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喪門) 후기
1. 그루터기에 기대어
휴대폰이 흐느끼듯 떨렸다
불온한 직감
늙은이의 삶이란 대체
죽음과의 한 치 뜬 화해에서
조금씩 앓는 시늉으로 살아가는 것이거늘
최근 알려진 갑장 친구의 병환도
그런 정황으로만 이해하려 했는데
꾸물대며 큰 병원 뒤채로 당도하니
동갑들 일부는 벌써 나오는가 하면
더러는 자리 지켜 밤을 새울 기세인데
굳은 관절 표내지 않게 서서 바칠 꽃대 찾다
시선 마주친 영정 아래로
힘들여 재배 하고나니
마음은 이내 천연덕스러워지고
망연한 중에도 “카미사마 사카에” 상,
고인의 절친 의형제가
"Are you busy?" 하고 닥아 온다
안 바쁘면 술 한 잔 따르라는 재담
좋았던 시절 고인의 잦은 시연대로
그가 재연 한다
슬픔의 일본식 여유인가
소주를 받아 마시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무라이 사카에 상
사촌 같기만
2. 나루터에서
이승 떠나는 절묘 형상은
희랍 식 월강(越江) 모양새일거야
다섯 강의 이름을 일상으로 외울 건 못되어도
비통의 아케론 강, 시름의 코퀴토스, 화염의 플레게톤
망각의 레테, 마침내 증오의 스틱스를 건너면
천국과 지옥으로 발길은 나뉘던가
삼도천은 불문(佛門)의 강이고
테베와 멤피스를 건설한 이집트인들에게는
방부와 향유의 병 옆에 나일 강의 실재
갠지스에서는 지금도
잔등 얹은 유구를 떠내려 보내며
중생은 영혼을 전송하지
하지만 영결이란 비정이며 단정이리
믿는 바에 따라서 이름은 다르지만
요단강 건너가 다시 만날 일은 어쩌자고
무신론자들 까지도 몸의 원소들이 강을 건너
저 광대무변한 우주의 이쪽 저편에서
한때의 결합을 그리워하며 손짓 한다 상상해보면
어찌 전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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