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문화의 파편들

K 의원 문병 계획

원평재 2004. 1. 24. 21:03
행사 뒤의 반주를 겻들인 만찬이 그간의 준비 과정에 투사했던 긴장을 풀어주어서슬슬 졸면서 귀가 길을 즐기고 있는데
상의 포켓에서 나와 함께 천연스레 졸던 휴대폰이 으르르하며 가슴을 마구친다.
좀 짜증스런 기분으로 폴더를 꺾어 귀에대니 여러해 연락이 없던 신문쟁이 후배가 소리를 지른다.
"김 선배님! 안녕하심미까!"
이 친구가 "일간 스포츠"에 있을 땐 만화가 고우영이 그린 섹시한 홍루몽 만화 칼럼을 "벽돌 사설"이라고 하면서도 
신주 모시듯하던 대학 신문사의 후배였다.
과연 일간 스포츠에는 사설이 없었고 고우영 화백이 싱겁게도 보통 신문이라면 사설이 들어갈 자리에다가 벽돌만한 
면적으로만화를 그려대고 있었다.돌이켜 보면 주로 만화로 그린 수허지, 홍루몽, 옥루몽, 에이 호루몽 같은 내용이 
아니던가!
 
"Y군이 왠일이요?""군"이라는 표현이 좀 심했지만 술한잔 걸친김에 쎄게 나갔다.
조금 전의 반주 겻들인 만찬에서도 고집이 순리를 이겼었지 않은가."내일 k선배 문병 가는데 같이 가입시더---"
"k 의원님?"아, 신문에 중병 투병중이시라더니."어느 병원에 계신데?"
"댁에 계신답니다."
댁에 계시다면 이제 천시(天時)를 기다리시는구나---.그 분은 내 중등학교 선배이시자 대학의 직속 선배이셨고 
대학 신문사에서도 편집국 선배가 아니시던가---.
그 양반이 정치판을 누비실 때,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고 가끔공적인 모임이 있을 때에도 그 분과 나의 
상황 인식은 달랐다.
그 분의 배다른 동생과 나는 통역장교 동기였고 지금도 세교가 있지만엄격히 말해서 그쪽 가계와 나는 사는 길이 달랐다.
이제 세상을 곡예해온 그 분도 이승을 하직하려하고 있구나---.
보스톤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이나 뉴욕의 "코넬 의대 부속 병원"에 계실 분이 자택에 계시다면 이제는---.
내일 만날 곳은 "팔래스 호텔" 커피 숍이었다.
"머 타고 오노?"
"노 행님 차 얻어타고 서너시서 감미더, 서너시에 보입시더!"
"그 친구 요즘도 기사 있재?"
노 군은 기인이었다.
다 떨어먹고 팔공산에 가서 한 십년 도를 닦고 오더니 동기회에도 몇백만원내고 에쿠우스에 기사를 달고---.
한두해 정도 그러고 다니면 사기꾼이라고 하겠는데 벌써 사오년 그러고 다니니 도사거나 도인이고 잘봐주면 신선이다.
내일도 기사있는 노군의 차를 타고 올라오는 모양이다.물론 생명과학과 관련있는 사업이 잘 나간다고 한다.
"잘되었다. 기사 있응께 모두 술먹을 수 있겠네. 내가 한턱 쏠떼니까 그리 알게."
내가 내일 저녁에 관한한 선수를 쳤다.
only Time"천상의 목소리를 간직했다는 Enya의 목소리가 문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