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탐방 / 커피의 모든 것?
커피 이야기라서 바흐의 커피 칸타타를 배경음악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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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고하면 그냥 쓴맛에 마시는 수준인 내가 커피향기에 빠져든 것은 남부 베트남 여행 도중이었다.
호치민 시(구 사이공)의 재래시장에 들어가 보았더니 의류 직물에 못지 않게 커피 광고와 커피 상품이
즐비하다. 아직 중진국 수준에 무슨 커피 시장이라니---, 밀 수입 시장인가?
예전 미군부대에서 나온 외제 커피에 익숙했던 버리지 못한 추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두 베트남, 자국산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판매대를 보는데, 쌍둥이 자매가 손님들의 눈길을 끈다.
베트남 어에는 문외한이지만 이 자매가 우리말을 곧잘한다. 이때 우리나라 청춘남녀들이 왁자지껄 들
어와서 베트남 커피가 맛이 좋고 싸다면서 백 팩에 쓸어담는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놀랍게도 호치민 시에는 한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원두 커피 판매장이 있다고 한다.
우선 그곳에 가서 커피 강의를 받고 이곳에 오면 커피에 대한 상식도 늘고 커피 구매에 요령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한인이 운영하는 "커피의 모든 것(Everything of Coffee)"이라는 가게가
있었고 커피 감정사 바리스타 자격의 주인공은 열정의 한국 사나이였다.
커피 감별사에는 원두의 수종에서부터 로스팅 과정까지를 중심으로 판별하는 "큐그레이더"와
그 이후 커피의 제조, 블렌딩, 맛 등의 부분을 판정하는 "바리스타"가 국제적 인증으로 존재
한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에 속한다.
그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몇가지 시나리오를 엮어본다.
우리가 한국에서 오늘 마신 커피는 어느 나라에서 들어온 것일까?
브라질? 중남미 전역? 에티오피아? 아프리카 전역?
혹시 내기를 걸었다면 베트남이라고 답하는게 2/3쯤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커피 수입 현황이 그러하다.
이유는?
베트남 커피의 원두 값이 싸다는 단순한 여건 때문이 아니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우선 거리가 가까워서 그 만큼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원두의 유통기간은 얼마나 될까?
보통 로스팅한 후 2주 정도라고 한다. 2주가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져 특유의 향이나 맛도
떨어지게 되니 아프리카나 남미 커피는 거리가 가까운 베트남과의 경쟁에서 그만큼 불리하다.
"꽁피(꽁초+커피)" 수준을 벗어난 우리네 구세대 입맛이 엊그제인데 커피 주류들의 입맛이
이토록 높은 수준이 되었다.
베트남 커피는 또 품질 자체가 우수하다.
커피의 품질은 우선 원두가 커야하는데 이곳 생두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있다.
한편 로스팅 할때의 첨가물도 커피 맛을 가름할 때 큰 요소가 된다.
질 좋은 버터나 식물성 기름을 넣고 볶아야하는데 민도가 낮은 나라에서는 원가를 낮추려고
돼지기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원두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것은 커피 본래의 것이 아니라 버터나 돼지 기름을 넣어서
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일반 관행과 달리 베트남 커피는 이 부분의 관리가 잘되는
편이다.
원두나 원두를 갈아낸 커피 가루는 저장을 잘해야한다.
보통은 냉동고에 넣어서 두면 원래의 향을 최대한 보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버려야 옳을지도 모른다.
커피향을 집안 곳곳에 오롯이 간직코자 한다면 커피를 드립한 후에 남는 찌꺼기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커피는 원두의 수종에 따라 대략 4가지 종류로 나눈다.
원래 모두 따지자면 품종이 16가지나 된다고 하는데 상업적으로 쓰이는 품종은 대략 세가지
혹은 네가지라고 한다.
커피는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세 종류의 나무에서 나오는데 이 나무들이 브라질, 케냐,
콜롬비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등의 나라로 가 서로 다른 풍미를 풍긴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며 중남미에서 많이 재배되는데 맛과 향이 뛰어나서 커피 생산량
7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산도가 강하고 꽃 같은 향이 특징이다. 하지만 병충해에 약해 키우기가 가장 까다로운 품종이다.
2. 로부스타
콩고를 원산지로 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재배된다.
아라비카에 비해서 크기가 더 작고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다. 쓴맛이 강하고 향이 적다.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사용된다는데 아라비카보다 보통 낮게 취급되지만,
요즈음은 더 비싼것들도 있다고 한다. 전체 커피생산량의 23%정도를 차지한다.
품질이 다른 커피에 비해 떨어져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사진에서 보이는 모카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블렌딩한 것이고 컬리는 특별히
굵고 좋은 원두로 베트남 특산이라고 한다.
원두가 되기전, 생두의 모양이다.
한편 커피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말을 잘못 꺼냈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방식의 분류로도 커피의 종류에는 한도 끝도 없는데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변종이 무수히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래에 몇가지 대표적인 종류를
나열해보고 특별한 팁을 끝 부분에 보태본다.
