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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일 (한국 현대 시인협회)

원평재 2018. 1. 16. 20:16












우주일(雨酒日)

 

스무살 즈음 비오는 날

다섯이 손가락 걸었지

이런 날 저녁이면 술을 마시자고

 

우주일이 선포되고

우주회가 반포되었지

기개는 천둥번개되어

마음을 벼루었으나

장마철이면 몸이 죽어났네

매일이 우주일

성장 통이라 강변했지

 

세상 속

날이 갈수록

술마실 일이 어찌 비오는 날 만이랴

 

꽃이 피는 날 지는날

바람이 부는 날 바람 자는 날

 

단풍이 물 드는 날

그 빨강 물

노랑 물 다 빠지는 날

눈이 오다 오다 오갈데 없이 쌓이고 쌓이는 날

 

그러다 마침내 술을 경계하는 나이들이 오면

더욱

우주일이고 싶지

 

그때 우주를 향하여 항진한 우주 회

우주일의 적자들

비오는 날이면 하나씩 보이지 않게 갈무리 되어

구름 위에서 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