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맨해튼에서 명멸하는 야간 시간

원평재 2005. 12. 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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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센터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행사는 지나간 섯달

초하루날 밤에 있었으나 내가 가서 본건 여러날 뒤 어느날 밤이었다.

시간의 의미를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혼자 난해해 하였다.

저기 트리 앞, 희미하게 보이는 가면 속의 캐릭터들도 시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으리라.)

 

 

 

 

 

 

 

                           (라커펠러 센터의 스케이트 장)

 

 

 

 

 

 

                    (같은 건물에 있는 Banana Republic)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본, 이런 그림 글씨를 이 길목에서

   보다니---. 손주의 이름이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가까이 GE 빌딩에는 NBC가 들어있어서 토크 쇼가 진행---.)

 

 

 

 

한 세대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막내 동생은 시카고에서 인턴,

뉴욕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마쳤다.

그 어려운 시절에 나는 멋도 모르고 장,단기로 몇차례 성가신 방문을

했였다.

 

어쩌랴,

마침 나는 그 때 기회가 있어서 연구와 조사 행각을 빙자한 셈인데,

동생은 물정 모르는 형을 조금도 마다않고 안내해 주었으며 내색도

없이 베풀었던 동생의 그 공덕을 이제 와서야 나는 조금 깨닫다니.

 

이번에 내가 아팠을 때에도 그는 느닷없이 전화를해서 전 날 꿈자리가

사나웠는데 별일이 없었느냐고, 신통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 동생이 반세기 전에 나보고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형, 뉴욕은 가장 비미국적인 곳인 것 같다니까---, 미국은 아런 곳이 아니라니까---."

그래서 그는 수련을 마치고 중서부, 미시간으로 가서 평생을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곳은 아세안들도 적어서 적령기 한인 처녀 총각의 반수 가량이 다른

인종과 결혼을 한다는데,

그는 일단 사위를 한국계 의학도로 맞아들이는 행운을 얻었다.

 

 

 

      (42번 스트리트에서 시작하여 브로드웨이를 따라 들어서 있는 

      Theater District---, Off Off Broadway가 어디부터인지는 가늠치

      못하였다.)

 

 

 

 

 

 

 

(지금 이 곳은 사자와 킹콩의 대결이 큰 관심사이다. 킹콩 광고가 브로드웨이에 거창하게 나앉았고 라이언 킹은 그 전부터 상영 중이었다.)

 

 

 

그가 반세기 전에 떠난 뉴욕 메트로폴리탄 에리어에는 그 사이에

한인들이 몰려와서 여러군데 집거하게 되었다.

 

뉴욕 자체도 그 사이에 세계의 수도답게 산업이나 금융 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화적 측면,

가령 현대 미술은 말할 것도 없이 인상파 계열이나, 아니 중세 미술의

대표작들과 고전 작품의 컬렉션에서도 유럽을 재치고 선도하는 입장에 서게 되엇다.

 

패션계에서도 누가 뉴욕을 넘보는가,

지난 세기를 풍미하던 유럽의 거장들도 뉴욕 패션쇼에 가장 공을 들이게 되었고

미드와 어퍼 맨해튼의 디자인 거리는 세계의 유행을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음악의 거장들도 뉴욕으로 몰려들어서 유럽으로 간 조수미는 이쪽의

신영옥 보다 엄격하게 말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 무용이나 퍼포먼스도 모두 맨해튼 공연장의 차지가 되었다.

 

 

(자주 다니는 뉴욕 시립 도서관, NY Public Library 뒤켠의 Bryant Park에

있는 벼룩 야시장이 재미있다. 이곳 지하철은 42nd Station과 함께있는데

가방을 뒤지는 일이 많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있는 야외 스케이트 장에 많은 시민들이 나와있다.)

 

 

 

그런 뉴욕을 건성 구경하는 나같은 나그네가 끝으로 뱉어낼 한마디

무기는 아직 남아있다.

더우기 연말이 되어서 휘황찬란하게 광휘를 뿜어내는 뉴욕의 겨울

열기, 눈에 보이기만 하고 손에 잡을 수는 없는 루미에르의 잔치,

이 신기루, 이 파타모르가나의 현상을 두고서는 한 마디 툭 던질

만고의 무기는 예전에 이미 예비되어 있었다.

 

한해를 조용히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떠는 이

경박함, 이 얕은 감상, 이 겁쟁이 불놀이는 문명의 광기이고,

순간에 명멸하고야 마는 허상에 다름아니라고---.

 

 

 

 

 

       (타임즈 스퀘어의 야간 풍정도 시간 속에 발이 묵인 인간 의식의

        소산인가)

 

 

The City of the World!

이 빛나는 환영(幻影)이여,

이 빛나는 잔치도 유사이래 인간이 펼쳐온 한갓 무속의 불꽃놀이에

다름 아닌 것을---.

 

아시아 대륙의 변방에서온 나그네는 무슨 주문을 읊듯이 통하지도

않는 말을 중얼거리며 아이러니컬 하게도 새 문명의 산물인 디지틀

카메라로 솜씨없이 그 명멸하는 장면을 정신없이 담아본다.

 

 

 

  (아메리카 애비뉴에 있는 라디오 시티는 이미 1934년에 건립되었는데

   뮤직 홀이 특히 유명하다.)

 

 

 

 

                               (거리의 샌드위치 맨)

 

 

그나마 내가 포착한 영상들도 이 불빛 잔치와 꼭같은 원리에서

빚어진 명멸하는 굿 판이 아닌가.

 

그대 또 하나의 샤먼이여, 무속인이여---.

 

그리스 옛 항아리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키츠(Keats)는 절창,

Ode to an Grecian Urn을 읊었지만

나는 지금 항아리를 빚는가, 노래를 부르는가,

춤을 추는가,

선 무당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