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hu Quynh (베트남) ++ Xa Em Ky Niem (희나리)
이 틈에 김실장도 자기 몫을 하겠다는 투로 끼어들었다."그런데 이 교수님은 애니 쪽 전공이 아니시잖아요." 그의 걱정스런 표정과 말씨는 무척 과장되어 있었다.이 녀석이 나하고 무슨 감정은 없지만 주인을 위하여 컹컹 짖어주는구나---. 내가 그렇게 도그 푸드(개밥)주며 주인의 발길질을 막고 두둔해 주었건만."김 실장은 그런 걱정일랑 말어요. 지난번에 애니 영화, "로스트 메모리즈" 만들 때 나도 시나리오 부문과 기술 부문에 참여하여 자문하고 작업도 했어요. 그리고 이번 시추에이션을 애니로 만들면 나도 돈많은 전주들에게서 한 10억은 펀딩(funding)해 올수 있다니까---.""그거야 프레젠테이션 때 데모 필림만 한 2-3억 들여서 잘 만들면 30억 큰 손들 끌어오기도 문제 없지---. 데모 필림도 통상의 15분짜리말고 한 20분 짜리로 만들자"세상이 알아주는 박사장의 배짱이었다."박 사장님! 애니 작가 한사람 스카웃해서 공동작업하게 꼭 섭외해줘요. 실무적으로는 김실장이 책임지시고---"내가 박사장을 업고 김실장에게 진지하면서도 강압적인 협조 요청을하였다.전문작가와 공동작업을 해야 나도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아이구, 애니 작가나 CF 카피라이터들이 얼마나 성깔이 쎄요.골치 아프게 생겼네."김실장이 머리를 싸맸다.이제 라이 따이한으로 둔갑한 "난 안"은 말하자면 "3D 모션 캡쳐"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장치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 운명이라고나 할까---.조금전 靈感을 주었던 콧소리, 8등신, 티없이 맑고 이목구비가 선명한 얼굴, 잘룩한 허리는 이제 영감의 저편에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중에서 완전히 소멸될려는 찰나였으나,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채 생글생글 나의 다리와 발을 주무르고 때리고 흔들고 비벼댈 따름이었다."모션 캪쳐로는 IBM의 마야 보다는 맥스가 비용이 훨씬 덜드니 그쪽으로 하고 제작 기일은 서너달이면 되지 않을까?"박사장은 벌써 오늘이 제작 첫날, 즉 제작 개시 D 데이였다."그러지 말아요. 마야로 만듭시다. 돈 너무 아끼지 말아요. 영국에서Chicken Run을 만들 때는 1년간 작가와 제작자가 영국을 함께 돌아다니며 이미지와 플롯을 가다듬었대요. 직접 영국의 농장에서 영상을 다시 여러차례 다듬고 시나리오를 전면개작하고---. 시간 좀 주면 내가 칸느 국제 부분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을 휩쓸테니까 한번 조건 없이 맡겨봐요.""이 양반이 젊은 작가 선생 구해내라고 하면서 여행다닐 궁리만 하네. 청담동, 신사동, 논현동, 그리고 아직도 충무로에 멋쟁이 작가 아가씨들 많아요. 직접 한번 픽업하시지 그래. 요즘은 일산에도 많다더라."그가 떠벌이자, 이래서 아직도 "딴따라" 소릴 듣지---. 나는 혀를 찾다.옆의 점잖은 일행들이 잠은 다 달아났지만 재미 있다는듯이 우리를 쳐다보더니 영화 쪽에도 "펀딩이 있군요"라고 말을 붙였다."여기도 주식시장하고 똑 같죠"라고 박사장이 설명을 해 주었다.돈 아끼는 문제로 입씨름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부드러운 족발 공사는 어느듯 끝났고 "난 안"의 평온하면서도 비음 섞인 섹시한 웃음 소리도 그쳤다.우리는 팁도 주지 못하고 또한 제대로 작별 인사도 차리지 못하고 맛사 쩡을 나왔다. 어디에선가 시간을 보낸 가이드가 달려들듯 나타나서 우리가 팁 주는 것도 차단하고 빨리 나가자며 독촉하여 내몰았기 때문이었다.무슨 사연이 있어서 접촉을 차단한단 말인가---.이래저래 가이드에게 사정을 설명하거나 차후를 부탁할 형편은 아닌듯 하였다. 또한 이미 난 안은 해체되어 삼차원 영상기(3D 맥스) 속으로 들어가 버리지 않았는가. 비록 우리 머릿 속 잔재주이기는 하여도---. 이제 그녀나 가이드는 필요성 자체가 없어진듯 하였다."난 안", 그녀가 우리의 발과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사이에 우리는 그녀를 만화의 캐릭터로 둔갑인지 승화인지를 시켜버렸다.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수상 인형극"을 구경하러갔다. 베트남 농촌에서 발생한 수중극인데 무대뒤 물속에서 대나무로 인형들을 움직이는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내용은 꽤 큰 농촌 도읍지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고통을 담았는데 결국 용이 나타나서 해결해주는 이야기였다. 여기에서도 어떤 영감을 얻을지 몰라 나는 인형극을 모두 캠 코더에 넣었는데 황금색 용의 인상적인 꿈틀거림 외에는 큰 소득이 없었다. 마침내 하노이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노바이 국제공항을 떠나며 나는 살풋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아까 본 "맛사 쩡" 건물이 물 속에 푹 빠져있고 건물 위로 아까본 젊은 남녀가 올라와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으나 구조의 손길은 막막했다. 그 때 갑자기 물속에서 황금의 용이 나타나더니 난 안을 위시하여 사람들을 품에안고 하늘로 올랐다. 퍼뜩 잠이 깨어서 창밖을 내다보니 "난 안"이 거기 하늘 위에 보이는듯 했다.애니메이션 모습이 아니라 원래의 실체대로---.(애니메이션, 베트남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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