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여름을 보내며 시 두편 올립니다.

원평재 2016. 7. 21. 12:45







늦더위

                                                                             

불볕 거름지게 지고

열음 열어내는 데에

소나기 땀 쥐어짜던

여름

 

문득 이른 가을바람에

돛대 머리 아쉽게 숙여

늦더위 한 자락을 얻어 낸다

겉 된 열음

속까지 여물게

 

일흔 줄 내 이마의 고랑에

늦더위 땀 몇 방울

늦된 열음이나마

여물게 여물기를

 

* 열음; 열매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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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춘분 무등

 

춘분날에 무등산을 올랐다

진달래 몇 올 외돌아졌나했더니

산수유와 생강나무 노랑꽃은

수만 송이로 얼굴 비벼대는 절기

 

바닷가 주상절리가

남도 산행 천리 오는 사이

산이 되어 세상분별 알려주려나

춘분과 등고에 걸린 이치

  

한 달 전

한 달 간 앓던 산우가 떠난 어떤 산모임이

이억 오천만년 전 뜨겁게 솟아올랐다가

육천만년 전 일부 와해

너덜바위가 된 제 육신도 끌어안은

주상절리의 산속에서

겁(劫)없이 별리를 논 한다

 

생체기 난 산세를 탓하지도 않고

바람과 물은 절리와 별리의 산새로 흐르고

영원의 염원 무등(無等) 함성 추임새로 들으며

상경하는 무리들 뒤로

무등산은 그냥 있더라







Arthur Rubinstein plays Chopin 4 Scherzi for piano

Scherzo No.1 in B minor, Op.20

 

변덕스러움, 화려함, 불협화음의 폭발

불협화음은 다시 한 번 스케르초 3번 Op.39의 본질적인 원동력으로 사용된다. 오늘날까지도 이 도입부에

등장하는 옥타브 연타는 단호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주요 주제는 쇼팽의 제자인 아돌프 구트만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서, 그는 테이블에 구멍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무술에 능했다고 한다.

1939년 1월 마요르카 섬에서 작곡을 시작하여 그해 여름 이후에 완성된 이 작품은 결국 구트만에게 헌정되었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코랄 풍의 주제와 이에 폭포수의 물방울처럼 화사하게 하강하는 음형으로 화답하는 트리오

파트는 1842년 쇼팽이 방문했던 발데모사의 수도원에서 들은 전례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지 모른다.

마지막 부분에는 격정적인 변화와 확장이 이루어지며 쇼팽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대담무쌍한 솜씨가 펼쳐진다.

쇼팽의 행복한 감정이 가장 적극적으로 밖으로 드러난 작품이지만 동시에 가장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불완전한 작품이기도 한 스케르초 4번 Op.54는 네 개의 스케르초 가운데 유일한 장조(E장조)로 수줍은 듯한

변덕스러움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만큼 전체를 일관성 있게 해석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작품이다.

생상스는 톡톡 튀는 듯한 이 작품의 이러한 도회풍의, 다시 말하자면 전형적인 프랑스풍의 성격을 대단히

사랑했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발전시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2번 G단조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피에르네 역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C단조에서 이 스케르초 4번의 유쾌하면서도 세련되며 눈부신 테크닉을

고스란히 계승한 바 있다. 2박자와 3박자의 혼합은 A플랫 장조 왈츠 Op.42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보다

온화하고 활기찬 싱커페이션의 성격이 중간 부분인 ‘Piú lento’에서 등장하여 랩소디적인 간주곡 효과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음영의 드리움을 재치 있게 묘사한다.

코다는 이 작품의 스케르초적인 성격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지만, 마지막의 은빛을 발산하며 날아오르는

듯한 상승 스케일은 앞선 스케르초들에서의 엄격하면서도 냉혹한 외침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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