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영화제에 예년처럼 1박 2일로 다녀왔다.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였고 교수도 여럿이 동반하였다.
돌풍, 폭우 예보가 있었지만 전주 현장은 이틀 동안, 흐림/안개비/실비
정도의 날씨라서 작년의 그 무더위 속 강행군 보다는 훨씬 지내기가 좋았다.
내려간 김에 개인 행동으로는 저녁에 "전주 막걸리 문화 축제" 하는 곳에도
잠시 기웃거려 보았다.
내가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가 거기 전주에 있는 대학의 교수로 있어서
저녁을 초대하였기에 다른건 다 그만두고 막걸리 축제만 잠시 안내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의 안내로 한달음에 달려가서 한시간 반 만에 막걸리 한 주전자와
헤아리기도 힘든 여러 가지 안주를 맛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학생들과의 영화에 관한 세미나 시간을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낮에 본 영화를 10개조로 나누어진 학생들이 재현, 재연하며 그 의미를
천착하는 스케줄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날에는 학생들의 활동과는 별도로 교수들은 한옥마을도 가보고
먹거리 탐방도 하고 최명희 기념관에도 들러보았는데 이 부분들은 다음
회로 기록을 미루고,
여기에서는 첫날에 본 영화 "사유 재산"에 관한 이야기나 시나브로 기록해
두고싶다.
파스칼은 두 아들 티에리, 프랑수아와 전남편이 사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애인과의 새출발을 위해 집을 팔려 하고, 집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확산된다.
감독은‘집’으로 대변되는 이해 관계속에서 이기주의와 자기 탐닉으로
붕괴해가는 중산층 가족의 초상을 우울하게 그려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특유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펼치고, 실제 형제간인 두 배우가 각각 티에리와 프랑수아
역으로 출연한다.
학생들이 이 영화의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자못 진지하여서 패러디나
비틀기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의도적 오독 등의 방법으로 재현한 공간에는
보고 듣는이의 의표를 찌르는 신선감이 있었다.
10개조로 나누어 발표한 공간이어서 늦은 시간에야 마무리를 지었다.
가족의 해체에 관한 청년들의 시각이 때로 냉소적이고 예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세미나의 끝에는 학생들과 교수 일부가 참여한 뒤풀이가 또 있었으나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케이블 TV에서 요새 인기가 상종가라는 어떤 월화 드라마가 흘러나왔다.
언론에서 한창 떠들어대는 그 드라마였다.
과연---!
싶을 정도로 대사가 재미있었고 한 가정이 해체되고 있었다.
고정 시청자가 새로 하나 생기는 순간이었다.
어떤 사회학자의 전망이 생각났다.
적어도 지금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놀랄만큼 늘어날 평균여명, 적어도
자살이나 천재지변이나 사고사에 의하지 않고는 100세가 넘을 수명을
향유하면서 일생 동안 적어도 두번 이상의 결혼을 필연적으로 경험하리라.
그들의 인생 시놉시스는 대략 "이혼 가정"에서 성장하여 자신들은 만혼-
별거-이혼-표면적 독신 상태-재혼, 혹은 다중과의 자유 연애 등등으로
미증유의 문화 형태를 겪으며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한 글이 생각났다.
금년으로 8회를 맞는 "전주 국제 영화제"(JIFF: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5월 4일에 끝이 나는데, 홈페이지 www.jiff.or.kr로 들어가면
상세한 정보에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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