커피의 종류
1. 에스프레소 [Espresso]
에스프레소의 이름은 영어로 '빠른'을 뜻하는 Express의 이탈리아어다.
빠르게 추출한다는 의미에서 온 뜻이다!
2. 아메리카노 [Americano]
대용량의 커피, 에스프레소보다 연하게 마시는 커피를 미국인들 (American)이 즐겨 마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3. 카푸치노 [Cappuccino]
이탈리아어로 Cappuccino는 Hood(외투에 달린 모자, 두건)를 뜻하는 단어로 커피의 모양이
꼭 Hood와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어졌다는 설과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의 카푸친 수도회
(Capuchin friars) 수도사들의 머리모양과 비슷하여 이름이 붙어졌다는 설이 있다.
4. 카페라떼 [Cafe latte]
라떼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한다.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만남을 이름 그대로 표현한 메뉴다.
5. 카페모카 [Cafe Mocha]
커피, 우유, 초콜릿이 함께한 메뉴로 최초 커피 경작지인 예멘지역의 커피 수출이 원활했던 항구
모카(Mocha)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모카 항구에서 주로 수출됐던 고품질 커피에서 초콜레티한 향미가 특징적으로 느껴졌기에
초콜렛이 첨가된 커피에 이름이 붙었다. 위에서 언급한 Moka와는 다른 뜻.
6. 마끼아또 [Macchiato]
마끼아또는 얼룩진, 표시한, 점 등의 의미를 가진 이탈리어다.
에스프레소 위에 흰 거품을 올린 모양이 꼭 얼룩과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
7. 에스프레소 콘파냐 [Con Panna]
이탈리아어로 Con은 ~를 넣은, Panna는 생크림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에스프레소에 생크림 혹은 휘핑크림을 잔뜩 올린 커피다.
8. 아포가토 [Affogato]
아포가토는 이탈리아어로 끼얹다, 빠지다라는 의미다.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끼얹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9. 카페로얄 [Cafe Royal]
나폴레옹이 즐겨마신 커피로 '왕족 Royal의 커피'로 불렸기에 카페로얄 이라는 이름이다.
10. 더치커피 [Dutch Coffee]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 네덜란드인이라는 뜻이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커피를 운반하던 네덜란드 선원들에 의해 찬물로 장시간
추출하는 더치커피가 발견되었다는 설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더치라는 표현이 좋은 의미는 아니기에 콜드 브류 커피 ‘Cold Brew Coffee’라는 표현을 사용
하는 것도 좋다.
* 재미있는 몇가지 에피소드
커피의 종류 중에서 제일 비싸고 귀한 것으로는 인도네시아 사향고양이커피 / 루왁커피가 있다.
이름 그대로 원두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수집 가공한 것으로 50그램에 60만원 정도이고
커피는 여섯잔 정도 나온다고 하니 과연 비싸기는 비싸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족재비 똥을 모은 커피(위 사진에서 보는 Weasel Coffee)도 유명한데 가끔
다람쥐 그림이 있는 커피와 혼동이 되기도 한다.
다람쥐 그림 커피는 단지 상표일 따름이지 다람쥐 똥과는 관련이 없다.
에스프레소 커피에 설탕을 넣어 마셔도 되는가?
워낙 쓴 맛으로 유명한 커피 종류라서 설탕 넣기가 무식한 짓이나 아닌가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원산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설탕과 우유를 듬뿍쳐서 먹는 경우를 많이 본다.
커피는 기호식품, 기호에 따라 마실 따름이다.
커피 이야기는 끝이 없을듯 하다. 여기에서 아는체를 그치지 않으면 정말로 쓴 맛을 볼지도
모르겠다.
족재비 커피(Weasel)와 사향고양이 똥 루왁 커피(Luwac) 상표가 눈에 띈다.
바흐 / 커피 칸타타, BWV211
"Kaffee Kantata", BWV211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18세기에도 광고음악이 있었을까? 물론 TV가 없는 그 시대의 광고음악은 오늘날의 CM송과는 조금 달랐지만 은근한 홍보 효과를
노린 음악은 있었다.
바흐 역시 18세기 식 광고음악에 기여한 적이 있다.
바흐는 주로 종교적인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커피 칸타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바흐의 [칸타타 BWV 211]은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일종의 커피 광고음악이다.
바흐 시대에는 라이프치히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각 가정마다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물론 시내의 여러 커피
하우스들은 커피와 담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처럼 커피하우스가 사람들의 사교장 역할을 하다 보니 때로는 커피하우스에서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도 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역시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탄생한 작품으로 일종의 커피 홍보음악이자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매혹적인 칸타타다.
바흐는 오페라를 작곡하지 않았지만 [커피 칸타타]를 통해 그가 희극적인 양식의 음악에도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커피 유행을 타고 커피하우스에서 공연된 칸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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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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