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애니메이션,베트남 (4--3) 세번째 연재

원평재 2004. 4. 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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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u Quynh (베트남) ++ Xin dung trach da da

모두들 베트(越)족의 특징을 띈 가무잡잡한 피부, 작고 왜소한 몸매, 생글거리는 웃음---, 천진 무구한 20세 전후의 청춘 남녀들이었다.일행들은 피곤에 지쳐서 일지감치 카우치에 몸을 눕히면서 이 여자들 중의 누구라도 괜찮다는 너그럽고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벌러덩 누워서 눈을 스르르 감으며 "맛사 트루옹"이라고 중얼거렸다. 아까 들어올때 건물 입구에 영문으로 "Matxa Truong"이라고 쓰여있어서앞 글자는 마사지라는 뜻일 것이고 "트루옹"은 집이란 뜻인가?, 가볍게여기며 한번 읊어본 것이었다."맛사 트루옹 농, 맛사 쩡!" 맛사쩡으로 읽으라는 비음 섞인 맑은 목소리가 튀어나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런 목소리의 소유자라면 누워있을 수 만은 없는 상대라는 생각이 퍼뜩들었달까, 아니 거의 본능적 반응이었다."어?!"거기에는 인디언 처녀 포카 혼타스가 내 발을 붙들고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인디언 처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 포카 혼타스의 바로 그 여주인공이 거기 앉아있었다. 그녀는 왜소한 다른 베트족 보다는 월등 컸고 눈도 컸으며 하여간 이목구비라는 것을 제대로 구비하고 있었다. 허리는 다른 아가씨들처럼 잘룩하였으나 팔도 그쪽 사람들과는 달리 근육질에 길고도 당당했다.내가 어!하며 벌떡 일어나자 박사장과 김실장도 함께 일어났다. 박사장의 눈매도 벌써 빛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감각의 제작자가 아니던가---."이 박사, 뭐하나 되겠네!"박사장이 소리질렀다.김실장도 흥분했다."라이 따이한이 뭐 따로 있습니까. 하노이의 족발집, 아니 발 마사지 집에 내팽개쳐진 라이 따이한! 삘이 옵니다! 삘이!"김 실장은 항상 "필링"을 "삘"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필링이라는 표현 보다 필링이 아니 삘이 더 온다는 것이었다. 나도 한번 삘이라고 해봤더니 필링보다 더 좋은 삘이 왔었다."하우 올드?""뚜에니 뚜."맙소사. 우리나라 여고생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아가씨가 스물 하고도두살이라니---.그러자 옆에있던 아가씨들이 "라이, 라이"라고 했다. 거짓말이라---. 나이를 올리는 거짓말도 있나---."라이 따이한?"김실장이 물었다."농! 농!" 그녀가 또 다급하게 프랑스어로 부인하였다."에 뛰 캄푸치엔느?" 내가 캄보디아 여자냐고 프랑스어로 물어 보았다."농, 농, 비에뜨남므.""비데오 갖고 왔지요?" 박사장이 우리를 둘러 보았다."이 참에 캠코더 갖고 오게 되었어요? 버스에 냅다 두고 왔지---."나도 약이 오른 상태였다.이 절재절명의 순간에 기록기기를 두고 오다니, 맙소사.박사장도 약이 너무 올라서 김실장을 나무랠려는 것을 내가 간신히 제지하였다."얼굴 슈팅 안하면 어때요. 내가 캐릭터는 다 머릿 속에 잡아 넣어놓았어요. 걱정 말아요. 하여간 일단 라이 따이한은 족발집, 아니 발맛사지 집에서 하나 찾은 셈이고---."우리가 사람의 국적과 족보를 바꾸고 있는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Nan Anh" 이라고 명찰을 단 포카 혼타스 아가씨는 힘껏, 그리고 또한 정성을 다하여 내 발을 맛사지 하면서 연실 생글거리고 웃었다. 무료한 단순 노동 속에서 무언가 이전의 일상과는 달리 조그만 변이가 감지되는 찻잔 속의 태풍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난(Nan)"이란 뜻이 난초인지, "안(Anh)"이란 성씨가 한자로 쓴다면 갓쓴 계집을 뜻하는지 온갖 바디 랭귀지를 모두 동원해도 더 이상의 진전, 의사소통은 불가능했다.그녀는 그저 족발을 닦는 순진한 시골 처녀, 아니 하노이의 뒷골목 처녀일 따름이었다. 가이드를 찾았으나 그가 1시간 반이 걸리는 이 발닦는 세족의식의 언저리에 있을리가 없었다.아니 이제는 더이상의 의사소통 같은건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엇다. "난 안"은 이미 우리 세사람의 손아귀에서 라이 따이한으로 둔갑을 했고 그녀의 진정한 실체는 이미 온데간데가 없어져버렸다."아니, 아니야, 이건 영화가 아니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겟어. 저 얼굴이 포카 혼타스 닮았잖아. 캐릭터가 아주 카툰 스타일이야. 저 슬픈 눈망울 하며---. 몸매는 팔등신이고 허리 가늘고 유연하며 탄력적이야. 포카 혼타스 꼭 뺐네. 물론 제작단계에서는 캐릭터들을 확 달리 설정해야겠지만---"내가 일단 영화 쪽에는 이의를 달고 애니 쪽을 고집하였다.왜냐하면 라이 따이한이라는 캐릭터를 하나 만들자면 "난 안"같은 마스크의 존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쉬울 것 같지 않았다. "난 안"을 직접 쓴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일 것이었다. 뒷골목에서 발 만지는 배경의 아가씨를 영화 스타로---, 말이 안통하는 것은 어찌하며 오늘 그녀가 주는 저 이미지와 막상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의 포토제닉한 면, 즉 사진빨이 받느냐 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이었다. 일반적으로도 요즈음에는 캐릭터 구축이 어려울 때면 즉각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지 않는가. 또한 "난 안"이 라이 따이한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설정을 했다가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나의 머리는 빨리 회전하고 있었다."알았어요. 영화든 애니든간에 제목은 "마지막 라이 따이한 처녀", 아냐 아냐, "마지막 라이 따이한 꽁가이" 그게 좋겠네. 그러면 베트남 정부 쪽에서도 큰 이의는 못달거야. 마지막이라는데 뭘! 그리고 꽁가이가 여자라는 것쯤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통하잖아. 이 꽁가이가 중국 화교계 뒷골목 깡패들에게 쫓기는 마지막 라이 따이한 처녀라는거지, 이 꽁가이의 옷 벗기는 게임, 도망가며 태권도로 라이 따이한 처녀가 싸우는 게임 등으로 게임 캐릭터와 게임 시나리오도 만들고---. 사실 돈은 그 쪽에서 더 들어오니까! 그래 만화책으로도 만들자."역시 박사장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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