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리야, 옛땅! 연변과 만주 벌판

김광균의 광장에서---

원평재 2005. 4. 6. 01:01

어제 오후부터 연변도 더워졌군요.

아차 하다가는 이 글 못 써먹을 날씨가 ---.

 

 

광장

 

 김광균

 

비인 방에 호올로

대낮에 체경(體鏡)에 대하여 앉다

 

슬픈 도시엔 일몰이 오고

시계점 지붕 위에 청동 비둘기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

 

늘어선 고층 위에 서걱이는 갈대밭

열없는 표목(標木)되어 조으는 가등(街燈)

소리도 없이 모색(暮色)에 젖어

 

엷은 베옷에 바람이 차다

마음 한구석에 벌레가 운다

마음을 쫓아 네거리에 달음질 치다.

모자도 없이 광장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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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학회 준비 자료 정리를 하면서도 시선은

바람부는 연길 시내를

인차 내다 보면서리

이미지스트 김광균의 시, "광장"을 생각하느라 

옹근 오후 시간을 다 내다버렸다.

 

정말 이제 

슬픈 도시엔 일몰이 오고

연길의 옛이름이자 지금은 거리 이름으로 주저앉은

"국자가"의 광장에 옛날 식으로 간판을 단 시계점 위에

마침내 낡고 삭아 버린 청동 비둘기는

바람이 부는 일년 열두달을 구구울고 있었다.

 

먼 먼 옛날 지붕들 위에는 정말로 비둘기 몇마리가

바람 속에서 외롭게 유영하였는데,

먼지 낀 내 시야에는 미치광이 널 뛰듯

휘날리는 색색의


쓰레기 비니루 조각과 구별이 가지 않았다.

 

시간 없다며 호올로 안달하는 나,

이 시름없는 심상(心像),

이미지즘 속에 홀려

다시 여기 들어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