와 나이프> 등이 있으며,
<보물섬>, <차이나맨>, 이탈로 칼비노의 <제로 사냥꾼> 등을 번역했다.
우리문학상과 한국전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마침 좌담을 마친 곳 인근에는 전경애 작가가 관여하고 있는 월드 피스 자유연합과
여러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정원이 있어서 헌화도 하였다.
양재동 꽃시장 등에서 후원을 받는다.
단편집 <위대한 항해>의 표지에는 원래 배를 그려 넣었었는데 이번 참사를 겪으며 장미 꽃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광화문 네거리에는 여름 소나기가 시나브로 쏟아지고 있었다.
6-25 사변일이 통일절로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염원이 장대비가 되어 쏟아져내렸다.
★ 碑 木 ★
'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람회 초대 (0) | 2014.07.08 |
---|---|
해군 상륙함(LST) 타고 독도 탐방 (0) | 2014.07.06 |
우즈베끼스탄, "타슈켄트 공항"에서 만난 여인들 (0) | 2014.06.21 |
영인 문학관의 동행 콘서트 (0) | 2014.06.15 |
6-25 사변인가, 한국전쟁인가. (0) | 2014.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