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을" 동인회가 지난 초하의 어느 휴일 하루 대관령 폐교에서
"동행"을 주제로 하여 모임을 갖였다.
서울과 경기, 강원, 충청권까지에서 모인 50여명의 문인들은 문학
강연을 듣고 자작 작품의 낭송과 콜로키엄, 그러니까 연찬 시간도 함께
하였으며 신인으로 등단하는 분들에게는 기념패도 증정하였다.
대관령 황태마을에는 농부에다 목부인 김영교 시인이 있어서 이날은
황태에 얽힌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용평 스키장에 방목하는 그분의
"양 목장"도 견학하고 또 조금 떨어진 향리, "의야지"에 펼쳐진
"보름갈이" 감자 밭도 둘러보았다.
의야지는 의로운 들판이란 뜻이고 보름갈이란 소한마리가 보름은
갈아야 된다는 척박하지만 넓디넓은 땅에 감자밭이 펼쳐져 있는
모양을 말하였다.
"강원도 감자바위"라고, 외지에서는 "강원도의 힘"을 그렇게 정겹게
놀리기도 하지만 뉘라서 진정 가이없이 펼쳐진 감자밭의 초하 풍경을
눈여겨 본 적이나 있었겠는가.
김영교 시인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그저 시퍼런 감자밭을 그냥 지나칠뻔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의야지 산야와 대관령 삼양 목초지의 한켠에 조심스레 갈무리 된 토종
풀꽃의 화원은 역시 김 시인이 아니었다면 감상은 커녕, 어이 제대로
찾아내기나 하였으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하긴 김 시인도 어릴때에는 마구 보고 지났던 그 곳의 나무와 바위와
들꽃의 정경이 정녕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여러해 전부터 충무로의
영화장이 들이 수많은 영화를 여기에서 찍는 모습을 보고나서 부터
다시 음미하니 그 질박한 고향 땅의 경치가 이루 말할수 없는
명승지, 경승지로 다가오더라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겨울연가, 연애 소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중 간첩, 웰컴 투 동막골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화가 이 정상
들판과 계곡에서 촬영되었다고 여기 저기 꽂힌 기념비들이 전하고
있었는데 이날도 은서 준서 나무 옆으로는 무슨 영화를 찍는지 배우와
구경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한창 나이에 신체가 부자유스럽게
된 두 시인을 격려하면서 그들의 시세계를 탐구해 보는 시간이 있어서
더욱 가슴 가득한 의미를 담아낸 하루가 되었다.
두 사람 중에서 이경학 시인은 시집, "허공에 내가 묻어있다"를 출간
하여서 이미청주에서 출판 기념회를 얼마전에 갖었고,
황원교 시인은 시집, "혼자있는 시간"을 이날 횡계의 황태회관에서의
우리 만남의 시간에 출판기념회로 겸하는 그런 뜻깊은 날이기도 하였다.
한때 실의와 좌절과 절망을 겪은 젊은 두 시인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모두 극복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였다.
다만 이 두 시인을 수발하는 부모 형제의 어려움만은 의지와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기에 모두 가슴 아파하였다.
풍족하거나 그렇지 않은 문인들이 모은 약간의 격려금을 두 시인이 낸
시집의 구입 핑계로 내 세워 전달한 것이 이 강퍅한 세상에 의미있는
자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부끄러운 내세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문학 마을을 이끌고 나가는 조완호 촌장께서나 오래 이 마을을 지켜온
회장님과 장로들께서는 나를 실없는 사람이라고 나무라겠지만
내가 워낙 실없는 사람이라서 눈 딱 감고 내 주위 문인들의 따뜻한 정을
여기에 자랑으로 내세워본다.
그렇게 하여서 뜻깊은 점은 이 두 시인들이 자신들을 주목하는 문단의
눈들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면서 더욱 문학의 길에 정진하는
계기가 되겠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주제 넘는 노파심일 따름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지체와 불구의 길에 들어서
있다는 말도 있다.
한때 건강했던 이 두 시인들이 신체의 부자유를 겪게 된 일은 그렇지
않고 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무엇인가, 감사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신호등과 거울의 역할로 자신들을 내던진
모습이라고도 생각해본다.
이날은 관광거리가 참으로 풍성하였다.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가 쉰두개나 서있는 대관령 정상에서 동해를
내려다 본 것도 사유의 폐활량을 늘린 일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예정된 시간은 마냥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버스를 탈 줄
모르고 멀리 보이는 강릉과 주문진, 그리고 동해를 눈에 넣기에 바빴다.
결국 예정보다 한참 늦게 내려와 폐교에서 문학연찬을 마치고 즉석
바비큐 요리에 와인과 맥주를 겻들여 저녁을 먹고 노래자랑까지
빼지않은 다음에 산간의 빠른 어둠을 뒤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니
초여름 하루가 못내 아쉽기만 하였다.
'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걸리 문화 예술제 (0) | 2007.05.04 |
---|---|
전주 영화제 (0) | 2007.05.02 |
문학작품의 혼란스러운 신 분류방식 (0) | 2006.01.30 |
미 동부 문인 협회 출판 기념회와 문학 기행 전야제 (0) | 2005.10.14 |
최인호의 "가족" 이야기 생각 (디트로이트를 떠나며) (0) | 2005.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