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사우스 다코타의 배드랜드, 악지 탐방

원평재 2018. 1. 3. 14:09














 

사우스 다코타의 배드랜드, 악지 탐방

                                                                                                         


넓고도 아름답기만한 땅이 미주대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곳곳에는 또한 말할 수 없이

험악한 모양을 한 지세도 적지않다. 사우스 다코타 주의 큰바위 얼굴들을 보고나서 이어 들린

배드랜드가 그런 곳이다. 번역을 악지 혹은 험지라고 하여도 그 형상의 험악함이 모두 전달되기

힘들 것같다.

미국 사람들 조차도 발길을 잘 하기 힘든 땅이라서 역설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기도하다.

그러니 너무 타박하지는 말자. 세상에 온전한 땅이 어디있으며 또 완전히 몹쓸 땅이 어디있겠는가.


시, 배드랜드(1)


'아름다운'이란 말이 '알다'에서 나왔다면

'더러운'은 '덜 알다'가 고향인가

미중서부 배드랜드는 굿랜드에 대비해

그냥 추악한 땅에 그치는가

선악의 이분법은 야박하고 얄팍하다

참 못난 땅이긴해도

쓸모없다고는 말자


여길 보고나면 다른 곳은 대략 모두 쓸만한 땅

그런 자각이 아름답게 다가오리니

착하고 쓸모에 넘치는 땅

굿 배드랜드



중서부 대평원은 원래 바다 밑바닥이었는데 서서히 융기하여 오늘 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2천하고도 5백만년 전의 일이었다. 이로 인하여 이곳 지표의 대부분이 모래 성질을

것은 당연하며 바다 생물의 화석도 곳곳에 있다.

그리고 전체 형상은 퇴적층이 세월의 풍상으로 침식을 겪어서 주름진 얼굴로 나타나있다.

샌드스토운, 조각하기 쉬운 사암의 석재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 그런 토질 위로 강수량은 많지

아서, 준 사막의 성질을 띄는 대평원이 끝없이 전개되어 있다.

이런 풍토이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땅, 끝내 개간과 경작을 거부한 땅을 일컬어 

'배드랜드(Badland)'로 이름붙인 것은 당연하리라.


 



하지만 이들이 붙인 이름에는 모든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서구 사상이 또한 깊숙히 흡인되어

있는듯하다. 세상을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보는 그들의 세계관 말이다. 그러니까 배드랜드는

악마의 땅이고 저주의 땅이고 극복되어야 할 땅이면서도 버림받은 땅이다.

 그러나 좁은 땅에서만 살다가 찾아 간 나에게는 넓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희망과 우호의 땅,

착하기만한 땅 같았다.

배드랜드는 북미주에서 보통명사로도 사용되어 악지(惡地)로도 번역되고, 또 카나다의 캘거리

에서부터 미국의 중서부 대평원까지 여러 곳에서 고유명사 로도 쓰이며 그 특징을 뽐낸다.

  

  


래피드 시티로부터 90번 하이웨이를 타고 131 출구에서 Badland Nat'l Park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였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지방도로를 따라 들어왔다.

빠른 코스를 찾아서 GPS를 보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행이었다.

하루 일정도 아니고 반나절의 짧은 일정으로는 그렇게 지름길 코스가 아니었더라면

중간에서 엉거주춤할뻔 했고, 입구에서 입장료도 내야되었을 것이다.

물론 입장료 부분은 자연보호의 기금이라고 생각하며 아깝게 느끼지는 않았겠지만.



 

사진에서 단적으로 보이듯이 배드랜드 국립공원 지형은 2,500만 년 전에 형성된 이래 여러가지

지각변동을 겪으며 단애를 이루어서 지층 단면이 여러가지 색깔로 층층이 노출되어,

사막 속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내 머리통 속에 수많은 상상적 형상을 허락하고 있었다.



 

세상에! '

텍사스 롱 혼 카우' 몇마리를 이 황량한 사우스 다토타의 배드랜드 입구에서 만났다.

네브라스카의 오갈랄라에 사는 내 친구 설명이 생각났다. 뿔이 긴 이 '롱 혼 카우'는 원래

텍사스에서 사육되어 네브라스카의 오갈랄라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까지 올라가서 팔린다고

하였다. 바로 오레곤 트레일의 존재 의의였다.

그런데 이 '롱 혼 카우'에 한때 병이 만연하여 이동과 반입이 금지되면서 오레곤 트레일은 쇠퇴

하였다는 것이 아니던가.

이곳에서 만난 몇마리 '롱 혼 카우'들도 몸에 반점이 있는등, 병든 소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들은 어찌하여 지금, 여기, 황야에서 방목되고 있을까.

내 카메라를 위하여 잠시 현현(epiphany)하였다는 말인가.

 

 

 

 선인장의 생명력은 여기서는 마찬가지이다.

 

 

Buffalo Gap is a town in Custer County, South Dakota, United States.


 창공에 까마득한 이 새는 무엇일까.

Hawkeye 라는 이름의 사라져간 인디언 전사들의 이름이 생각났다.

'모히칸 족의 최후'에 나왔던---.

 

 

  

 

 이제 배드랜드를 벗어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우리가 정신없이 들어와 달린 악지(惡地 : Badlands)는 이제 그 헐벗고

거친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였는가, 마침내 나그네들을 풀어줄 낌새를 얼핏 보이는듯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은 섬세하고 진도는 느렸다.

배드랜드는 우리를 아주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풀어줄 작정이었다.

 

 먼산은 험악하여도 낮은 땅에는 풀이 자라고있다.

 

 드디어 독립가옥이나마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두발로 걸어서오는 잉간들을 조우하였다.







 황야가 서서히 경작지로 바뀌었다.

 


 


 

 

 

 

시, 배드랜드(2)


태초에 흑암이 있었다면

이런 모양일까

아니 모양이 없는 모양이라는 혼돈인가

차라리 모양을 만들기 전의 원형이라고나 보자

악지岳地는 몰라도 악지惡地라고는 말자

선과 악의 이분법이라니

오른발은 옳고 왼발은 그른가

 

악도 선으로 가기 위한 버팀목으로 보면

배교인가, 신성모독인가

그럼 무형의 형태라고하자


사우스 다코타의 이 험지에 들어와서

정신줄도 멀어져간 혼돈 속에

온전한 정신을 찾아헤맨

역설의 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