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곰소와 함께 떠나는 지명 산책
부안하면 떠오르는 대표 지명중 하나가 “곰소”이다. 한자
표기로는 웅소熊沼 혹은 웅연熊淵인데 웅연은 곰소의 앞
곰섬을 나타낼 때 주로 쓴다고 한다.
웅연이라는 지명은 경기도 연천에도 있어서 괴미소
혹은 곰소라고 지역민들은 부르고 경남 양산에도 웅연
폭포가 있다.
우리나라 지명에 곰을 뜻하는 곳이 많은 것은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설화와 관련이 깊다. 바이칼 호에서 시원한
동아시아 지파들은 해가 뜨는 쪽을 향하여 지속적인
이동을 하다가 동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들어오게
된다. 이때 한반도에는 이미 선주민들이 있었을 것이고
이들과 새로운 이주민들 사이에는 갈등이 벌어진다.
새로 들어오는 이주민 집단은 곰을 부족의 토템으로 삼는
무리와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무리가 큰 세력을
이루었는데 선주민들은 이중에서 곰 부족과 화친하고
동화한다.
곰 부족은 들어올 때 이미 상당한 생활정보를 갖고 온
사실이 신화 속에 녹아있어서, 천문지리와 일기예보 등의
지식은 물론 마늘과 같은 향신 음식재료와 쑥과 같은
약재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토템인 곰은 당시 ᄀᆞᆷ, 검, 가마 등으로 불렸는데,
발음상 “검”은 “검정 색”으로 파생하여 숯을 뜻하는
탄炭으로 변용되면서 탄천, 탄현 등의 지명이 생긴다.
개마고원은 “곰 언덕배기 땅”이었고 부산釜山은 “가마
뫼”의 한자 표기이다. 일본어로도 솥 가마는 釜로 쓰고
가마라고 읽는다. 부안의 솥재골, 가마소, 와룡소골도
짚어볼만 하고 곰부리 같은 지명도 보이는데 부리는
취락 단위를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웅, 곰, 탄, 등의 지명에는 또 여기에 걸맞게 설화의
콘텐츠가 따라붙기 마련이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양산해낸다.
곰소를 소금의 고장이라고 하여서 사투리 “소곰”과
관련하는 말도 있으나 무리인 것 같다. 어원을 따질 때
무조건 가져다붙이는 일은 삼갈 일이다. 인디언 지명에
“토토와”라는 지명이 많이 보이는데 또 오라는 뜻이고
신발을 모카신이라고 하니 우리와 말갈이 같다고 우기는
것은 난센스이다. 물론 비슷한 인종이라는 증명은 다른
근거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럽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그들의 옛 마을 이름들을 붙여
놓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시샘이 난다.
뉴욕은 새 요크지방이라고 했으니 그렇다 쳐도 아예
런던도 있고 함부르그도 있다. 영국의 명재상 Pitt 부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피츠버그 Pittsburgh는 끝에 h 자를
붙이느냐 마느냐로 주민 투표를 했다고 한다. 부럽다.
우리가 일찍 갔더라면 새마을, 새말, 웃마을, 웃마, 중마실,
아랫마도 많이 만들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
중에 업튼Upton네가 있다. 웃마실 사람이란 뜻이겠다.
영미 사람들의 성씨라야 별개 아니다. 현대사의 영웅 처칠
Churchill도 교회가 있는 언덕 사람이란 뜻이다.
Church Hill이다.
실제로 이런 지명이 미국에도 있다.
다시 부안의 지명으로 돌아와 보면 전래의 우리말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원래의 뜻과 맛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도 공통된 문제이다.
이곳의 한목(大項里), 활목(弓項), 띠목(茅項 뒷목),
삼개(三浦), 새포(鳥浦), 막음개(防浦), 뒷개(後浦)
등은 정겨운 이름이다. 매창 뜸은 매창이 묻힌 공동묘지
터를 말하는데 지금도 그 지역은 그렇게 불린다.
뜸은 웃뜸, 아랫뜸처럼 작은 취락을 말한다.
지명을 염두에 둔 여행은 또 다른 맛과 정서를 여행객에게
준다. 또한 그 의미를 파헤쳐보는 것은 여행객의 지적모험
이기도 하다.
(본지 주간)
'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고다의 방랑자되어 (0) | 2019.06.13 |
---|---|
요르단의 페트라 형질 (착각의 시학 여름호) (0) | 2019.06.11 |
저 길 밑에도 (0) | 2019.04.26 |
Writing a Letter from Abroad (0) | 2019.03.05 |
삼일 만세 운동, 태극기의 성지 소안도 (0) | 2019.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