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부 캐나다 문학 기행

시카고의 한글날 백일장

원평재 2005. 10. 10. 17:12

 

                                         (밀워키 미술관)

 

밀워키에서 시작한 미국 중서부 8일간의 여정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다시 뉴저지에 돌아와서 피로를 풀면서 여정을 정리하다가

우선 시카고 한글날 행사에 관한 글를 서둘러 올리기로 하였다.

리포터를 자처하면서 타이밍을 놓칠수 없기 때문이다.

 

 

 

                                   (미시시피 강상에서---)

 

다른 여정들도 타이틀을 정하여 올리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편 소설의 형식을 빌어보고자 한다.

 

벅찬 내용이 제대로 담기지 못할 우려를 미리 엄살 아닌

실재 상황으로 고백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내 중등학교 동기, 밀워키에 사는 'P 전 신부'는

능력 부족의 친구를 잘 못 둔 셈이다.

 

다만 그 외우(P 전 신부)도 비슷한 소재로 언젠가 자기고백적

장편을 날릴 셈이고,

어쩌면 시카고에 있는 문우, L선생도 또다른 포멧을 구상할지 모르니

크게 근심하지는 않는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프란체스카의 집을 방문할 수 있었음도

내 친구 P 전 신부의 열정과 배려 덕분이었다.)

 

 

시카고 일정도 내 딜레탄트 성정을 L 선생이 미리 파악하여

한달 전쯤에 있었던 나의 짧은 시카고 방문 때의 부족한 점을

꼼꼼히 챙겨서 보충해 주느라 정신 없이 바빴으니,

그 내용도 곧 정리해야 될 짐이 무겁다.

 

 

 

                        (저 유명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하여간 시카고의 한글날, 날은 밝았다.

이 곳에서 오래토록 큰 사업체를 운영해왔고, 미주 문우회의 열정적인

회원이자 '시카고 가톨릭 사목회장'을 두번 연임하신 L선생

(펜 네임은 "금석"님)께서는 날이 밝자마자 나를 깨워 우선 자연 생태

공원을 구경시켜주고,

이어서 다시 시카고 북쪽에 있는 식물원(Chicago Botanical Garden)까지

가서 그 방대한 식물원의 내부를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 주었는데

이 내용 역시 다음에 소개할 기회를 갖고 싶다.

 

 

 

 

 

오후 3시 30분경, 우리는 시카고 교민회와 미국 중서부 한국학교 협의회

(회장 차승남)에서 주관하는 2005년 한글날 백일장이 열리는

'정하상 성당'으로 갔다.

 

성딩은 환경이 좋은 시카고 교외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넉넉한 터전과 출중한 모습이 방문자의 가슴을 벅차게했다.

 

며칠 전까지도 덥던 날씨는 이제 중서부 특유의 가을날씨로 접어들어서

'윈디 시티'라는 시카고의 별명답게 바람이 차가웠는데,

그 속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와 성조기의 모습은 오히려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100여명 이상의 초 중등 동포 학생들은 이미 글짓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주어진 제목은 '태풍 카탈리나', '코리안 아메리칸', '추석' 등등으로

이 곳의 분위기를 짐작케하였다. 

 

이번 대회의 주관과 심사는 지난 십여년 동안과 마찬가지로 '시카고 문인회'

에서 맡아하였는데,

회장인 명계웅 교수와 부회장 이혜정닙과 문우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시카고 문인회의 활동과 자체적 문학 수련에 대해서도 따로 소개할 기회를

갖고싶다.

 

글짓기가 끝나고 우리는 미리 토의한 기준에 따라서 각 학년별(1학년-12학년)

금상, 은상, 동상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수상자들과 함께---)

 

사실 이 학생들은 모두 미국에 온지 3년 이상이 되어야 참가 자격을 준

상태이고 대부분이 이 곳에서 태어난 2세들인데도 한글 구사력이 매우

좋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학년별 금상 수상자들도 우리말을 직접하는

데에는 매우 서툴러서 오히려 우리말에 쏟는 2세들과 그 부모님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기도 하였지만---.

 

시카고 문인회의 명계웅 회장님과 여러 심사위원들이 심사 소감을 말하고

나에게는 총평의 기회가 주어졌다.

 

 

(두툼한 여행복이 바람부는 시카고의 가을 날씨를 견디게했---.)

 

 

시상에 앞서 '미주 한미 TV 방송'에서 나에게 인터뷰를 할 때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우선 문장력과 문법, 주제와 내용의 연결성, 자라나는 학생들의

꿈이 얼마나 내포되어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평가를 했으나,

이번 시상이 사실은 모두에게 돌아가야만 할 정도로 훌륭한 수준임을

나는 강조하였다.

 

아울러 지난 학기에 중국 연변에서 겪었던 중국 동포들의 애환과 소망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증언을 하여서 이 곳 동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준비된 트로피들이 번쩍이면서 수상자들에게 전달 될 때마다 터지는

박수 소리는 우리 배달겨레의 혼을 불러일깨우는 또 하나의

'난타' 한마당에 다름아니었다.

 

이날 행사는 나의 인터뷰와 함께 '한미 방송'에서 특집으로 방영했는데

행사의 진행을 꼼꼼히 챙긴 정고원 PD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동포 사회의

힘찬 고동을 시시각각으로 전달하는 미녀 아나운서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내가 중국 동북 지방의 길림 신문사와 도라지 잡지사를 방문했을 때의

감개가 새삼 떠올랐다.

 

 

 

 

 

 

행사가 끝나고 주관한 동포 유지들 및 심사위원들이 가까운 한인 몰의

'牛리 마을'에서 저녁을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과 결의와 친목을 나누는

자리에도 참석하여 전 날에 이어 여러 문우들과 깊은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음도 '금석' 문우의 알뜰한 배려였음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떠나는 날 아침, 금석님의 저택 앞에서------.

 

전날 밤에 밀워키에서 다시 찾아와준 P 전 신부는

'이별은 아무리 꾸며도 화려하지 않다'라는 만고의 명언을

시카고 오헤어 공항까지 와서 선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