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강의가 없는 날이어서 모처럼 이발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이발관 가본지는 오래 되었고 주로 미장원,
아니 요즈음은 헤어숍이라 부르던가,
그런 여성용 머리방에 드나들거나 아예 집에서 간단히
조발을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연변에 와서는 이발관을 이용해 보기로 작정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발소"라는 초라한 이름이
"이발관"으로 승격하더니,
요즈음은 "이용원"이 통상의 이름이고 고유한 청홍백
색갈의 둥근 막대기 상징물이 쌍으로 돌아가면 퇴폐
이발관이고 한개가 돌면서 "건전 이용원"이라는
부가적 설명이 붙어있어야,
면도사가 느닷없이 바지의 지퍼를 끌어내리는
추행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는 곳이라던가---.
연변에 와보니 이발관과 미장원의 간판이 유난스레
많이 눈에 뜨인다.
세차게 바람부는 동네에 머리 간수할 일이 무에 그렇게
많은지,
아니면 그만큼 할일이 없다는 뜻인지.
하여간 나는 이미 작정한대로 이발관에서 머리를
손 보기로 하고, 사는 동네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왔다.
이 곳에는 단순히 "리발" 혹은 "미발"이라는 간판이
있는가 하면 "리발점" 혹은 "미발점"도 있고 아예
시내로 들어가면 "리발청"이나 "미발청"으로 격상된
간판이 요란하고 요즈음 간판을 다시달고 내부를
뜯어고치는 집의 간판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처럼
"헤어 숍"이라는 영어 이름이 자리하기 시작하였다.
아, 어디메선가, "살구꽃 미용실"이라는 아릿다운
연변처녀의 수줍음 같은 옥호도 눈에 뜨이긴 하였지.
나는 허름한 "리발점"을 밀고 들어갔다.
밖으로 창이 나 있지않고 작은 건물의 미로를 거쳐
뒷켠으로 다시 난 문을 열고 들어가야하는 곳이니
전통 리발관을 찾은 내 목적에는 맞을지 몰랐으나
마음은 편치 못했다.
다만 여기에서 서울식 퇴폐 이발관 이야기를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그런건 확실치는 않으나 여기저기 보이는 안마소에서
"건전 건강 중국식", "로씨야 식" "한국식"등등 여러종류로
나누어져서 종류별로 가격이 다르게 시술된다고
아예 외부에도 써붙여좋았으니
리발점에서 수상한 일을 기약, 기대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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