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자들 가운데 <만주-몽골어>에서 아주 특별한 경지를 개척해 놓은 김동소 교수가
초대장을 보내었다.
<만몽어> 관련은 아니고 "아단 문고"에서 처음 개최하는 서지학 관련의 학술대회에 참석해
보라는 권유였다.
"서지학은 잘 모르겠고 다만 친구가 보고싶으니" 회의장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김 박사라면 우선 세계 각국어로 된 성경책을 거의 빠짐없이 수집해 놓은 일로도 또 하나의
경지를 이루고 있고 최근에는 만주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에 나서서 <사도신경>은 거의
마친줄로 알고있다.
연변 과기대에서 한 학기 교환교수로 지낸 내 견문으로는 만주어 쓰는 사람이 이제는 몇 되지도
않는데 이 무슨 작업이냐고 의아할 때도 있지만 내 어이 그의 깊은 뜻을 헤아리랴.
백범 기념관에서 열리는 학회 장소를 찾아 효잧구장 근처를 참 오랜만에 둘러보게 되었다.
이곳은 서울에서도 빠지지 않는 위치이자 산천경개도 준수하건만 오래동안 "산천이 의구한"
상태만 유지하고 있으니 기이할 손 부동산~!
길을 물어보는데 이 지역 토박이 인듯한 몇분들이 느긋하고 공손하게 서울 사투리 본색으로
길손의 갈길을 이끌어준다.
효창 구장에서는 왜 올림픽과 월드컵의 일부라도 열리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익숙하지 않은 대학 간판을 지나치자 마자 백범 선생의 유지가 길손을 반긴다.
몇년전 <약방집 예배당>이라는 책을 낸 미국 사는 친구가 출판 기념회를 열었던 기념관이
그 동안에도 의연하게 서있다.
오늘은 백범 묘소 참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같다.
내 친구를 두리번 찾아본다.
KTX 타고 온 친구가 단정하게 앉아있다.
아단 문고란 이 땅에서 엮어진 책과 전적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서 분류, 해설과 해제,
영인본으로 재탄생까지 시키고자 오래 전 설립된 사설 기관임을 알고 놀랐다.
이 일에 나선 기관은 "한국 화약" 지금은 "한화 그룹"이라고 한다.
오늘의 세미나 어디에도 그런 내색은 없다.
담백하다.
등을 보이는 분이 아단 문고의 오랜 실무자
박영자 실장님인듯 정황상 짐작을 해 보는데 이런 내 언급들이 아주 정확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 눈에는 모두가 이방인~
근대 서지학회 회장, 전경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아단 문고의 전말을 설명한다.
정진석 외국어대 명예교수가 아단 문고의 지난 날과 현황, 한국 서지학의 현주소 등을 가감없이
설명해준다.
중간 휴식시간에 많은 의견 교환이 오고간다.
내 친구가 전경수 회장과 의견을 교환한다.
내 친구의 선친, 김영보 어른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도 여러분야, 특히 최초의 드라마티스트로
교과서적인 인물이시다.
학창 때에 나도 개구장이의 모습으로 뵌적이 있다.
내 친구와 아단문고와의 관계는 오래된듯 하다.
외국문학을 전공한 내게는 그런 인연이 없었다.
전경수 교수는 이번 서울대에서 정년 퇴임을 한 후, 중국, 귀주 대학교의 종신 석좌 교수로
재임용이 되었다고 한다.
전 교수는 겸손하게 "재취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약 300 박스로 된 자료들을 귀주대학 담당자들이 세분이나 와서 자기네 대학 도서관의
특설 문고 코너로 운반해 갔다고 한다.
"문화재 유출?!"
내가 농담처럼 외치자 모두 웃었으나 결코 농담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한심한 현실이 비단 이런 일에만 국한하랴.
정진석 교수와의 환담
환담의 말미는 내 친구의 좀 생뚱맞은 질문으로 하일라이트를 장식하였다.
내 친구: "근친상간을 막으려고 영장류 인간은 가족 관계를 만들었다는데 맞습니까?"
인류학이 전공인 전 교수가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명쾌하게 답을 주었다.
전 교수: "가족이라는 오묘한 관계를 인간이 가졌기에 근친상간 같은 금제(터부)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내 친구: "레비스트로스의 저서에 나온다고 해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기에~~~."
전 교수: "네, 제가 말씀드린대로의 순서가 맞다고 봅니다~~~."
내 포토 에세이의 포멧에 딱 맞는 클라이막스랄까 하일라이트~!
연세대 김영민 교수는 특히 영인본으로 재 탄생하는 고전의 가치와 그 의미성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이 방면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몇가지를 예시하였다.
이날 발표자와 멀리서 온 내 친구에게는 귀중한 영인본이 증정되었다.
역시 인문학!
서울 역 그릴에서 뜻맞는 사람끼리 가을이 깊은 저녁, 환담을 나누었다.
배경음악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택한 이유는 영화 <혈의 누> 배경 음악으로
쓰였기에 선곡해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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