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우데 자네이루/카니발 삼바학교/이빠네마
김 유 조
히우데 자네이루?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식 발음 "리오데 자네이로"의 현지 발음이었다. 브라질이 포르투갈어를
쓰다 보니 축구선수 호날두 혹은 호나우두가 영어로는 로날드와 같은 이치였다.
강을 뜻하는 Rio에서도 앞에 나오는 R은 ㅎ 발음이다.
히우데 자네이루는 <1월의 강>이라는 뜻인데 1502년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의해 1월에 발견
된 뒤 붙여진 이름이다.
바다가 만으로 깊게 들어왔기에 긴 강으로 착각을 하여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데 결국 천혜의
양항이자 외침을 막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유지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상파울로에서 히우데 자네이루는 버스로 여섯 시간, 비행기로는 한 시간 거리이다.
멀고도 바쁜 여정이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때는 바야흐로 음력설 전후이자 "리우 카니발"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히우데 자네이루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아가야할 곳은 말할 나위도 없이 저 거대한 예수의
입상이다. 높이 710미터의 꼬르코바도 산 위에 새워져있는 예수상의 모습은 보는 이에 따라
느낌도 많겠지만 인간이 범한 원죄와 세상의 고뇌를 품어서 보속하고 승천하는 기본이미지에는
다름이 없다.
이 구조물은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1931년 건조되었으며 높이 38m, 양팔의 길이 28m,
손바닥의 크기 3m, 무게가 1145톤으로 대단한 규모이다. 하지만 결코 형상의 굉걸함만이
사람들을 이곳에 모으는 걸로 보고 싶지는 않다.
여기에서는 히우데 자네이루 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앞쪽으로 내세운 듯 서있는 빵
모양의 슈가로프 바위산도 신묘함을 더하며 거기를 경유하는 거미줄에 매달린 듯한 케이블카가
쉬임없이 관광객들을 나르는 장면도 장관이다.
전에 "007 문 레이커"라는 영화에서 정의의 007이 악한과 싸우는 장면이 바로 여기에서 촬영
되었다는 현대판 전설도 이야기로 따른다.
시선은 슈가로프, 빵 산에만 머물 것이 아니다. 바다 쪽으로 내려다보면 금방 "코파카바나"
해변이 자리를 잡고 좀더 멀리로는 "이빠네마" 해변이 우리의 몸을 낚아채 갈 것만 같다.
절경의 해안에는 플라멩꼬 해변을 비롯, 줄줄이 여섯 개의 해수욕장이 유혹을 하지만 모두 다
섭렵할 수는 없고 "이빠네마" 해변 하나쯤을 “선택과 집중”하는 것도 여정의 지혜이리라.
이빠네마라면 우리나라에 체인으로 자리 잡은 같은 이름의 브라질 레스토랑과 스테이크를 연상
하겠지만 이빠네마와 스테이크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사실 뀀 혹은 산적요리처럼 고기를 꿰어서 칼로 척척 자르고 발라주는 브라질 스테이크는
"슈라스코 스테이크"라는 이름이고, 이빠네마는 그냥 고급 부티크와 상류층의 호화빌라, 현란한
바아, 그리고 게이들과 히피들의 해방구를 포용한 멋진 해변의 이름일 따름이다.
아, 보사노바의 명곡인 Girl from Ipanema의 본바닥이기도 하다.
여정이 설날과 카니발이 겹치는 때라서 무관한 듯 한 두 낱말의 중첩된 의미를 한번 꿰어본다.
인류사는 지구의 일부 지역을 뺀다면 대략 고난참담과 역경의 극복사이다. 음력설날이나 카니발
삼바 축제는 모두 긴 겨울의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긴 동면의 기간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겨울잠이 아니라 죽음으로 이르게 될지도 모를 즈음,
원시의 인류는 재생의 봄을 기다리며 생명의 발버둥을 친다. 설날은 그래서 죽음의 묵은 겨울을
찍고 새날을 기약하는 원점의 뜻이 있다.
또한 서양력도 십진법에 따라 열 달로 구성되었을 때에는 만물이 싹트는 봄의 시작에 1월을 두고
진군을 뜻하는 March라는 이름을 붙였었다(지금도 그 흔적은 3월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 기간에 원시 카니발이 우리의 설날처럼 존재하였음은 물론이다.
이윽고 인류의 보편선으로 기독교가 자리 잡고 부터는 이런 이교도적인 축제들은 모두 기독교적
행사로 통합된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고난을 당하신 날의 40일 전부터 세상은 근신과
반성의 기간을 설정하여 지키게 된다.
사순절(Lent)이라는 이름의 이 기간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는 기호로 설정된다.
그리고 지켜야할 이 기간 보다 다시일주일가량 앞 선 기간 동안에는 다가오는 근신과 절제를
염두에 두며 마지막으로 크게 먹고 마시는 일의 정점을 찍는다.
그것이 바로 카니발이며 동양 한자문화권에서는 주지육림을 끝내는 마지막 축제라고 하여서
“사육제(謝肉祭)”라고 번역을 하였다.
근신과 절제의 사순절 바로 앞 사육제는 지방에 따라 대략 일주일 전후의 격렬한 광란과 몰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데, 기질적 특성을 바탕으로 라틴 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의 카니발이 다른
모든 지역을 압도하게 되었다.
축제의 기간 동안은 인간적 쾌락을 모두 제식(ritual)의 형태로 집대성하여 발산하는데,
그 저변에는 인간적 욕망과 면죄의 원망(願望)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순의 형태로 깔려있다.
(계속)
Astrud Gilberto, João Gilberto and Stan Getz - Garota de Ipanema (이파네마의 소녀)
이빠네마에서 온 소녀
조아오 질베르토가 기타와 보컬을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 이 피아노를
웨스드 코스트 재즈의 거장 스탄 게츠가 테너 섹 소폰을
맡고 있다.
이 곡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는 조아오 질베르토의 부인 아스트러드 질베르토
Vanessa da Mata - Garota de Ipanema
"The Girl from Ipanema" Astrud Gilberto,
João Gilberto and Stan Getz
'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의 편지 3월호 (친애하는 C군에게) (0) | 2015.03.10 |
---|---|
봄날 주말의 청계천 답사 (0) | 2015.03.09 |
문협 신임 이사장 취임 축하 소모임 (오차드 갤러리에서) (0) | 2015.03.04 |
마스크 데이 (황사 경보가 내리던 날) (0) | 2015.02.27 |
첼시와 소호를 어슬렁거리던 날 (0) | 2015.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