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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 탐방 1 / 도데와 비제

원평재 2016. 11. 16. 09:43








꿈에도 그리던 "아를"에 도착하였다.

남의 나라 땅을 무슨 꿈에서라도 그리다니 좀 편향된 집착이나 아닐까,

아마도 중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이 공연한 영향을 준 모양이다.

"별"의 배경은 바로 여기 "아를"이 포함된 프로방스 지방이 아니던가.


알퐁스 도데 하면 "마지막 수업"도 떠오른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은 이 지방이 아니지만 

모국어를 빼앗겼다가 되찾은 우리 근세사의 뼈아픈 기억이 어릴때부터 우리들에게는 크게

상처로 각인되어있다.

결국 도데의 별로부터는 젊은 가슴에 사랑의 순수 지향성을 품게되었고 마지막 수업에서는

애국심과 더불어 빼앗긴다는 것의 서름을 마음에 심게하였다.


또 하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도 이곳에 대한 꿈과 애착에

큰 영향을 미쳤던가 싶다. 고흐라고 하면 화가의 드라마틱한 개인사는 물론이고 그의

표현주의적 화법이 역시 우리 젊은 시절의 감성에 깊게 자국을 남기고 말지 않았던가.

칼라에 굶주렸던 우리의 젊은 시절에는 고흐를 통하여 본 아를의 저 진한 색조의 토양, 찬란한

햇살, 거기 부딛쳐 빛나는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Cypress)는 거의 몽환적 지경을 체험케하였다. 

어찌 아를의 환영(幻影)에 압도되지 않았으랴.


론 강의 하구에 위치하여 고대 로마시대부터 지정학적인 위치를 뽐낸 이곳은 그래서 교역과

문화의 전당으로 이름을 날려왔다. 지금도 당시의 유적은 원형 경기장에서 투우가 계속될 정도로

면면함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세월은 변하여서 이곳에 토사가 범람하자 지금 그 영화는 인근 마르세유로 모두 흘러가

버렸지만---.


그런데 막상 "꿈에도 그리던 아를 땅"을 밟아보니 자연환경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음을 금방

알아차리게된다.

미스트랄이라고 부르는 이곳 특유의 세찬 북풍, 그리고 눈을 뜨기에도 "눈부신" 날카로운

태양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성가실 따름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렇게나 상찬해 마지않았던 이곳 풍광이 폴 고갱에게는 지겨운 대상일

따름이었다. 두 사람이 다투고 고갱이 몇달을 견디지 못한 사연에는 이런 정황도 들어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마지막 수업"의 배경인 알자스 로렌 지방도 따지고 보면 원래 독일(프로이센) 영토

이고 주민들의 대부분은 게르만 족으로 독일어를 주로 써왔으며 지금 프랑스 영토가 되어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 모양이다.  주인공의 이름도 프랑소와가 아니고 프란츠라고 한 데에는

이런 분위기를 작가가 교묘하게 함축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곳 최대 도시인 스트라스부르(그)는 호칭부터 그런 분위기이다.

또하나 여담이지만 알퐁스 도데는 프로방스 지방의 독특한 언어를 유지하려는 데에 많이

집착하였고 그런 운동에도 투신하였다. 이 지방의 언어는 프랑스 어와는 문법과 발음이 다르고

복잡한데, 끝내 그의 시도는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

한편 가장 순수한 사랑, 지고의 아름다움을 끝간데 없이 끌고간 알퐁스 도데가 만년에는 매독에

걸려서 종말을 맞는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로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프로방스도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별을 따기는 힘들어졌다.


다만 환영(幻影)과 실재의 괴리를 마음 속으로 터득하며 다니기에 여행은 경이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문법과 해석이 빗나간 만큼  여행은 더 재미있는가싶다.   


끝으로 알퐁스 도데는 별과 마지막 수업으로 우리에게는 유명하지만 그가 쓴 회곡들은 크게

성공을 하지 못한다. 다만 "아를의 여인"만큼은 비제에게 부탁한 그 부수음악이 크게 어필 하면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미스트랄"은 프랑스 론 계곡(Rhône valley)에서 리옹만(Gulf of Lions)으로 부는 북풍을

일컸는다..

한번 불면 수일 간 지속되며, 풍속은 100㎞/h 이상이고 2~3㎞ 높이까지 이른다.

겨울과 봄에 가장 강력하고 빈번히 발생하며 때때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남프랑스 아를의 추수 장면을 그린 반 고흐의 ‘추수’


지금도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원형 경기장, 투우를 비롯 여러 축제가 지금도 열린다.






연극으로서 "아를의 여인"은 사람들에게 잊혀진지 오래이지만, 도데는 비제의 조곡으로 그

흔적을 남긴 셈이다.


반 고흐가 가장 뜨거운 예술혼을 불태운 곳도 아를.  300여점을 아를에서 그렸고 귀를 자른 곳도

아를이다. 그 그림들 중엔 '알퐁스 도데의 풍차'라는 제목의 그림도 두 점이 있으며, '아를의 여인'

이란 제목의 그림은 일곱점이나 된다.

그런데 이 여인은 도데의 연극에 나오는 '아를의 여인'과는 별 상관없는, 카페 여주인이 모델

이라고 한다.



지중해에 면한 곳으로 프로방스 지방과 꼬뜨 다쥐르(쪽빛 해안)가 보이고,

위쪽 독일과의 접경에 알자스 로렌 지방이 있다.

지중해에 면한  스페인 해안은 코스타 데 솔이라고 하여서 태양의 해안이라고 한다.



아를 지방 론 강에 떠있는 유람선





곳곳에 반 고흐의 족적을 이렇게 남겨 놓았다.





론강 변에 이런 폐허 유적지가 많다. 로마시대의 흔적이다.














원래의 원형 경기장에는 중앙에 높이 솟은 부분이 없었다.

한때 이곳은 주거지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그때 세운 망루의 흔적이라고 한다.







투우 소가 드나들던 입구


오르막 계단이 있는 곳은 관객이 스타디움으로 올라가는 입구





















Bizet, L'Arlesienne Suite

비제 /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Georges Bizet 1838-1875


두 개의 모음곡으로 구성된 비제의 성공적 작품

도데의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마지막 수업>과 <별>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를의 여인>만 해도 비제가 음악을

붙임으로써 구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덜 알려졌을 것이다.

이 작품은 3막 5장으로 되어 있으며(5막으로 보기도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를 인근의 남프랑스 농가에 사는 청년 프레데리는 아를의 투우장에서 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은 여인의 과거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둘의 결합에 반대한다.

고민에 빠진 프레데리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비베트와 약혼한다.

결혼식 전날 밤에 프레데리의 집 뜰에서 축하 잔치가 벌어지는데, 여기서 잔치에 초대받아 온 아를의

여인이 춤추는 장면(실제 희곡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을 목격한 프레데리는 결국 일깨워진 고뇌에

괴로워하다 2층 창문에서 투신자살하고 만다.

 


L'Arlesienne Suite No.2

Charles Dutoit cond.

Montreal Symphony Orchestra, 1986

1. Pastorale

 

2. Intermezzo

 

                                      3. Menuet

 

                                        4. Farand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